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가 이번엔 이다해 상체에 모자이크를 했다. 이다해가 <추노>를 통해 노출의 아이콘, 신부화장의 아이콘으로 찍혀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얼마 전에 <추노> 제작진은 지금까지의 이다해 캐릭터의 문제가 자신들 탓이라며, 시청자의 지적을 받아들여 앞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이겠다고 하기도 했다.

말하자면, 모자이크가 그 변화의 첫걸음이란 얘긴데, 차라리 변화 안 하니만 못하게 됐다. 마치 성인물처럼 모자이크를 함으로서 이다해의 노출이 더욱 민망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작품이 아주 확실하게 이다해를 노출 캐릭터로 부각시킨 형국이다. 다른 배우들이 모두 절절한 연기를 보여주는데, 이다해만 신부화장과 속살을 보여주며 따로 노는 구도를 굳혀간 것이다. 이다해의 노출은 이미 네티즌에 의해 희화화되어 충분히 비웃음을 사고 있는 상황인데, 또다시 그것을 부각시켰으니 이쯤 되면 ‘이다해 죽이기’라고 해도 될 판이다.

더 민망했던 모자이크, 이다해 두 번 죽이다?

정 노출을 보여주고 싶으면 차라리 야릇하게 가리지 말고 지금까지처럼 대놓고 보여주는 것이 더 나았다. 가리니까 오히려 이다해 몸에 대한 집중도가 더 커지며, 프로그램이 마치 ‘이다해가 지금 낯 뜨거운 노출을 하고 있으니 주목하세요’라고 소리라도 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대놓고 보여줬어도 문제는 됐을 것이다. 이미 노출로 희화화된 이다해를 두 번 죽이는 것이니까. 그럼 대놓고 보여줘도 안 되고, 모자이크를 해도 안 되고, 어쩌란 말인가? 간단하다. 안 보여주면 된다. 굳이 안 들어가도 될 노출씬을 빼고 이다해의 감정선이 부각되는 장면을 집어넣으면 되는 것이다.

<추노>가 그동안 리얼리티 무시하고 이다해를 구름 속 선녀 같이 그리며 혼자서 CF 모델처럼 우아를 떨게 만들고(노비 시절엔 포카리스웨트 광고 같은 이미지조차 있었음), 심지어 노출까지 시키며 엄청난 욕을 먹게 만들었으므로, 정말 그녀를 생각한다면 이젠 무의미한 노출보다 감정선을 부각시키는 쪽으로 편집을 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에 <추노>는 더욱 이다해의 노출이 도드라지는 편집을 택함으로서 반대로 갔다. 게다가 실수인지 의도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노출씬이 이어지는 중간에 모자이크가 사라짐으로 해서, 모자이크의 의도조차 모호해졌다. 뭔가를 가리고 보호하려고 한 건지, 아니면 그저 초반에 선정적인 분위기를 깔아주려는 의도로만 한 건지가 애매해졌다는 말이다.

물론 볼거리 서비스 이외엔 완전히 무의미했던 지난 번 노출에 비해, 이번 노출은 오지호가 이다해의 흉터를 보게 되고, 둘 사이에 보다 깊은 감정이 생긴다는 의미가 있긴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노출이 과했다. 흉터를 보는 데까지만 표현하고,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도 이 둘의 도피행각을 표현할 수 있었다. 수많은 사극에서 남녀가 부상을 빌미로 단 둘이 도피하는 설정이 나오는데, 그때마다 노출이 길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추노>가 이번에 이다해의 몸을 보여주는 것 자체에 주력했다는 것은, 깨어난 이다해가 저고리를 입는 과정에서 분명히 알 수 있다. 잠깐만 보여줘도 되는데 세 컷에 걸쳐 그녀를 천천히 보여줬다. 가슴의 볼륨감이 두드러지는 조명을 써서 풀샷을 보여주기도 했고, 특히 이다해가 저고리를 입는 과정을 정면 바스트샷 롱테이크로 보여주며 노출을 강조하기도 했다.(선정적인 볼거리 이외엔 정말 무의미한 샷이었다) 프로그램이 또다시 이다해를 ‘노출녀’로 부각시킨 것이다.

이미 그녀를 신부화장녀, 뽀샵녀, 노출녀로 만들어 네티즌의 웃음거리로 내몬 프로그램이, 또다시 이러는 건 너무 하는 것 아닌가? 나는 개인적으로 <추노>가 리얼리티 무시하고 볼거리 위주 엔터테인먼트로 가는 것에 큰 불만이 없으나, 많은 시청자들이 이다해 캐릭터에 불쾌감을 호소하고 있으므로, 시청자와 작품 그리고 이다해를 위해서도 이런 방식엔 변화가 필요할 걸로 생각된다.

<추노>를 버릴 수 없는 이유

이번에 방영된 7회에선 공형진의 저격 장면이 강렬했다. 선정적인 노출이나 신부화장식의 볼거리는 조금 문제가 있지만, 이렇게 잘 만든 액션 같은 볼거리는 <추노>의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아이리스>를 비롯해 숱한 드라마에서 총격씬이 있었지만 이번에 <추노>가 보여준 것만큼 긴박감을 느끼게 하는 총격씬은 없었다. 대체로 한국 작품들은 총을 쏠 때 정신없이 카메라를 흔들어대면서 있지도 않은 긴박감을 억지로 강요하는 측면이 있다. 그런 장면에서 느껴지는 건 지루함과 어지러움, 난삽함뿐이었다.

<추노>는 그렇게 카메라를 흔들어대거나 정신없이 컷을 나누지 않고 차분하게 공형진이 삼보사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다른 작품들의 총격씬에 비해 훨씬 긴장감도 컸고, 몰입도도 높았다.

이런 정도의 액션 완성도와 함께, 노출 볼거리 등으로 일탈하지 않고, 치열하면서도 넉살 좋은 캐릭터인 공형진 정도의 느낌만 건실하게 유지해도 <추노>는 명작으로 길이길이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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