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팀의 일밤 수혈이 한쪽부터 서서히 변화의 조짐을 가져오고 있다. 비록 패떴을 하차한 유재석이 아니라는 점이 아쉬운 팬들이 많겠지만, 우선은 변화하고자 무진 애를 쓰는 일밤팀의 고뇌의 일단을 긍정적으로 받아드릴 필요가 있다. 단비 세 번째 에피소드부터 출연한 정형돈의 처음은 무도에서처럼 별 존재감 없이 게스트인가 하는 인상을 남겼는데, 캄보디아 편에서는 무도에서 단련된 내공이 발휘되었다.

독한 예능전사들 속에서는 잘 몰랐던 정형돈의 상황 주도는 조용히 단비팀의 변화를 이끌었다. 캄보디아 앙코르왓에 도착해서 길잡이(김학용 원장.다일공동체) 찾기 내기에서 진 용만 팀의 비상식량 털기에서 단비의 첫 번째 웃음이 터졌는데, 다분히 준비한 듯한 느낌은 주지만 그런 정도는 단비의 상황 속에서는 기꺼이 인정해줄 수 있다. 어쨌거나 김용만과 탁재훈의 비상식량으로 웃음도 넉넉히 줄 수 있었고, 스태프들의 아침식사까지 때우게 했으니 나쁠 것 없다.

아무리 아프리카에서 굶주림이 심했다 해도 트렁크 하나에 달랑 옷 한 벌 외에 모두 먹을 것이었던 김용만과 탁재훈의 생존(?)본능은 이해가 갈듯말듯 웃겼다. 역시 40대의 노파심이었을까? 집 나가 배고픈 것만큼 서러운 것은 없으니 그런 정도로 이해를 할 수 있다.

한바탕 웃고 난 후 단비팀이 언제나 그랬듯이 두 개의 미션 중 개인을 위한 미션을 위해 찾은 곳은 경상도 크기만 한 동양 최대의 톤레샵 호수이다. 가장 먼저 킬링필드가 떠오르는 캄보디아는 가난한 동남아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가난하다. 그곳에 눈 먼 아비와 일곱 동생과 함께 근근히 생계를 꾸려가는 쏘꼰을 찾아 돕는 것이 단비의 미션이다. 쏘꼰을 찾아러 가는 뱃길에는 많은 아이들이 구걸과 장사를 위해 거침없이 배에 오르는 모습이 담겼다.

이 장면에서 일밤 게시판에 눈길을 끄는 시청자 의견이 있었다. 내용을 간추리면 가난한 나라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인 어린이 노동에 관한 것으로 어린이들이 파는 잡화나 구걸에 응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렇게 아이들을 통한 구걸이 통하는 까닭에 어린이 노동이 지속되고, 학교를 갈 수 없다는 내용이다.

상당히 이성적이고 타당한 이유지만 단비팀이 그런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을 것이지만, 안다손치더라도 가련한 어린이가 1달러만 달라고 손 내미는데 거절하기도 참 난감한 일이다. 이것은 단비팀과 여행객 모두의 숙제로 남을 것이다.

또 하나의 시청자 오해가 있었다. '쏘꼰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단비팀의 첫 미션을 위해 이지아, 탁재훈, 김현철, 안영미가 새 배를 구하러 가고 김용만, 정형돈, 윤두준은 하루 쏘꼰의 고기잡이를 돕기로 했다. 문제는 용만팀이 서툰 솜씨로 쏘꼰의 낡은 배에서 정작 고기잡기보다는 몸개그에다가 결국은 배를 뒤집은 것에 대한 불만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미 배를 선물로 주기 위한 사전 안배였다.

아무리 선물이라 해도 그냥 주는 것보다는 뭔가 실수를 통해 배를 망가뜨렸으니 새 것으로 주겠다는 수순이 조금은 받는 이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용만과 형돈의 몸개그는 현장의 쏘꼰 남매도 간만에 환하게 웃을 수 있었던 것처럼 어려움 속에서 웃음이 주는 잠시의 행복감이었다. 오랫동안 단비의 숙제였던 예능의 실마리가 풀리는 순간이었는데, 남들 어려운데 무슨 짓이냐는 불만도 없지 않은 것 같은데 정말 단비팀으로는 "그럼 어쩌라구?"라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그들의 환경 속에서 19살 소녀가 애를 갖고, 그 남편은 도망치고 매일 굶주린 동생들이 주렁주렁 딸려 있다 해도 하루쯤은 무거운 삶의 짐을 내려놓는 것을 사치라고 할 사람은 없다. 개그맨들인 그들과 말쑥한 아이돌이 합심해 함께 몸을 던져 보인 몸개그가 좀 웃고 싶다고 볼멘 소리를 쏟아냈던 시청자와 쏘꼰을 위한 노력이었다는 것이기에 트집 잡지 말고 몇 주 정도 그냥 지켜보는 인내를 보이자. 제발.

단비팀의 방문을 받은 쏘꼰 네는 그나마 톤레샵 호수에 사는 천 여구의 수상가구들 중에서 분명 행운을 얻은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하나의 행운이 톤레샵 호수 모두의 행운일 수는 없고 더 나아가 절대적 빈곤을 해결해줄 열쇠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주 스리랑카에 단비학교를 세웠듯이 다음주 캄보디아 어린이들을 위한 좀 더 많은 이들을 위한 미션이 수행될 것이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하지 못한다는 속담이 그렇듯이 전세계의 빈곤을 단비팀이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들이 웃기건 웃기지 못하건 매주 한 번씩 그 가난 속으로 깊숙이 발길을 하는 만큼의 희망은 전하고 있다. 그것은 가난을 벗어난 우리들에게는 감동이고 또한 나눔의 동기를 준다.

낙숫물이 댓돌에 구멍을 내듯이 무관심 속에서도 무소처럼 가다보면 단비에 귀기울이는 더 많은 사람들이 티비 앞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로 다가서게 될 것에 대한 믿음을 가져본다. 그래서 단비는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희망의 이름으로 오랫동안 행진하기 바랄 뿐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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