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방송통신위원회 김용수 상임위원을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에 임명하자 자유한국당 미방위 간사인 박대출 의원이 “방송 장악을 위한 음모”라고 발끈했다.

박 의원은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을 막기 위한 법안인 ‘언론장악방지법’을 결사 반대해왔다는 점에서 ‘적반하장’이란 비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친박 출신으로 오는 7월 열리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최고위원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자유한국당 박대출 간사 등 미방위원들이 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정부에 미래부 차관 임명을 철회하고 방송장악 기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박대출 의원은 이날 TV조선과의 통화에서 김 상임위원이 미래부 차관으로 임명된 것을 두고 “임명한 지 두 달 밖에 안 된 사람을 차관으로 자리 바꿔주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인사”라며 “방송 장악 음모를 노골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임기 3년을 보장하는 상임위원을 돌연 미래부로 보낸 것은 방송장악을 위한 예정된 시나리오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대출 의원과 자유한국당은 현 상황을 유지시켜보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판단된다.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 패배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지만 적지 않은 활용 자산을 아직까지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대표적인 게 KBS·MBC 등 공영방송 경영진으로 이들은 박근혜 정권과 함께 해왔다는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상황이다.

박 의원은 지난해 7월 국회의원 162명이 공동 발의한 ‘언론장악방지법’에 대해 결사반대 해왔다. 이 법은 공영방송이 정권에 휘둘리지 않고 공정하고 중립적일 수 있는 제도를 정착시키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공영방송 이사 정수 여야 7대6 구성(기존 여야 7대4, 6대3 등) ▲사장 선임 시 3분의 2 이상 득표가 필요한 특별다수제 도입 ▲사업자와 종사자(제작·보도·편성) 동수의 편성위원회 구성 명문화 등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이 법에 대해 방송의 독립성을 훼손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반대했고, 당시 미방위 간사였던 박 의원은 해당 법안에 대한 법안소위 회부와 심사 자체를 거부했다. 이에 당시 더불어민주당 미방위 간사인 박홍근 의원 등 미방위 소속 구 야권 의원들은 올해 2월 국회에서 ‘언론장악방지법 처리’를 촉구하는 피케팅 농성까지 벌였다.

언론장악방지법 통과를 촉구하는 피케팅 당시 박홍근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유한국당이 이 법안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법안을 최대한 끌고 가자는 거다. KBS 사장은 내년 12월까지 임기가 보장돼 있다. MBC 사장은 선출되면 3년의 임기가 보장된다. 현 집권세력과 임기를 같이 하며 자기들 뜻대로 방송사를 운영하고 보도나 편성에 개입을 하겠다는 노골적인 의도”라며 “‘알박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정권교체가 이뤄져 여야가 바뀐 상황에서도 언론장악방지법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입장 변화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고대영 KBS 사장과 김장겸 MBC 사장이 임기를 채우는 게 언론장악방지법 제정을 통해 정부여당에 치우친 지배 구조를 개선하는 것보다 낫다는 계산이다. 자유한국당의 활용 가능한 최대 자산은 고대영 KBS 사장과 김장겸 MBC 사장이라는 얘기와도 일맥상통한다.

자유한국당과 박대출 의원이 문 대통령의 이번 인사에 대해 ‘방송 장악’을 거론한 것도 향후 구성되는 방통위가 진행할 방송 개혁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또 올 연말 만료되는 지상파 3사(KBS·MBC·SBS) 재허가 심사에서 KBS·MBC는 그동안의 ‘공정성’ 논란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이 ‘공영방송의 공정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만큼 방통위가 엄격한 재허가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기대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한편, 김용수 위원은 지난 4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 지명권을 행사해 임명한 ‘알박기 인사’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여권은 여야 3대 2 구조인 방통위에서 과반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이번 인사로 문 대통령은 대통령 지명권을 행사해 새 방통위 상임위원을 선임할 수 있게 됐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