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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 이다해의 백옥같은 피부와 소복‘드립’[하재근의 TV이야기]
하재근/문화평론가 | 승인 2010.01.22 15:32

장혁 패거리와 오지호의 박진감 넘치는 추격전이 펼쳐진 요즈음의 <추노>에서, 이다해가 또다시 드라마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마치 혼자서 딴 세상에 사는 듯한, 어떤 더러운 때도 범접할 수 없는 ‘울트라 화이트’ 소복을 통해서다.

사람이 산 속에서 노숙을 하면 어떻게 될까? 그것도 흰 옷을 입고 그렇게 한다면? 안 봐도 DVD다. ‘앗’ 하는 사이에 스타일이 다 구겨질 것이다. 그런데 이다해는 최근 <추노>에서 몇날 며칠을 들판과 산을 헤매며 노숙을 하고, 헛간에서 잠을 자며 험한 꼴을 당했는데도 백옥 같은 피부와 천사 같은 소복의 흰색을 유지했다. 최소한의 리얼리티마저 저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다해는 과장되게 더러운 오지호, 장혁 등과 대비돼 더욱 눈부시다. 이다해의 비주얼은 마치 <추노>가 형성한 세상 속에 살지 않는 요정처럼 따로 놀고 있다. 그녀가 흰 소복을 입고 저자를 거니는 장면을 보면 이 느낌이 분명해진다. 혼자서 뮤직비디오나 CF를 찍고 있는 것 같다. 드라마 속에서 모두가 발을 땅에 딛고 있는데, 혼자서 허공을 유영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

모든 추격자들이 이다해의 소복을 타겟으로 하여 쫓고 있는 데도, 끝까지 옷을 바꿔 입지 않는 것도 정말 말이 안 됐다. 그렇게 눈에 띄는 복장으로 다니면 완전히 ‘날 잡아 잡수’하는 꼴이다. 도주를 시작한 후 복장이 문제가 됐을 때 오지호는 순식간에 옷을 바꿔 입었었다. 이런 것이 이야기의 기본적인 합리성이다. 그러나 이다해는 모든 것을 배반하고, 암자에서 떠나 도주하는 내내 흰 소복을 유지한다. 그리고 위에 언급했듯이 그 소복와 이다해의 얼굴엔 티끌 하나 묻지 않고 끝까지 ‘블링블링’하다. 고생하건 말건, 쫓기건 말건.

이다해는 이미 <추노> 도입부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블링블링’한 얼굴로 작품의 정체성을 보여준 바 있다. 즉 <추노>가 리얼리티보다는 볼거리에 치중하는 엔터테인먼트형 사극이라는 것 말이다. 그다음엔 노출로 다시 한번 그것을 상기하게 했었는데, 요사이 ‘소복 드립’으로 이다해의 정체성에 쐐기를 박고 있다.

이젠 거슬리지 않는 이다해의 샤방샤방

그녀의 따로 노는 ‘블링블링’은 드라마 초반에 비판을 받았었다.(최근 소복도 비난하는 네티즌이 있다) 몰입에 방해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다해의 연기자로서의 성실성도 의심 받았다. 혼자만 예뻐 보이려고 작품의 리얼리티를 깨느냐는 지적이었다. 서민으로 나오는 여주인공들이 명품으로 몸을 휘감고 있을 때 쏟아지는 비난과 같은 성질의 비판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추노>가 점점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리얼리티를 완전히 무시하는 이다해의 설정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추노>는 원래 그런 작품이었던 것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볼거리로 시청자의 눈을 즐겁게 하는 것. 시각적 쾌감, 그 자체를 절대선으로 추구하는 영상미의 세계.

그러므로 이다해의 합리성을 저버리는 포토제닉한 모습은 <추노>의 세계 속에서 정당한 것이었다. 장혁과 오지호는 과장된 남성미를 보여주고, 이다해는 과장된 여성미를 보여준다. 리얼리티가 부족하기로는 장혁 패거리나 이다해나 마찬가지다. 초반에 이다해가 억울한 비판을 들었던 셈이다. 똑같이 작품의 성격대로 했는데 장혁은 찬사를 듣고 이다해는 핀잔을 들었으니 말이다.

이번 추격 에피소드에서 이다해를 선녀처럼 표현한 것을 통해 <추노>는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이고, 이다해 캐릭터의 성격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각인시켰다. 어차피 그런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이다해의 샤방샤방이 이젠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

   
 

볼거리 위주 퓨전사극을 뛰어넘은 이유

<추노> 이전에도 볼거리에 치중하는 퓨전사극은 있었다. 하지만 유독 <추노>가 신드롬을 일으키는 이유는 뭘까? 여태까진 볼거리에 치중하는 건 알겠는데, 볼 만하지가 않았었다. <추노>는 정말 볼 만한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이게 중요한 차이다. <추노>는 박력과 아름다움, 모두를 보여주고 있다.

또, <추노>는 완성도가 대단히 뛰어나다. 흔히 말하는 ‘웰메이드’ 작품인 것이다. 잘 만든 작품은 그 자체로 시청자에게 쾌감을 안겨준다. 이다해의 튀는 샤방샤방함이 초반엔 옥의 티로 지적됐었지만, 이젠 그마저도 웰메이드의 일부라는 것이 밝혀졌다. 영상물로서 <추노>의 만듦새는 <선덕여왕>이나 <아이리스>를 뛰어넘고 있다.

하지만 보기 좋은 때깔과 작품의 완성도만으로 신드롬을 일으킬 순 없다. <추노>엔 결정적인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이야기’다. 리얼리티 무시하고 볼거리에 치중하는 작품이면서 동시에 매우 현실적이고 현재적인 이야기와 캐릭터를 <추노>는 보여준다. 퓨전과 정통이 공존하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가 깔려있기 때문에 볼거리 ‘만’ 있었던 기존 퓨전사극들에 비해 훨씬 강렬한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래서 초반에 시청자는 <추노>를 정통 명작 사극으로 오해했고, 그 바람에 어울리지 않게 샤방샤방했던 이다해가 유탄을 맞았던 것이다. 이제는 분명해졌다. 극사실적이고 역동적인 조선시대 민초들의 모습도 <추노>이고, 리얼리티를 완전히 무시하는 이다해도 <추노>의 일부분이다. 이런 복합성이 <추노>의 마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추노>는 액션이면 액션, 선정적인 노출이면 노출, 육감적인 육체미면 육체미, 보여 줄 수 있는 것은 다 보여주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번 주에 방영된 에피소드에서 가장 볼 만했던 건 서편제를 방불케 하는 아름다운 영상미였다. 소리가락과 함께 롱샷, 롱테이크로 그려진 조선의 들판은 아름다웠다. 물론 가장 흥미로웠던 건 이다해의 백옥 같은 피부와 소복 ‘드립’이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하재근/문화평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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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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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노시청자 2010-01-23 15:31:46

    그래 어쩐지 이정도의 드라마를 만들 실력정도 되시는 분들이 이다해의 이질감이 느껴지는 블링블링을 인지 못했을리가 없다고 생각은했었지요
    이 글을 읽고 억지로라도 그렇게 이해해 보려고 합니다
    이다해때문에 추노를 버릴수는없으니깐 어차피 봐야되는거 기분좋게 보려고요 ㅋㅋ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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