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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은 타협, 아니 굴복하지 않았다”[인터뷰] 무죄 판결 받은 조능희·송일준 PD
송선영 기자 | 승인 2010.01.22 16:17

지난 20일 법원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 보도와 관련해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MBC <PD수첩> 제작진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PD수첩 방송이 “고소인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볼 수 없고, 허위사실 유포로 업무를 방해했다고도 볼 수 없다”는 게 판결의 주된 요지였다.

판결 직후, 소감을 묻는 기자들 앞에 선 조능희 당시 <PD수첩> 책임 프로듀서는 수많은 카메라를 향해 ‘언론의 사명’을 이야기했다. 비판과 감시를 하지 않는 언론은 언론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이는 <PD수첩> 재판 과정에서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노골적인 보도를 직접 겪고, <PD수첩>을 향한 검찰의 끊임없는 요구에 직접 맞서는 등 혹독한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이었을 것이다.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본사 3층에서 만난 조능희 PD는 무척이나 바빠 보였다. <PD수첩> 게시판에 변론요지서를 요약해 올리기도 했고, 짬을 내어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인터뷰를 하러 나온 그의 손에는 판결문이 들려 있었다. 당초 이날 계획한 인터뷰 대상은 조능희 PD였다. 그러나 인터뷰를 시작할 무렵, 송일준PD가 우연히 그 옆을 지나가게 되면서 두 PD의 ‘방담’ 형태로 진행됐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이번 인터뷰에서 그들은 이번 판결에 대한 느낌 뿐 아니라 조중동의 보도, 검찰의 행태, 현재 언론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까지 모두 쏟아냈다. (다소 센 표현은 적정한 수준으로 순화했음을 미리 밝힌다.)

   
  ▲ 1월20일, PD수첩 제작진 가운데 조능희 PD가 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송선영  
 
법원 판결 관련해서 축하한다는 인사 많이 받았나? 축하 전화 많이 받았을 거 같다.

조능희: 엄청 왔다. 김보슬 PD가 <오마이뉴스>에 쓴 글에서 밝혔듯이, 당연한 걸 축하받아야 하는 세상인 것 같다. ‘수고했다’ ‘사필귀정이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문자 한 번 봐야겠다. 어떤 메시지가 왔는지(직접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 어제 잠깐 우리끼리 그런 말을 했는데 MBC이니까 견딘 거 같다. MBC라는 조직이 아직까지는 저널리즘의 원칙, 저널리스트의 원칙을 끝까지 지켜 원본 제출과 같은 큰 손상을 보지는 않았다.

취재원본과 관련해 조중동과 검찰이 거짓말을 퍼트렸을 때 아니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게 많았지만 ‘여론전에 신경 쓰지 말자’ ‘확실하게 재판장에서만 공개하자’고 했다. 정지민 주장 등 이제 공식 대응을 할 거다. 정지민의 허구성에 대해 우리가 공식적으로 얘기한 적은 없다. 그런 게 속앓이였다. 아마 판사도 굉장히 의외였을 거다. 조선일보 보니까 정지민은 법정에서 했던 말에 대해 ‘그런 말 한 적 없다. 모욕감 느낀다’고 했던데. 그 동안 상대를 안했던 게 잘한 건지 싶다. 일일이 해명하고 아니라고 해도 조중동이 계속 확대, 재생산했으니까.

검찰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조능희: 왜 중요했냐면, 이게 거의 초유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안위를 위해 원칙을 무너트리고 검찰의 요구에 응해 원본을 제출하는 선례를 남겼다면, 이게 언론인의 선례가 됐다면, 역사에 엄청난 죄를 지었을 것이다. <PD수첩>이니까 버텼지, 다른 군소 언론사의 경우였다면 검사가 오라고 하는 상황에서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검찰의 원본 요구에 ‘그런 거 여기 있습니다’고 보여주며 검사의 허락을 받는 그런 것을 하지 않았다. 말 못할 이야기가 많지만 타협하지 않았다.   

   
  ▲ 송일준 PD ⓒ송선영  
 
송일준: 타협이 아니라 굴복하지 않은 것이다.

조능희: 타협안이 나오기도 했는데, 그럴 수는 없었다.

송일준: 더러운 발자국을 남기면, 그걸 다 후배들이 밟아야 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조능희: 송일준 PD는 언론사에 있어봐야 (앞으로)5~6년, 나는 7~8년 되는데, 그런 선례를 남긴다면 우리 후배들이 어떻게 하겠나. 

송일준: 검사들이 와서 설명해라, 해명해라 한 것이 웃기는 거다.

조능희: 검사가 공정성을 검사한다는 게 웃기는 거다. 검사가 ‘이래서 공정하지 않았다’고 발표하는 게 웃기다. 방송이 공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검사가 오라고 하는 것도 정말 우스웠다.

