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삼성증권 후원)이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 오픈 1회전을 통과했다.

세계랭킹 67위 정현은 30일 오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프랑스 스타드롤랑가로 3번 코트에서 열린 세계랭킹 28위 샘 쿼리(미국)와의 남자 단식 1회전에서 세트스코어 3-1(6-4, 3-6, 6-3, 6-3)로 승리, 2회전(64강) 진출을 확정했다.

한국인 선수로서 프랑스오픈 2회전에 오른 것은 이형택에 이어 정현이 사상 두 번째. 이형택은 2004년과 2005년 롤랑가로에서 3라운드(32강)까지 진출한 바 있다.

정현은 이날 시속 200km를 넘나드는 강서브를 구사하는 데다 세계랭킹에서 거의 40계단 위의 쿼리를 맞아 고전이 예상됐지만 악착같으면서도 침착한 스트로크 플레이로 쿼리의 범실을 유도한 끝에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비록 2세트를 아쉽게 내주기는 했지만 1세트 완승을 시작으로 4세트에서 승부를 마감할 때까지 정현의 플레이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정현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특히 쿼리의 강력한 서브를 일단 리시브해서 넘긴 이후에는 능수능란한 스트로크로 쿼리를 자신의 페이스로 끌어들여 범실을 유도했고, 범실이 반복되면서 쿼리는 평정심을 잃어갔다. 결국 4쿼터 들어 더블 폴트와 스트로크 미스를 남발하며 자멸한 쿼리를 잡을 수 있었다.

사실 이번 대회에서 정현의 선전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다.

정현은 지난 7일 독일 뮌헨에서 끝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BMW오픈에서 4강까지 진출 한국 선수로는 10여 년 만에 투어급 대회 4강 진출이라는 값진 성과를 올려 세계랭킹 66위에 이름을 올렸다. 정현이 세계랭킹 60위대에 이름을 올린 것은 작년 3월 이후 1년 2개월 만이었다.

정현은 또 바르셀로나 오픈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 8강에까지 오르기도 했다.

정현은 BMW오픈 4강 진출 이후 국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 상승세의 원인에 대해 “지난해 내가 어려운 시간을 보내면서 부정적인 생각도 갖고 있었지만, 코트에 들어설 때 긍정적이 되려고 노력했다”며 “그런 모습과 태도가 좋아지면서 결과도 나아진 것 같다.”고 밝혔다.

정현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어 그는 “코치진도 바꿨는데 한 달간 큰 변화는 아니지만 세세하게 달라진 면이 있다. 새 코치(스카이 김) 선생님이 테니스에 대해 섬세한 편이라 저와 의사소통이 잘 된다. 이전 코치님(윤용일)과 오래 함께한 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그 기간에 노력한 것이 지금 빛을 내는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모든 것이 맞아떨어진 것 같다.”며 코치의 변화도 상승세의 원인으로 밝혔다.

이날 정현은 프랑스 오픈에서의 목표에 대해 “그동안 메이저대회에서 1회전 통과가 전부였는데 이번에는 두 번 이겨보는 것(3회전 진출)이 목표”라며 “만일 2회전까지 이기면 바로 목표를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정현은 꾸준히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작년과는 확연히 달라진 안정감을 드러냈고, 프랑스 오픈 개막 직전 치러진 리옹 오픈 1회전에서 세계랭킹 51위 도널드 영(미국)을 상대로 불과 1시간 만에 2-0(6-2 6-3)으로 완승, 16강에 진출했다.

비록 16강전에서 랭킹 14위 토마시 베르디흐(체코)에 패했지만 리옹 오픈을 통해 정현은 최소한 ATP 투어 대회에서 언제든 1회전 통과가 가능한 선수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정현의 선전이 이어지자 외신들도 반응했다. 특히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즈’는 정현을 세계 7위 도미니크 팀(오스트리아), 10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와 함께 프랑스 오픈에서 주목할 남자 선수 세 명에 포함시켰다.

뉴욕타임즈는 우선 정현이 올해 독일 뮌헨에서 열린 ATP 투어 BMW 오픈 4강, 스페인 바르셀로나오픈 8강 등에 오르며 클레이코트 시즌에 좋은 성적을 낸 점을 언급하면서 특히 정현이 바르셀로나 오픈에서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올랐고, 본선에서 데니스 이스토민, 필리프 콜슈라이버, 알렉산더 즈베레프를 연파하며 8강에 진출한 사실을 전한 데 이어 ‘클레이코트의 황제’ 라파엘 나달과도 경쟁력 있는 경기 내용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정현이 BMW오픈 16강에서 가엘 몽피스(프랑스)를 꺾고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리고 실제로 정현은 1회전에서 난적 쿼리를 잡아내며 3회전 진출이라는 1차 목표에 바짝 다가섰다.

5월 31일 현재 정현의 나이는 만 21세, 세계랭킹은 67위다. 자신의 역대 최고 랭킹은 51위. 아시아 선수로서 ATP 세계랭킹에서 최고 랭킹의 주인공은 일본의 니시코리 케이로 9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재의 기복 없는 플레이와 성적이라면 니시코리에 대한 추격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어 보인다. 정현이 한국 테니스 역사 최초의 세계 톱랭커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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