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욱이라는 이름은 시트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독보적입니다. 그가 내놓은 시트콤들은 곧 대한민국 시트콤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확실한 자기만의 색깔로 시청자들과 호흡하는 그는 이번에도 소위 대박을 치고 있는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으로 자신의 명성이 허성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브로콜리 너마저 같은 스텐레스 김

전 세계적으로 드라마의 인기는 대단합니다. 돈을 내고 특정한 공간을 찾아가야만 즐길 수 있는 영화나 연극, 뮤지컬과는 달리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며 무료로 집안에서 가족과 혹은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드라마는 지친 현대인들에게는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본은 한 편이 1주일에 한 번 방송됩니다. 그런 만큼 다양한 드라마가 일주일 내내 편성되어져 있습니다. 골라보는 재미로 치자면 국내보다는 좀 더 다양한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도 동일합니다. 일본이 미국의 시스템을 따라 갔다고 하는게 옳을 것입니다.

미국 드라마의 특징은 이젠 기본이 된 시즌제입니다. 왠만한 드라마는 시즌제를 목표로 제작되고 길면 십여 년간 시즌이 지속됩니다. 그만큼 끈끈하게 시청자들과 호흡을 하기 위해 정성을 들입니다. 일본의 경우도 일반적이라 부르기는 힘들지만 시즌제 드라마가 제법 많습니다. 미국드라마가 24부 정도까지 이어지는 것과는 달리 한국의 16부에서 24부작이며 일본은 이에 훨씬 못미치는 8부에서 12부작의 상대적으로 짧은 런닝타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이 일주일에 한 편의 드라마가 방송되는 것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두편이 일주일에 방송되는 형식으로 8주 분량의 드라마들이 계속해서 보여집니다. 두 달에 한 번꼴로 새로운 드라마들을 접해보는 방식이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일주일에 다섯 번 방송되는 열악한 시트콤이 있습니다.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국내의 시트콤 방송 환경으로 인해 우린 시즌제 시트콤을 볼 수가 없습니다. 일주일에 한 편이 방송되는 외국의 경우와 달리 일주일에 5번이 방송되는 현 시스템에서는 결코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호흡 할 수가 없도록 요구합니다. 물론 시즌제로 진행된 시트콤도 있었지만 김병욱표 시트콤으로서 시즌제는 현제의 시스템에서는 볼 수 없을 듯합니다.

2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라고는 하지만 연결점과 그날그날 주제를 담아내야 하는 시트콤은 어쩌면 대하 드라마보다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함축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야만 하고 웃음은 기본에 이젠 감동까지 전해야 하는 시트콤은 왠만한 정신이 아니면 감히 시도도 하기 힘든 장르가 되어버렸습니다.

김병욱 PD가 3년 만에 시트콤으로 돌아온 것도 강행군의 여파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들의 강행군은 어쩔 수 없는 한계로 다가옵니다. 매일 밤샘 촬영을 해야만 하는 상황은 제작진들과 배우들이 지쳐 쓰러지기 일쑤이고 그런 극한의 촬영 조건에서 황정음과 윤시윤이 신종플루 확진 판결을 받음으로서, 어쩔 수 없는 일주일 동안 스페셜이라는 이름으로 결방을 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지붕킥>을 기다리는 팬들에게는 아쉬운 일주일이 되겠지만 제작진이나 배우들에게는 그나마 한 호흡 길게 심호흡 할 수 있는 일주일이 될 듯 합니다. 매일 초치기를 하듯 진행하던 그들에게 일주일은 쉬는 시간은 아니겠지만, 심적인 여유를 가지고 좀 더 완성도 높은 마무리를 해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 할테니 말입니다.

김병욱 PD가 어쩔 수 없이 스페셜을 편성하고 미안한 마음에 홈페이지에 올린 장문의 글은 그가 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밖에는 없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단순히 기자들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아닌 팬들에게 직접 드러냄으로서 그가 소통하고자 하는 이가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해주었습니다. 마치 무도 김태호PD가 그러하듯 김병욱 PD의 시선과 팬들에 대한 마음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보게 합니다.

어쩌면 이 인사가 종영인사를 겸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열악한 제작환경 속에서 함께해준 작가분들 스태프분들께
함께해서 영광이었단 말씀을 미리 전합니다.
그리고 한분 한분 다 추억과 함께 호명해 보고 싶은 연기자 분들..

하이킥 시리즈를 줄곧 저와 함께 해주신, 저한테는 아버지 같은 이순재 선생님.. 밤을 꼬박 새는 그 힘든 촬영일정을, 당신 씬을 조금만 앞 당겨주면 안되겠냔 말씀 한마디 없이 묵묵히 아침까지 인내해주신 선생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네버엔딩 스토리> 열창 장면에서 선생님은 자신이 왜 국민배우이신 가를 인증하셨습니다. - 공홈에 올린 김병욱 PD 글 [전문읽기]

이 장문의 글을 읽으면 출연진 개개인에 대한 애정과 개개인을 극중에서 마음껏 표현해주지 못한 아쉬움들이 절절히 묻어납니다. 시간 내서 글을 읽어보시면 그를 깊이 있게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인디신에 주목받는 뮤지션들은 많습니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는 못해도 그 누구보다 뛰어난 음악성을 가진 수많은 인디 밴드들 중 모던락 밴드인 <브로콜리 너마저>는 어쩌면 김병욱 PD의 감성과도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성을 유지하면서도 대중성을 확보한 <브로콜리 너마저>와 김병욱표 시트콤은 닮아 있습니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의 독특함을 흔들림 없이 견지해 내면서도 대중적인 사랑까지 얻어내는 그들의 신기에 가까운 능력은 사랑스럽기만 합니다.

기본에 충실한 그들은 그 기본에 충실해서 특별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엇박이 만연하고 기계음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시대에 정박을 추구하고 기본에 가까워지려 노력하는 <브로콜리 너마저>와 <지붕 뚫고 하이킥>은 재미있게도 많은 부분이 닮아 있습니다.

오늘 '앵콜요청금지'나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혹은 '유자차'나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보편적인 노래'등을 들으며 <지붕킥>을 떠올려보는 것도 즐거운 유희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비록 일주일 동안의 결방과 스페셜로 <지붕킥>을 완전히 소유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있기에 행복한 일주일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