이번 법원 판결의 의미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조능희: 판결문을 본 광우병 전문가, 수의학자, 의사들은 굉장히 놀라워한다. 어떻게 이렇게 정확하게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냐고. 판사가 이과 나온 사람이냐고 묻기도 했다. 판결 들으면서 굉장히 연구와 공부가 깊다고 생각했다. 판결 앞두고 인용한 자료가 1만8천 페이지 정도 되고, 교수, 의사 등 17명 정도 되는 전문가들이 공판에서 증언도 했다.

송일준: 반론, 정정보도와 왜 다르냐고 많이 이야기 한다. 이번 판결은 형사, 민사 재판의 차이도 있지만 재판에서 검토하는 깊이와 폭도 달랐다. 이번 판결은 관련한 모든 자료를 검토하고 증인을 심문한 뒤, 모든 총체적인 것을 읽고 판단한 뒤 나온 것이다. 반론, 정정보도는 증인 불러서 심문하는 것이 아니기에 사안의 성격 자체가 다르다. 폭과 깊이에 있어서 상대가 안 되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사안을 기가 막히게 정확하게 파악했다. 상식적이고, 논리적이고, 조금의 법률적 양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내릴 수밖에 없는 결론이었다. 이게 고심을 거듭해 용기 필요로 하는 그런 선고였다고 하면 이 사회가 대단히 잘못됐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검찰, 완벽하게 정치적 차원에서 수사 진행”

이번 판결에 대해 검찰은 항소하겠다는 입장 밝혔다. 검찰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거 같다.

송일준: 검찰이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 뒤 정치권력이 있었을 것이다.

   
  ▲ 조능희 PD ⓒ송선영  
 
조능희: 소문에 의하면 이번 판결 소식을 듣고 청와대에서 뒤집어졌다고 한다. 검찰 안에는 국민의 재산과 사회 정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훌륭한 검사들이 많다. 검사들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한 줌도 안 되는 일부 검사들이 이용해 국민이 아닌 정권과 권력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좋은 일을 해야 하는 조직이 이러한 사람들 때문에 욕을 먹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 검사들과 국민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는 검사들을 어떻게 분리해야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그런데 과연 분리가 될까? 임수빈 같은 검사가 검찰 안에 한 명은 아닐 것이다. 그런 사람을 내쫓는 것은 솔직히 비극이다.
 
송일준: 시대가 잘못되면 조직에서 유능하고 성실한 사람들은 뒤쪽으로 밀리고 정치적이고 맹목적으로 권력을 받들어 출세하는 자들이 득세한다. 지금 검찰이 그러한 상황이다. 정치적 목적 또는 부당한 지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줄 모르고 순전히 자기들의 출세를 위해 법률가로서 양심을 저버리고 있는 것은 검찰을 욕보이고 있는 것이다. 검사로서의 최소한의 양심과 자존심까지도 내팽겨 치고 있는 그런 상황이다.

조능희: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끝까지 갈 거다. 사법부 독립이 얼마나 유지되느냐가 관건인데, 사법부가 색깔 공세에 대해 원칙과 원칙 지키고 소신대로 한다면 두려울 게 없다. 변호인은 ‘법리적으로 아무 문제없다’ ‘법리적으로 이게 말이 되냐’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하도 세상이 그러니까… ‘이게 무슨 재판거리냐’고 푸념하더라.

송일준: 법리검토를 하면 처음부터 기소 사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검찰도 충분히 안다. 법률적 차원에서 소송이 진행된 게 아니라 완벽하게 정치적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다. 그런 것을 알면서도 시키는 대로 칼을 손에 쥐고 휘두르는 검찰이 너무 불쌍하고, 나쁘고.

“쇠고기랑 왼쪽, 오른쪽이 무슨 상관인가?”

이번 판결을 검찰과 법원의 갈등으로 몰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송일준: 논리적으로 따져서 불리하거나 할 말 없을 때 항상 하는 게 색깔공세다. 진실을 오도해 본질을 희석시켜 구체적인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들로 하여금 좌우 이념 대결인양 몰아가는 언어도단의 작태를 보이고 있다.

조능희: 쇠고기랑 왼쪽, 오른쪽이 무슨 상관있나. 쇠고기랑 정권이 무슨 상관있나. 정권 바뀌면 달리 보도해하고, 이쪽에서 얘기하면 잘못된 거라고 나라를 분리시키고… 예전부터 분리시키고 싸움시켜 이익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송일준: 언론 보도 프레임 바꿔치기이다. 언론은 프레임을 만든다. 법률적으로 판단하면 자연스럽게 결론 나는 사안인데 이데올로기나 이념, 진보와 보수의 대립으로 프레임을 능수능란하게 바꿔치는 것이다. <PD수첩> 방송으로 촛불이 일어났다는 등. <PD수첩>이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정부 정책에 대판 비판, 국민 건강권에 대한 심각한 우려였는데 선동, 조작, 왜곡으로 프레임 바꿔치기했다. 정부 여당이 홍보에 나서고 수구언론이 프레임을 통해 선전하니까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 프레임으로 이 사안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진실과 허위의 판단으로 바라보는 것이 제대로 된 프레임이다. 자기네들에게 항상 불리하면 빨갱이라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매카시즘이다. 

송선영 기자  sincere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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