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전국 220개 단체가 참여하는 '정치개혁 공동행동'이 출범했다. 정치개혁 공동행동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참정권 확대 ▲다양성과 여성정치 확대 등을 위한 활동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정치개혁 공동행동은 "6월 민주항쟁 30주년, 이제 국민의 힘으로 정치를 바꾸자"는 구호로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서 최병모 비례민주주의연대 고문은 "30년 전 이맘때 우리는 전두환 정권을 굴복시키고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해, 30년간 국민의 손으로 대통령을 뽑았다"면서 "그러나 요즘 현실은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고 할 만큼 심각하게 사회가 분열됐다"고 말했다.

▲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정치개혁 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 모습. ⓒ미디어스

최병모 고문은 "출산율은 세계 최저, 빈부격차는 세계 최고, 자살률은 세계 최고다. 왜 이렇게 됐나"면서 "국회가 국민들을 대변하지 못하고, 소수 기득권을 대변하며, 정당은 유력자 위주로 꾸려지는 정치현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 고문은 "그리고 이 현실은 소선거구 상대다수제, 하나의 선거구에서 한 사람을 뽑는 선거제도로 인해, 결국 국회가 정부의 시녀 노릇을 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최병모 고문은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 30~40%의 득표율로 과반 제1당이 출연하는데, 그 1당이 박근혜, 최순실 사태를 만들었다"면서 "비례제를 도입하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최 고문은 "선거제도를 개혁해 비례제를 도입하면 동아시아에서 가장 민주적인 국가가 될 것"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약속하셨으니 반드시 이번 기회에 선거제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태훈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2016~2017년 촛불혁명은 국민의 힘으로 대한민국을 바로 세운 또 하나의 6월 항쟁이었다"면서 "촛불광장은 한 목소리로 정치개혁, 검찰개혁, 경제개혁, 언론개혁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하 공동대표는 "시민들은 불공정한 정치제도를 바꾸고 민의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선거제도를 열망하고 있다"면서 "국회가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개혁 입법을 만들어내야 촛불혁명은 비로소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여성의 사회 진출은 활발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전 영역에서 선출직, 정무직, 관리직 등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영역에서의 여성 비율은 낮다"면서 "특히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7%에 불과해 세계 106위라고 한다"고 전했다. 김 공동대표는 "이러한 현상은 여성의 국회 진출통로로 이용되는 비례대표 의원에 대해 현행 공직선거법에서 50% 할당, 홀수번호 부여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강제이행 규정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공천에서 여성할당제 의무와 지역구 선거를 연계한 비례대표제 도입을 선거법 개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기자회견문 낭독에서 정치개혁 공동행동은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촛불은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내고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해 민주주의의 역사를 새로 썼다"면서도 "그러나 대통령 한 사람의 교체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공고하게 될 수는 없다. 이제는 정치시스템을 교체할 때"라고 밝혔다.

정치개혁 공동행동은 "잘못된 선거제도는 표심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했고, 기득권을 가진 거대정당들의 정치 독과점구조를 만들었다"면서 "기득권자에게 유리한 선거제도로 인해 여성, 청년, 사회적 약자들의 정치적 목소리는 배제돼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 국회는 정치특권계급화 됐다"면서 "기득권 정당의 비민주적인 구조는 선거 때마다 밀실공천과 공천비리 논란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정치개혁공동행동은 "이런 식의 정치로는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도 없고 시민들의 삶을 개선할 수도 없다. 선거제도를 포함한 정치제도의 전면개혁이 필요하다"면서 "이것이 6월 민주항쟁의 정신을 오늘에 이어받는 길이고, 촛불시민혁명을 완성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개혁 공동행동은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대한민국 지방선거제도는 국가선거제도보다 더 문제가 많다"면서 "선거 때마다 50%대 득표율로 90% 이상의 의회 의석을 차지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세계 최악의 선거"라고 비판했다. 정치개혁 공동행동은 "시군 자치구의회 역시 거대정당의 독과점 구조"라면서 "2~4인 중선거구제를 도입했지만, 2인 선거구가 많은데다, 거대정당에게 유리한 기호부여제도로 인해 소수정당이나 지역풀뿌리 정치세력의 진출은 봉쇄돼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개혁 공동행동은 "더 이상 선거제도 개혁을 포함한 정치개혁 논의를 미룰 수 없다"면서 "정치개혁 공동행동은 대선 시기에 요구했던 3대 선거제도 개혁과제(▲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만 18세 선거권과 유권자 표현의 자유 보장 ▲대통령·지방자치단체장 결선투표제 도입)를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치 독과점구조를 타파하고 여성의 정치참여를 확대하며, 누구나 정치가 가능한 참정권 확대를 위한 과제들을 논의하고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기자회견 후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은 "현행 선거제도는 사실상 양대 정당에게 국민의 민심을 넘어서서 의석을 주는 비민주적 제도"라면서 "그것 때문에 우리 정치는 승자 독식의 양대적당 극한 대결의 정치가 유지된다. 이렇게 해서는 다양한 국민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천 의원은 "오늘 정치개혁 공동행동의 발족은 문재인 정부 수립 직후 지난해 촛불혁명의 정신을 계승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이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기득권을 버리는 자세로 추진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치개혁 공동행동은 기자회견 후 여야 5당 원내대표를 만나 정치개혁특위 구성을 촉구한다. 또한 앞으로 시민들이 참여하는 지역별 토론회, 강연회를 개최하고, 1인 시위, 온라인캠페인 등의 시민행동을 집중적으로 펼쳐나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19일 5당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개헌 논의와 함께 선거제도 개편도 함께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개헌으로 인한 권력구조 개편이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아닌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선거제도 개혁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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