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상황’이 좀 심각하다. 30대 굴착기 기사 서모 씨가 이로 인해 사망했기 때문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식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발견 당시 상황을 보면 폭발로 추정될 만한 ‘정황’이 보인다.

발견 당시 서씨는 왼쪽 가슴에 피멍이 들고, 일부 갈비뼈도 부러진 상태였다. 당시 휴대폰은 서씨의 작업복 왼쪽 안주머니에서는 배터리가 검게 녹아 달라붙은 상태로 발견됐다. 작업복 주머니 일부도 검게 탔다. 당시 서씨를 부검한 충북대 병원 응급실 의사도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볼 때 휴대폰 배터리 폭발 압력으로 심장과 폐가 손상돼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동아일보 11월29일자 14면.
대다수 언론들, ‘휴대폰 제조업체’ ‘해당 업체는’ 등 익명 보도

이 사안은 오늘자(29일) 대다수 신문이 주요하게 싣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좀 있다. 폭발한 휴대폰 제조업체가 어느 회사인지를 언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뭐 대충 이런 식이다.

“이 휴대폰은 국내 유명 전자회사에서 생산한 제품이다” “국내 유수의 전자회사에 생산한 이 휴대폰은” “휴대폰 제조업체 관계자는 …”.

▲ 매일경제 11월29일자 39면.
사망한 서씨의 갈비뼈가 골절돼 폐출혈 증상까지 발견될 정도면 폭발력이 엄청났다는 소리고 이는 휴대폰 폭발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해야 할 이유가 충분히 된다. 언론이라면 해당 제품이 어떤 제품이고, 언제 출시가 됐으며 어떤 업체의 제품인지를 ‘공개’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리고 그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는 다른 소비자들의 ‘안전’은 괜찮은 지 여부까지 해당 업체에게 물어 명확한 입장을 끌어내는 것 역시 언론의 역할이다.

그런데 오늘자(29일) 신문을 아무리 뒤져봐도 해당업체가 어디인지를 알 수가 없다. 오로지 매일경제가 39면에 제목이 아닌 기사에서 LG라고 명기하고 있을 뿐이다. 다른 신문들은 ‘유수의 전자회사에서 생산한 제품’이라고만 언급한다.

이번에 폭발한 휴대폰 제조업체는 LG다. LG의 경우 폭발사고의 후유증이 거센데 우리 언론만 ‘모르쇠’로 일관한다. LG라는 업체명을 실명으로 거론하기가 그렇게 힘든가. 증권 관련 기사 하나를 인용한다.

“29일 오전 11시8분 현재 LG화학은 전일보다 3.41%하락한 9만3400원을 기록하고 있다. 호남석유(5.5%), 한화석화(3.37%) 등 석유화학주가 대부분 오름세인 것과 대조적이다. LG화학은 전날에도 5.2% 하락해 이틀째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시간 LG전자는 전일 대비 2.42% 내린 9만66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LG필립스LCD 등 대형 IT주가 모두 오름세에 있는 것과 역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전날 폭발사고와 관련된 휴대폰이 LG전자이고 배터리는 LG화학의 리튬폴리머전지라는 소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 29일 온라인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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