[미디어스=이준상 기자] MBC가 김장경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사내 구성원들의 기명 성명을 대거 삭제하자 구성원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

MBC기자협회와 영상기자회는 12일 ‘김장겸을 퇴진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사내 게시판에 올려 “그간 기수별 성명에서 확인한 기자들의 총의를 바탕으로 김장겸 사장 퇴진의 선봉에 설 것을 천명한다”며 “글 하나가 지워질 때마다 우리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측의) 저열한 탄압에 끝까지 품격 있게 저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명에는 각 직능단체 소속원 221명의 이름이 담겼다.

같은 날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기술부문 조합원 188명은 기명 성명을 내고 “김장겸과 친위대들은 MBC를 극우세력의 마지막 보루로 만들기 위해 MBC의 DNA를 바꾸는 소위 ‘물갈이’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당신들은 이 목소리를 MBC 일부의 문제로 치부하고 축소하고 싶겠지만 이 외침은 MBC 구성원 모두의 외침이고 점점 커져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가 2일 오전 11시40분 상암동 MBC 앞 광장에서 ‘김장겸·고영주 퇴진행동, MBC 선언의 날’ 집회를 개최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제공)

앞서 지난 7일 MBC는 ‘김장겸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기명 성명을 대거 삭제했다. MBC는 글을 삭제한 이유로 “회사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과 사생활 침해 및 인식공격용 내용을 담으면 안 된다”는 사내 ‘전자게시판 운영 지침’ 위반을 거론했다. 또 게시물을 올린 직원의 게시판 사용 권한을 1개월 동안 제한하기도 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9일 ‘사내 언로를 틀어막고도 공영방송을 자임하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전자게시판 위원회 구성이 사측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들로만 구성돼있다며 “일반 사원들을 대표하는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재철 체제 이후 회사는 사내 비판적인 여론에 중징계나 부당전보를 일삼았다”며 “이제는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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