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뉴스룸>이 연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의혹에 대해서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31일에도 단독보도라며 강경화 후보자의 두 딸이 매입한 거제의 부동산에 대해서 기획부동산 의혹을 제기했다. 이곳이 기획부동산이라는 혐의를 둔 근거로 “주택이기는 하지만 산을 깎아 만든 땅 위에 컨테이너 두 동만 올라가 있는 구조”라는 것을 제시했다.

그런데 기자의 리포팅은 첫 문장부터 팩트를 벗어나 있었다. <뉴스룸>은 현장에 대한 근거 사진으로 ‘다음 로드뷰’의 캡쳐 사진을 제시했다. 바로 그 지점에서 <뉴스룸>의 단독보도에 결정적 허점이 드러나고 말았다는 사실은 몰랐을까? 포털의 로드뷰에 기대어 심각한 내용을 너무 쉽게 단정한 것은 아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강경화 후보자의 딸 소유인 거제 주택에 대한 JTBC <뉴스룸>의 단독보도는 팩트가 왜곡된 오보라는 것이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아닌 게 아니라 ‘다음 로드뷰’의 캡쳐를 억지로 대충 보면 정말로 컨테이너 달랑 두 동만 겹쳐 놓은 구조처럼 착각할 수도 있기는 하지만, 허술한 로드뷰 캡쳐마저도 자세히 본다면 두 동이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 쉽게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또한 실제의 현장 주택은 <뉴스룸>의 보도 내용과 달라도 너무도 다른 차원의 구조물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해당 주택이 컨테이너를 활용한 것은 맞지만 두 동이 아니라 40피트 컨테이너 다섯 동을 쌓은 제법 큰 규모라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강경화 후보자의 남편의 블로그(일병씨의 행복여행)에 상세하게 게재되어 있었다. 현재 비공개로 전환되어 있지만, 해당 블로그에는 <뉴스룸>이 제시한 ‘다음 로드뷰’의 단편적인 사진이 아니라 공사 전체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상세한 사진들도 많았으며, 다양한 설계도면까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까지 가지 않고 포털에서 제공하는 로드뷰를 사용한 것도 모자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블로그마저도 한번 둘러보지 않은 채로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의혹보도를 내보낸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심지어 해당 주택은 일반 컨테이너 하우스 업체의 블로그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당연히 이날 보도의 핵심이었던 ‘기획부동산’이라는 의혹제기도 다분히 자의적인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기획부동산으로 판매할 목적이라는 것도 아니고 그것을 매입해서 의혹이라는 것 자체가 문장으로 성립하지 않는 비문이라는 데 더 심각한 문제가 숨어 있다. 이날의 보도 제목을 다시 보자. <[단독] 강경화 후보자, 거제에 ‘기획 부동산’ 매입 의혹>이었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기획부동산을 판매할 의도를 들켰다면 몰라도, 매입한 것이라면 그 자체로는 피해자라는 의미에 더 가깝다. 그렇지만 뒤에 의혹이라는 단어를 통해 뭔가 부정적 뉘앙스를 전달하고 있다. 결국 <뉴스룸>의 보도로 인해 강경화 후보자의 배우자가 꿈꾸었던 은퇴 후의 평화로운 삶은 졸지에 부동산 사기 혐의를 뒤집어쓰고 말았다. 강경화 후보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식의 폭력에 노출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공직자 후보에 대한 검증과 그 가족의 인권침해가 충돌하게 될 경우 후자를 택해야 할 것이다.

<뉴스룸>은 이날 앵커브리핑을 통해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을 했다. 같은 말을 <뉴스룸>에 돌려주어야만 할 것 같다. 디테일도 없이 악마가 되려고 하지 말았어야 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거제도 주택에 대한 허술하고 무성의한 보도는 오보였고, 결과적으로 악의적 결과를 낳았다. <뉴스룸>은 이에 대해서 시청자는 물론이고 강경화 후보자와 그 가족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만 할 것이다. <뉴스룸>이 그래픽 데이터 왜곡으로 사과를 한 것이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얼마 되지 않아 또 사과할 일이 생겼다면 뭔가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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