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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이승기, 강호동을 잡다[하재근의 TV이야기]
하재근/문화평론가 | 승인 2010.01.21 13:50

이번 주 <강심장>을 보며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 있다. 이승기가 웃긴다! 최근 그런 느낌이 점점 강해졌었는데, 이번 주에 그것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강심장>에선 김종민도 2년 사이에 이승기가 몰라보게 변했다며 혀를 찼다. 김종민하면 생각하는 것을 적는 에피소드에서 이승기가 김종민의 전 여자친구인 현영을 적었다는 것이다. 김종민은 ‘승기가 그럴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이승기가 그렇게 독한 개그를 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이승기는 그 말을 듣고 사과하는가 싶더니, 곧 한 술 더 떠 김종민과 현영이 한 이름처럼 느껴진다고 쐐기를 박았다. 전 애인을 언급하는 건 일종의 금기이고 보호해야 할 사생활인데, 그것을 터뜨린 것이다.

물론 불쾌하진 않았다. 정말 민감한 이야기라면 그렇게 터뜨리지 않았을 것이다. 김종민은 그런 이야기까지도 웃음의 소재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모두 알기 때문에 이승기의 독한 개그는 불쾌함보단 시원한 웃음을 촉발했다.

이 장면을 보며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이승기가 확실히 못 돼졌고 그래서 웃겨졌다는 사실이다. 특히 이승기가 강호동 잡는 천적으로 급부상하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마치 <명랑히어로>에서 김국진이 이경규 잡는 천적이 되면서 그 둘에게 모두 대박이 터졌던 것처럼, ‘강호동 잡는 못된 이승기’는 강호동과 이승기 모두에게 플러스 요인이 되고 있다.

   
  ▲ SBS '강심장' 캡쳐 화면 ⓒ SBS  
 

<1박2일>에서도 강호동 잡은 이승기

이번 주에 방영된 <1박2일>에서도 이승기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중반부에 이승기는 ‘땡깡’을 부리는 강호동에 동조하며 함께 투덜거렸다. 그러다 PD가 한 마디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즉각 돌변하여 PD편이 되더니 강호동에게 쏘아붙였다.

‘하기 싫으면 그만 두세요’

강호동의 리액션은 한 호흡 뒤에 터졌다. 정말 의표를 찌르는 조크였다. 이승기는 발을 동동 구르며 웃어댔다. 자기가 생각해도 너무 웃긴지 얼굴이 완전히 펼쳐진 웃음이었고, 멤버들도 빵 터졌다. 프로그램은 ‘막내의 하극상’이라고 자막을 넣으며 새로운 구도의 등장을 반겼다.

선배 잡는 못된 막내, ‘강호동 잡는 이승기’가 등장한 것이다. 저녁 식사 복불복을 할 때도 그랬다. 강호동이 제작진에게 소리를 지르며 불평을 해대자, 즉각 이승기가 튀어나와 ‘작년에 상 받고 열심히 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따졌다. 그리고 또 한 마디. ‘하기 싫으면 그만 두세요.’ 빵 터졌다. 이승기는 강호동이 하차한 후에 자리욕심까지 내며 연타석 못된 조크를 날렸다. 착한 이승기가 악마 박명수식 조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못된 이승기, 진짜 황제 되나

이번 주 <강심장>에서 강호동이 자연스럽게 <무릎팍도사>을 언급했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이승기가 강호동에게 핀잔을 줬다. ‘그렇게 말하면 SBS가 참 좋다고 하시겠네요’ 또 빵 터졌다. 강호동은 최근 못된 개그를 이승기가 다 주도한다며 불평했다. 이승기는 강호동에게 이런 못된 진행을 배운 거라고 응수해 또 큰 웃음을 터뜨렸다. 강호동 옆에만 서면 자꾸 못된 웃음이 떠오른다고도 했다.

<강심장> 제작진은 이승기의 못된 캐릭터를 밀기로 작정한 것 같다. 강호동이 멋진 명언을 날릴 때 이승기가 명언타임이란 푯말을 들며, 강호동의 진지함을 희화화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강호동 잡는 이승기라는 관계가 더 분명해지고 있다.

이승기가 이렇게 악마 박명수식 조크를 날려도 전혀 불쾌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 대상이 절대 강자 강호동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통쾌하기까지 하다. 착하고 순한 막내가 우악스럽고 목소리 크고 잘 우겨대는 천하장사를 콕콕 찌르는 모습이 어떻게 후련하지 않으랴. 하늘하늘한 김국진이 군림하는 이경규를 잡을 때와 같은 구도인 것이다.

이경규가 그런 과정을 거쳐 호감을 회복한 것처럼, 강호동도 이승기에게 당하며 이미지가 더욱 좋아질 수 있을 것이다. 명언의 어색함도 이승기의 태클로 인해 자연스러운 코미디로 승화되고 있다.

이승기가 그동안 황제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사실 얻어 걸린 측면이 많았다. 작품운이 좋았을 뿐이지 이승기 개인이 상황을 주도해오진 않았던 것이다. 이승기는 겸손함과 열심히 하려는 모습으로 호감을 줬었지만, 예능에서 웃음을 주던 캐릭터는 아니었다. <강심장> MC로 내정됐을 때도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승기는 눈에 띄게 성장하며 모든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점점 웃음을 터뜨려주는 횟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착하기만 했던 모습에서 조금씩 못된 승기로 변해가는 것도 웃긴다. 발을 동동 구르며 웃는 리액션도 보기 좋다. 특히 대마왕의 위상인 강호동과의 상성관계가 이승기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그는 진짜 황제로 성장하는 것일까?

하재근/문화평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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