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를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야 하듯이 이제 더 이상 효민을 통편녀라 놀리면 안되겠다. 누구의 귀띔이 있었는지 아니면 몇 달 지내본 효민 스스로의 판단이었는지는 몰라도 써니의 병풍을 자처한 예능 사상 유래가 없는 1+1 커플의 시너지 효과가 날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거기다가 마냥 신인에서 1위 가수로 오른 자신감도 더해진 탓인지 요즘 효민의 존재감이 훌쩍 자라났다.

게다가 표정 변화 없고, 기어들어 가는듯한 효민의 목소리가 원플러스원 보너스를 연상케 해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낸다. 효민의 일방적인 구애로 시작한 원플러스원 커플은 기대 밖으로 청춘불패의 새로운 대세로 굳혀지고 있어 흥미롭다. 하라와 현아의 유치개그가 식상해질 무렵 등장한 것이라 시기 또한 절묘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라는 것에 새삼 수긍하게 된다. 보핍 보핍으로 지상파를 석권한 티아라의 효민은 굳이 써병커플이 아니어도 스스로도 호감도 상승을 보이는데 거기에다가 써니와의 커플을 자청하는 타이밍이 절묘했다. 보핍은 이제 정리단계에 들어갔고 써니는 정규2집을 통해 왕성한 활동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활발한 써니와 다소 조신한 효민의 케릭터 조합이 음양의 조화처럼 잘 어우러진다. 시너지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효민의 일방적이고 무한애정 공세에 써니의 곤란해 하는 모습이 적절히 희화되어 재미를 주었다. 자고로 모노 드라마가 아닌 다음에야 어떤 상황에 투입되는 인물들은 짝을 이뤄야 재미를 준다. 그것이 희극적이건, 비극적이건 도대체가 치고 박고가 있어야 긴장이 생기고 그것이 풀어지거나 고조됨에 따라 보는 이를 몰입시키고 결과적으로 재미란 수확을 거두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써병커플을 통해 병풍녀 효민의 이미지 일신의 활약이 기대된다.

그러나 써병커플이 진짜로 좋은 이유는 따로 있다. 통평녀 효민이 어떻게 보면 굴욕이라 할 수 있는 써니병풍을 자처해도 좋을 만큼 아이들이 허물없는 사이로 친해졌다는 사실이다. 소녀시대와 카라가 무대 위에서 서로의 엉덩이를 쳐주면 친하게 지내는 모습은 양쪽 팬덤에도 흐뭇하게 전해졌다.

그렇듯 걸그룹 멤버들이 친하게 지내는 것은 팬덤 분위기에도 변화를 준다. 설혹 그들이 무대 위에서 순위를 놓고 경쟁을 벌인다 해도 돈독한 우정이 여전히 과시된다면 더 이상 공격적 팬덤의 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써병 커플은 물론 청춘불패는 이렇듯 민감한 걸그룹 팬덤의 화해에도 일조를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런 면에서 청춘불패는 팬덤 문화의 변화에 일정 부분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농한기를 맞아 청춘불패는 그동안 농삿일은 사실 손 놓고 있었다. 명색 신 귀농일기를 자처한 청춘불패로서는 좀 머쓱했는지 비닐하우스 안에 상추를 심었다. 비닐하우스 안의 작은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마치 소꿉놀이하는 느낌을 주기도 했는데, 4주면 수확한다는 상추를 심어서라도 청춘불패가 농사에 대한 시선을 떼지 않음을 애써 확인하려는 것 같다.

처음부터 밭을 갈고, 비료 주고 비닐 덮고 모종 심기까지 꽤나 시간이 소요된 상추심기는 상대적으로 버섯농장팀 보다 일의 내용도 그렇거니와 화젯거리가 아무래도 다양했다. 같은 일이라 해도 흙을 만지는 것은 지루함을 견디기 위해 노래를 이끌어내고, 서로의 노고를 덜어주기 위한 걸쭉한 농담도 오가는 법이다. 그래서인지 버섯 팀인 노촌장, 곰태우, 유리, 선화, 하라, 현아 팀의 분량은 상추 팀에 비해 상당히 적었다.

그도 그럴 법한 것이 신영과 나르샤의 리드가 이미 자리가 잡혔고 거기다가 이 팀은 몇 주 동안 밀고 있는 뻥토크 배틀이 은근히 중독성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효민의 도발로 결성된 써병커플의 안착으로 일도 재미도 앞서갈 진용이 완성되었다. 효민의 호감도가 부쩍 상승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봐도 무방할 듯싶다.

분량에서 상추 팀에게 압도당한 버섯 팀은 끝부분에 상추밭 지분 퀴즈에서 반전을 기대했으나, 유리가 채소와 관련된 두 문제를 너무 쉽게 맞춰서 재미 주기는 곤란해졌다. 이때 등장한 것이 유리의 망가지기 막춤. 퀴즈에서 누구도 재미를 주지 못해 조금 싱겁게 끝나버릴 청춘불패의 클로징을 창피하다는 써니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웃음으로 마감해주었다.

이제 4주 후면 청춘불패 g7은 스스로 키운 상추에 밥을 싸 맛있는 한 끼를 먹게 될 것이다. 청춘불패가 유치리를 찾아 좌충우돌 몇 개월을 보낸 끝에 처음 맞는 수확의 기쁨이며, 노동의 고마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만큼 아이들은 성장했고 그 성장만큼 청춘불패의 존재감 역시 이제는 누가 함부로 업신여길 수 없을 만큼 올랐다. (1/30 발행)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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