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문재인 정부 청문회로 변질시키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김 후보자에게 문재인 정부가 위헌 소지가 있는 행보를 하고 있다는 취지의 질문을 쏟아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연합뉴스)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김이수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은 이낙연 국무총리의 발언을 물고 늘어졌다. 백 의원은 "헌법에 혁명에 대한 내용이 있느냐"면서 "이낙연 총리가 취임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공직자들은 '촛불혁명'의 명령을 받은 국정과제의 도구라고 했다. 현재 정부를 촛불혁명의 산물이라고 하는데 어떤 생각이냐"고 물었다.

김이수 후보자가 "정치적 성격의 일"이라고 말하자, 백승주 의원은 "총리가 혁명 정부를 말하는 것은 부적격한 위헌적 발언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김 후보자가 "그건 정치적인 표현"이라면서 "정치학에서는 충분히 혁명이라고 할 수 있어서 그런 말을 쓴 것 같다"고 답변하자, 백 의원은 "적절하다고 생각하시는거냐. 부적절하죠"라고 재차 따져 물었다.

백승주 의원은 김이수 후보자에게 "공무원을 촛불혁명 정부의 도구라고 하면 위헌이라고 소신있게 말해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 "그걸 잘 모르겠다고 하면 직무유기"라고 다그쳤다. 김 후보자가 "이 자리에서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말"이라고 밝히자, 백 의원은 "우리 헌법에 없는 혁명이라는 말을 총리가 사용하고, 공무원을 도구라고 하는 등의 발언은 굉장히 심각하게 헌법 가치와 정신과 충돌한다"면서 "잘 생각해보라"고 훈계했다.

같은 당 곽상도 의원은 최근 단행된 문재인 정부의 검찰 인사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곽 의원은 "검사 인사는 법무부 장관 제청으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서 한다"면서 "제청의 의미가 뭐냐"고 물었다. 김 후보자는 "독자적 판단에 의해서 하는 것이지만, 대개는 임명권자와 어긋나면 안 되기 때문에 논의를 한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곽상도 의원은 "그런데 특정인을 국무위원으로 정하고 국무총리에게 대통령이 통보하는 것도 헌법상의 제청이냐"고 따져 물었다. 김이수 후보자가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답변이 어렵다"고 하자, "이창재 법무부 장관 대행에게 검찰총장과 협의 없이 특정인(윤석렬 검사장)의 서울중앙지검장 승진을 함께 알려주면 이게 제청에 해당하냐"고 재차 따져 물었다.

곽상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4대강 사업 감사 지시도 문제 삼았다. 곽 의원은 "4대강 사업 관련해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집행과정 등에 대한 정책감사를 지시했는데 이게 적법한 것이냐"고 물었다. 김이수 후보자가 "그 부분도 사실관계 파악이 돼있지 않다"고 하자 "제가 말씀드린 상황이 맞다는 전제 하에 적법한 거냐"고 물었다. 김 후보자가 "제가 답변하기는 부적절하다"고 하자, 곽 의원은 "아니 법 해석하는 분이"라고 말끝을 흐린 후 "법 규정 보시고 적법 판단 오후까지 말씀해달라"고 요구했다.

자유한국당이 문제 삼은 문재인 대통령의 4대강 사업 재감사 지시, 윤석렬 서울중앙지검장 임명 등은 국민적 동의를 얻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5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지난달 24일 전국 성인 501명 대상으로 실시, 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 ±4.4%p)에서 응답자의 78.7%가 4대강 재감사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리서치뷰 여론조사(지난달 20~22일 전국 휴대전화가입자 1074명 대상, 응답률 6.6%,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0%p)에 따르면 윤석렬 지검장 임명에 찬성하는 여론은 73.6%에 달한다.

이날 김이수 후보자는 과거 군 법무관으로 복무할 당시 5·18 광주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시민군을 태운 버스 운전기사에게 사형을 선고했던 것과 관련해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김이수 후보자는 "제 판결의 결과로 지금까지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김 후보자는 "5·18은 저에게 괴로운 역사"라면서 "판결 당시 저는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당시 법무관으로 4명의 경찰관이 돌아가셨는데 유족의 슬픔, 아픔 등을 참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주어진 실정법이 가진 한계를 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사과 발언 과정에서 울먹이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한편 김이수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가 지목한 '5대 비리'와 관련해 어떠한 의혹도 받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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