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메시’ 이승우가 20세 이하(U-20) 월드컵 무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승우는 지난 20일 기니와의 U-20 월드컵 개막전이자 A조 예선 1차전에서 전반 초반 상대 수비수 5명의 견제를 뚫고 기선을 제압하는 중거리포 선제골을 성공시킨 데 이어, 후반전에는 상대 수비수 다리 사이로 통과시킨 절묘한 침투패스로 쐐기골을 어시스트하는 맹활약을 펼쳐 팀의 3-0 완승을 이끌었다.

이어 이승우는 지난 23일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는 무려 40m를 단독 드리블로 상대 진영을 돌파한 뒤 각도를 좁히려 골문을 비우고 뛰쳐나온 골키퍼를 넘기는 재치 있는 슈팅으로 선제골을 성공시키며 팀의 2-1 승리를 견인, 한국이 일찌감치 2연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 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잉글랜드의 경기에서 이승우가 슈팅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리고 26일 있었던 잉글랜드와의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는 한국이 0-1로 뒤진 후반 14분경 교체 투입되어 인저리 타임까지 약 36분가량을 뛰었지만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하고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하지만 경기 흐름을 일순간 한국 쪽으로 가져오는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단 3경기만을 치렀을 뿐이지만 국내 축구팬들은 이승우의 실력과 가치에 대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외신들도 이승우의 활약에 극찬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한국에 패한 아르헨티나의 언론은 이승우를 ‘디에고 꼬레아노(디에고 마라도나+이승우)’라고 표현하며 “바르사 유소년 이승우가 마라도나 같이 플레이 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치러진 U-20 대표팀의 경기를 통해 이승우의 존재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가까운 장래에 세계 축구를 이끌어갈 차세대 스타들이 총출동 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월드컵 대회에서 이승우가 이만큼 기대에 부응하리라고는 쉽게 확신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우리 대표팀이 상대한 아르헨티나는 U-20 월드컵 6회 우승에 빛나는 최다 우승국이고, 잉글랜드는 축구의 본고장 유럽의 최고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즐비한 팀이었다. 물론 기니가 상대적으로 약체이기는 했으나 한국이 속한 A조가 ‘죽음의 조’로 불린 것은 결코 틀린 말은 아니었다.

23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 한국 대 아르헨티나 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둔 한국 대표팀의 이승우, 백승호 등 선수들이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2017.5.23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홈 어드밴티지를 업고 있다고는 하나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이승우가 자신에게 사람들이 뭘 기대하는지를 알고 있었고, 그 기대에 부응해냄으로써 한국의 16강 진출은 다른 그 어떤 팀보다 빨리 이뤄질 수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이승우의 존재감은 단순히 골을 넣고 화려한 플레이를 펼친 부분보다는 팀의 리더로서 전체적인 팀 스피릿을 충분한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데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백승호와 함께 세계 최고의 클럽인 FC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하며 숱한 유망주들 사이에서도 돋보이는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자신감과 자부심을 대표팀 동료들에게 이식함으로써 신태용 감독이 해줄 수 없는 멘탈 매니지먼트의 영역에서 대단한 시너지를 유발하고 있다.

골을 성공시킨 이후에나 경기 중 여러 순간 다소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쇼맨십을 보여주는 부분도 이승우가 아직은 어린 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보기에 따라서는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한편으로는 팀 동료들에게 때로는 심리적으로 자신감과 여유를 갖게 하고 때로는 투지를 불러일으키는 행동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이승우는 잉글랜드전 패배 직후 기자회견에서 “오늘이 아닌 16강이 중요하다. 고개 숙이지 않고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프로페셔널 선수로서의 정신과 자세가 몸에 밴 대단히 당당한 태도이며 세련된 모습이다.

23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 전반전 한국 이승우가 선제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승우는 바르셀로나 유스팀 후베닐A(바르셀로나 2군인 B팀 바로 전 단계인 19세 이하 팀으로 청소년팀 최종단계) 소속이던 지난 2015년 4월 수원 JS컵에 출전하는 한국 U-18 대표팀 합류를 위해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가진 인터뷰에서 ‘발롱도르’를 언급했다.

"국가대표로 뛰어서 (성인대표팀 발탁) 최연소 기록을 깨보는 게 꿈이기도 하고, 메시만큼 잘해서 발롱도르도 타보고 싶고.“

한국의 축구선수의 입에서 세계에서 축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가 받는다는 발롱도르를 꿈꾸고 있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한국의 어린 17세 선수가 던진 말이라는 점에서 듣기에 따라서는 유치원 다니는 어린이에게 꿈을 물어 봤을 때 “대통령이요”라고 대답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말을 내뱉은 주인공이 이승우였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기대감을 갖게 하는 말로 들렸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이승우는 성인 선수로서 나서기 직전의 시기에 출전한 U-20위 월드컵에서 스스로 발롱도르를 꿈꿀 자격이 있는 선수라는 사실을 증명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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