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KBS가 ‘2016년도 보도·시사 부문 평가’에서 낙제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보도 부문에서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신뢰성과 공정성 측면에서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총선, 사드 배치, 국정농단과 탄핵 국면 등의 보도에서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고, 공영방송의 보도 독립성에 영향을 미친 사건까지 겹쳤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왔다. 공영방송인 KBS가 사회적으로 논쟁적인 이슈를 적극 다뤄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KBS이사회는 방송법에 따라 경영평가단을 구성, 방송과 경영 전반에 대한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25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2016 경영평가 보고서'를 접수했다. (사진=미디어스)

KBS는 31일 저녁 ‘2016 KBS 경영평가’ 결과를 보도했다. 앞서 KBS 이사회는 방송법에 따라 경영평가단을 구성, 방송과 경영 전반에 대한 평가를 실시했고, 지난 25일 열린 이사회에서 ‘경영평가 보고서’를 접수 의결했다.

KBS 경영평가단은 ‘2016년 경영평가 보고서’에서 “KBS의 보도와 관련해 전통적으로 큰 영향력을 지녀온 KBS<뉴스9>의 시청률은 여전히 우위를 보이고 있으나 KBS 보도 전반의 공정성, 신뢰성 등에 대한 평가 지수는 이전 연도에 비해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KBS<뉴스9>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지상파 메인뉴스 시청률에서 경쟁사보다 2~3배가량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 KBS는 주간지 <시사인>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언론사 신뢰도 평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가장 신뢰하는 방송 매체’를 뽑아달라는 주관식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29.7%가 KBS를 선택, JTBC(26.3%) 보다도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세부 응답 내용을 들여다보면 KBS를 선택한 응답자들은 60세 이상(50.9%), 대구·경북(42.2%), 새누리당지지(55.4%), 보수(38.8%)로 구성됐다. JTBC는 40대 이하(20대 32.7%, 30대 39%, 40대 33.1%), 진보(42.7%)였다. 높은 연령의 보수층들이 KBS 뉴스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반면, 젊은 진보층들은 JTBC의 보도에 신뢰를 보인 것이다.

▲2007~2016년 국내 주요 미디어의 신뢰성 조사 결과. 출처 미디어미래연구소(2016년)

KBS 보도에 대해 언론 전문가들의 평가는 달랐다. <미디어미래연구소>가 언론학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언론사 신뢰성 조사’에서 지난 10년간 신뢰성 상위 지표를 유지했던 KBS는 2016년에 이르러 순위권에서 사라졌다. 같은 해 기자협회에서 전국의 기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KBS는 신뢰성에서 낮은 점수와 순위를 기록했다.

평가단은 KBS가 지난해 총선, 이건희 성매매, 사드 배치, 국정농단 사태 및 탄핵 등 보도에서 내용과 형식에 걸쳐 공정성 논란에 휘말린 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KBS는 자사가 투자한 영화 ‘인천상륙작전’ 관련 뉴스 및 프로그램을 52건 방송하며 ‘노골적인 띄우기’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 국면에서는 KBS가 ‘청와대 방송’을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들은 “방송사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더 많은 토론을 해내야 한다”며 “‘고정된 가이드라인, 제작 지침’에다 지속적인 내부 토론을 보태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공정성 문제는 그를 책임질 가이드라인의 부재나 공정성 지표 관리기구 부재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공정성을 토론한 준비나 의지가 부족한 데서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평가단은 지난해 6월 폭로된 ‘이정현 녹취록’을 두고 KBS의 독립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 녹취록은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김시곤 전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에 개입하려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들은 “실제로 개입이 어느 정도까지 반영됐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통화가 있었고, 적극적인 저항이 없었다는 사실은 보도 개입으로 인식될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국정농단 사건에서 종편에 비해 적극적으로 보도에 나서지 않았던 점 등이 정치적 독립성이 약화됐다는 인식을 주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평가단은 ‘보도·시사 부문 종합평가 및 개선 과제’에서 “KBS는 보도부문의 공정성, 신뢰도 등 다양한 지표에서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메인뉴스 시청률에 안주하지 않고 보도 전체 프로세스와 뉴스 가치, 쟁점, 의제설정 보도 시스템 재편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사회적으로 논쟁적인 이슈를 더욱 적극적으로 다룰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2016년도 경영평가단은 ▲최양수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원용진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최용균 전 KBS제작리소스센터장 ▲백종호 서울여자대학교 미래산업융합대학 소프트웨어융합학과 교수 ▲최동석 아시아연구네트워크 인사조직혁신센터장 ▲조승호 대주회계법인 대표 ▲전홍구 KBS 감사 등 총 7명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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