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우가 시즌 첫 승을 거뒀다. 복귀 후 초반 볼넷을 남발하며 위기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난 3경기 동안 안정된 투구를 펼치며 가능성을 보였다. 기아는 롯데와의 홈 3연전 첫 경기에서 양현종을 내보내고도 대패를 당했다. 자칫하면 다시 연패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팀 타선 폭발과 안정적인 피칭을 한 김진우로 인해 위기를 벗어났다.

버나디나의 맹타 팀 타선 이끌고 김진우 호투 승리로 이어졌다

이날 경기의 영웅은 버나디나였다. 버나디나는 초반 좀처럼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아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수비 실력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알아주는 능력이었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메이저급 호수비를 자주 보여주었다. 주력도 빠르고 야구 센스도 좋았지만 타격이 부진해 애를 태우던 버나디나가 완전히 적응을 끝내가는 듯하다.

연일 안타를 치고 있는 버나디나에게 토요일 경기는 큰 의미로 다가왔을 듯하다. 3루타가 없는 사이클링히트까지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이전과 이후의 버나디나는 명확하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전날 예상과 달리, 양현종이 무기력하게 무너지며 대패를 했다.

10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KIA 투수 김진우가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현종으로서는 두 경기 연속 무기력하게 무너졌다는 점에서 장기화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양현종이 한 시즌을 치르며 종종 이런 식의 슬럼프에 빠지는 경우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길었을 때는 시즌 전체를 흔들 정도였다. 물론 과거와 달리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하면서 이런 슬럼프가 짧아지기는 했지만 종종 이런 상황들이 나왔다는 점이 불안하게 다가온다.

김진우와 박진형의 선발 대결은 오래가지 못했다. 박진형은 1회부터 무너지며 오늘 경기를 완전히 기아에 넘겨주었다. 1회에만 무려 8실점을 한 경기를 뒤집는 것은 쉽지 않다. 물론 야구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더욱 불펜이 엉망인 기아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8점도 크게 다가오지는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1회부터 8실점은 과하다.

기아는 1회에만 13명의 타자가 나왔다. 5개의 안타와 5개의 사사구가 나오며 8점이 첫 이닝에 기록되었다. 나지완은 한 이닝에 두 번 나와 모두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는 황당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제구도 안 되고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공도 존재하지 않은 박진형에게 기아 타선은 무서울 정도였다.

3회 김진우가 2실점을 하자 말 공격에서 나지완의 적시타로 추가점을 올리는 등 기아 타선은 전날과는 완벽하게 달랐다. 나지완의 타구는 중견수 전준우가 잡을 수 있는 타구였지만 실책을 하며 추가 실점을 하고 말았다. 1회에 이어 기아는 4회 다시 한 번 빅이닝을 만들었다.

4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박진형에게 선두 타자인 서동욱이 볼넷을 얻어내고, 김선빈이 안타를 치자 롯데 벤치는 강동호를 마운드에 올렸다. 이미 승패가 완벽하게 기운 상황에서 롯데로서는 얼마나 적은 수의 불펜 투수로 오늘 경기를 마무리하느냐가 관건이었다.

무사 1, 2루 상황에서 최원준이 적시 2루타로 추가점을 올렸고, 1사 상황에서 버나디나는 3점 홈런으로 오늘 경기의 대미를 장식했다. 버나디나의 이 홈런은 팀 통산 2만 득점을 올리는 특별한 점수이기도 했다. 역대 두 번째 팀 통산 2만 득점을 한 기아는 전날 굴욕적인 경기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 타격이 완벽하게 살아났다.

2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경기. KIA 최형우가 4회초 1사 2루에서 홈런을 날리고 나지완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 선발 박진형은 3이닝 동안 95개의 투구수로 10피안타, 1탈삼진, 6사사구, 11실점을 하며 패전 투수가 되었다. 박진형은 오늘 볼넷을 남발하고 볼넷을 내주지 않기 위해 던지는 공은 가운데로 몰리며 난타를 당했다. 전날 양현종의 모습과 비슷한 패턴이었다.

