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도형래 기자] 조선일보가 해묵은 ‘코드인사’ 논란을 다시 끄집어 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고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 인사만 발탁된다는 의미의 ‘고소영’ 인사에 대해 찬양일색 논조를 유지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

조선일보는 12일 사설 [장관은 선거공신, 차관은 코드 인사]를 통해 “장관 후보 9명이 선거공신이라면 차찬급들은 ‘코드 인사’에 가깝다”고 규정하며 비판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 스스로도 탕평을 약속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 인사가 이전 정권들과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줬다”면서도 “정작 인사가 본격화하자 과거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끼리 정부 운영을 할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선후(先後), 공사(公私)가 바뀌어 공신 인사, 코드 인사가 앞서고 적재적소가 뒤로 밀리면 정부가 아니라 패거리가 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사설] 장관은 선거 공신, 차관은 코드 인사 (2017년 6월 12일_오피니언 31면)

조선일보는 “(5개 부처 장관 후보) 5명 모두 대선 캠프에 참여했거나 문재인 대통령과 직접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라며 “지금까지 지명된 장관 후보 11명 중 김부겸 행정자치부장관 후보 등 민주당 의원 입각자 4명을 포함하면 9명이 선거 공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 조선일보는 국사편찬위원장, 환경부 차관, 민주평통 사무처장, 법제처장 등에 대해 “'코드 인사'에 가깝다”며 “앞으로 남은 장·차관, 수백·수천 개 공기업·산하기관 자리에 이런 인사들이 얼마나 많이 들어갈지 모른다”고 전했다.

“멀티플레이, 정책조율자”…찬양일색 이명박 고소영 인선 보도

이는 2008년 1월 이명박 정부 청와대 비서관 인선에 대해 “청와대(靑瓦臺)가 아니라 '청와대(靑瓦大)'라는 말이 나올 만큼 내정자들의 학력과 학계 경력이 화려하다”고 평가한 것과 상반된 논조다.

당시 조선일보는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고대, 소망교회, 영남)이라는 코드인사 비판에 대해 언급 한 번 없이, 임명된 이들에 대한 찬양을 늘어 놓았다.

조선일보는 박재완 정무 수석을 “멀티플레이어”라며 치켜세우며 “이 당선자는 박 의원을 어느 자리에도 기용할 수 있는 멀티카드로 봤다. 이런 생각 때문에 마지막까지 다른 정무수석 후보를 찾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또 조선일보는 곽승준 국정기획수석에 대해서는 “MB 정책 조율사”라며 “당선자에게 ‘그게 그런 게 아닌데요’라며 제동을 거는 자유분방함이 그의 무기”라고 평가했다. 이주호 교육과학문화수석에 대해서는 ‘교육통’, 이종찬 민정수석을 ‘특수 수사의 산증인’이라는 수사를 붙이며 이명박 정부 인사를 찬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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