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소녀시대다. 25일 아침 8시에 각 음원 사이트에 선공개 된 소녀시대 정규2집 타이틀 Oh!(Kenzie작곡)가 불과 10분 만에 몽키3 차트 1위에 올라 또 다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 이전에 뮤비 티저 공개에는 네이버 뮤직 사이트가 1시간가량 다운되는 상황을 빚기도 했으니 이런 반응은 이미 예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소녀시대 Oh!의 기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음원 공개 당일 멜론, 싸이, 벅스 등도 연이어 차트 1위 자리를 꿰찼으며 하루 반나절 만에 (예상대로)엠넷을 제외한 전 음원 사이트 1위 자리에 등극했다. 거대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의 홍보 위력도 있겠지만 언론 매체들은 앞 다퉈 작년 Gee의 재현을 예상하는데 주저함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언론들의 반응과는 달리 대중 속에서는 Oh!에 대해 반신반의하거나 혹은 평가 절하하는 모습들이 적지 않게 나타났다. 심지어 반석 같은 팬덤 속에서도 많지 않지만 비슷한 경향이 일부 보였다.

그러나 대놓고 호평하는 언론도 그렇거니와 불과 15초 남짓의 티저영상만으로 이미 다 알겠다는 태도도 모두 성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한 음원이 공개된 현시점에서조차 소녀시대 Oh!에 대한 평가는 아직 유보되어야 한다. 작금의 가요는 퍼포먼스 그룹과 비포포먼스 그룹 둘로 나눌 수 있다. 적어도 상업적 목적을 둔 가수라면 모두 공을 들이기는 하지만 아이돌 그룹과 그렇지 않은 쪽은 퍼포먼스에서 결정적으로 갈리게 된다. 어쩌면 퍼포먼스 + 노래가 아이돌 그룹의 정체성이라 해도 딱히 반론하기 어려울 것이다.

작년 많은 걸그룹의 득세 속에서 유난히 브아걸과 카라의 존재가 눈에 띄었다. 그들은 2NE1이나 포미닛 같은 신인은 아니었으나 뒤늦게 빛을 본 그룹이고, 작년 히트곡인 아브라카다브라와 Mr 이전에도 좋은 노래들이 있었다. 물론 공중파 1위의 경험 또한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9년이야말로 이들의 입신양명이 이뤄진 해이다. 공교롭게도 모두 각자의 노래를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통해서 가능했던 결과였다.

멤버 대부분이 나이 서른에 접어든 브아걸이 아이돌 그룹으로 분류되는 까닭은 그들이 종전과 달리 강한 퍼포먼스로 무장하고 대중 앞에 나서는 까닭이다. 카라야 원래 아이돌 그룹이었으니 설명할 필요가 없다. 결국 아이돌 그룹에게 있어서 퍼포먼스는 노래에 덧붙이여 제공하는 서비스 차원이 아니라 성패를 가르는 필수 요소라는 뜻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 말은 27일 소녀시대 Oh! 뮤직비디오의 공개 후에 비로소 진정한 평가와 전망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노래 길이만 놓고 볼 때 3분 8초인 Oh!의 뮤직비디오 러닝타임은 좀 더 길 것이다. 좀 거칠게 예상해서 4분이라고 하자. 그중 15초는 물론 이번(모든 아이돌 그룹의 곡도 마찬가지인)곡의 핵심이 되는 후렴, 반복되는 부분의 영상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맛보기에 불과한 티저영상이다. 이후 음원 공개로 좀 더 상상과 추측의 소스가 풍부해진 것은 맞지만 그것은 아직까지는 모두 짐작일 따름이다.

물론 지금까지 눈 감고 코끼리 더듬는 식으로 Oh!에 대해 평가하고자 한 사람들의 기대(혹은 우려) 속에는 Gee의 기억이 깔려 있을 것이다. 뮤직뱅크 9주 연속 1위에다가 상반기 그리고 연말결산까지 Gee 한 곡으로 소녀시대는 무려 11번의 1위 기록을 갖게 되었으니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게다가 일부 섹시코드의 단정은 빈약한 근거로 인해 그냥 무시할 수 있으나 월드컵 등 굵직한 국제 스포츠가 많은 2010년에 맞춘 마케팅 전략조차도 흠집 내는 것까지는 성급함을 넘어 폄하 의도에 대한 의심을 들게 한다. 그러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되면 몰라도 상황에 맞는 전략을 들고 나오는 것은 노래 이전에 칭찬받을 대목이 분명하다.

2002년 월드컵 때 윤도현의 오! 필승 코리아가 얼마나 긴요 했었나 거꾸로 묻고 싶다. 그때 그 노래가 없었다면 거리를 메운 붉은악마들은 좀 심심할 뻔 했다. 거기에 될지 안 될 지는 전적으로 대중이 선택할 문제이자만 소녀시대의 Oh!가 하나 더해지는 것은 우리 응원문화에 득은 될지언정 해가 될 턱이 없는데 생떼 부릴 이유 없다.

작년에 이어 현재까지 우리는 소녀시대가 하면 뭐든 이슈가 되는 시대를 걷고 있다. 소녀시대의 존재는 대중문화의 중요한 구심점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그에 합당한 정중함을 갖고 대할 필요가 있다. 그 정중함을 놓치지 않는다면 적어도 Oh! 뮤직비디오와 30일 MBC 음악중심 무대를 본 후에 좀 더 진지하게 얘기를 해도 좋을 것이다. 소녀시대만의 독특한 퍼포먼스와 결합된 Oh!가 또 어떤 충격으로 대중에게 뛰어들지 기대된다.(1.27일 발행)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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