박진형과 달리 기아 선발 김진우는 5이닝 동안 84개의 공으로 8피안타, 4사사구, 4실점을 하며 시즌 첫 승을 올렸다. 사실 오늘 김진우의 투구는 그리 좋지 않았다. 5이닝을 던지며 사사구를 4개나 내줬다는 것은 문제다. 앞선 두 경기에서 사사구를 줄이며 좋은 모습을 보였던 것과 달리, 오늘 경기에서 승리는 했지만 만족스러울 수 있는 공은 아니었다.

김진우가 마운드에서 내려간 후 기아 불펜은 다시 한 번 불안을 증폭시켰다. 고효준이 6회 마운드에 올라 두 개의 안타를 맞고 1실점을 했다. 뭐 그래도 이 정도는 봐줄만 할 정도였다. 7회 마운드에 오른 박지훈은 다시 최악의 투구를 했다. 나오자마자 세 타자 연속 볼넷을 내주는 말도 안 되는 투구를 보였다.

좀처럼 스트라이크를 잡아내지 못한 박지훈은 만루 상황에서 1루 땅볼로 실점을 하고 박헌도에게 다시 볼넷을 내주며 만루 상황을 만들었다. 엉망이라는 말로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홍건희를 마운드에 올렸지만 폭투로 실점을 한 그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불펜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 달리, 기아 타선은 여전히 뜨거웠다. 6회말 최형우는 시즌 13호 홈런을 쏘아올렸다. 이름까지 바꾸며 새롭게 시작한 고장혁은 8회 대타로 나서 시즌 첫 안타를 2루타로 만들며 타점까지 올렸다. 기아는 15점이나 올리기는 했지만 마냥 만족할 수준의 경기는 아니었다.

롯데는 박진형이 대량 실점을 하고 물러났지만 뒤이어 나온 강동호가 홀로 5이닝을 책임졌다. 비록 4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선발 투수보다 더 많은 이닝을 책임지며 롯데 불펜을 쉬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했다. 이에 반해 기아는 대량 득점을 한 후에도 4명의 불펜 투수를 올리며 불안해해야만 하는 상황은 큰 문제로 다가온다.

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2대1로 승리한 기아 타이거즈 선수들이 김기태 감독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와 기아 모두 9개의 사사구를 내주었다. 양팀 합해 18개의 사사구가 한 경기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만큼 경기 시간은 길어지고 집중도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토요일 경기를 보기 위해 구장을 찾은 팬들에게는 최악이 아닐 수 없었다. 기아로서는 현재의 불펜을 새롭게 재편해야만 한다. 막연한 기대감으로 경기에 올리는 것이 선수나 팬들 모두에게 최악이라는 사실을 오늘 경기에서도 잘 보여주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늘 경기를 지배한 버나디나는 3루타가 빠진 사이클링 히트 경기를 했다. 마지막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나며 아쉬워하는 그의 모습은 팬들의 마음이기도 했을 듯하다. 수비에서도 2회 엄청난 수비를 보여주기도 했다. 빠른 발로 공을 쫓아가던 버나디나는 점프를 하며 공을 잡아냈다. 그 과정은 결코 쉬울 수 없었다.

완벽한 확신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고, 순간적으로 버나디나가 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 수비 하나는 챔피언스필드를 찾은 기아 팬들에게 큰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기아 타자들이 올린 다득점이 일요일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는 없다. 한 경기에 너무 많은 득점을 하면 다음 경기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이들이 많으니 말이다.

기아가 1위를 달리고 있기는 하지만 불안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완벽해 보이던 선발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양현종이 두 경기 연속 부진한 모습과 대량 실점을 하며 무너졌다. 다른 선발이 아직은 단단해 보이지만 이 균열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여기에 불펜은 여전히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불안한 1위 기아가 언제까지 승승장구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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