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새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오는 7월 3일로 예고된 가운데 5·9대선에 출마했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와 친박계 사이의 당권 다툼이 본격화 되고 있다. 대선 후 미국으로 떠난 홍 전 지사가 SNS를 통해 자유한국당을 비판하면 친박계가 응수하는 식이다.

▲지난 12일 미국으로 떠나는 홍준표 전 경남지사. (연합뉴스)

22일 오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은 "새로운 당 대표 및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제2차 전당대회를 7월 3일에 개최하기로 의결했다"면서 "차기 전당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 대선 이후 당 내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고, 당 사무처의 실무적 검토를 거친 결과"라고 밝혔다.

전당대회의 시기에 대해 정우택 권한대행은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등 문재인 정부의 출범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시점이라는 점, 7월 중순 이후로 늦어질 경우 여름휴가 및 무더위가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했다"면서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수권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택 권한대행은 자신은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정 권한대행은 "저는 이번 차기 전당대회 지도부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는 개인적 보고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무엇보다 제1야당으로서 국회 내의 정국 대응의 중요성이 막중한 만큼 원내대표로서 각종 원내 협상과 인사청문회, 입법과제 대처 등 저에게 부여된 원내대표로서의 책무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전당대회 일정이 정해지기 전부터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는 홍준표 전 지사와 친박계의 당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었다. 미국에 체류 중인 홍 전 지사는 SNS를 통해 연일 친박계를 '퀴박(바퀴벌레 친박)'으로 규정하고 쓴 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15일 홍준표 전 지사는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13%대로 다시 폭락한 것을 봤다"면서 "대선 때 치솟았던 지지율이 이렇게 폭락한 것은 대선 패배도 원인이 되겠지만 무엇보다도 당 쇄신이 되지 않아 아직도 우리 국민들은 자유한국당을 실패한 구 보수주의 정권세력들의 연장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홍 전 지사는 "그 잔재들이 당을 틀어쥐고 있는 한, 그 잔재들이 당을 좌지우지 하고 있는 한 우리 국민들은 자유한국당을 버릴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17일 "박근혜 팔아 국회의원 하다가 박근혜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었고, 박근혜 감옥 가고 난 뒤 슬금슬금 기어 나와 당권이나 차지 해보려고 설치기 시작하는 사람들 참 가증스럽다"면서 "차라리 충직스러운 이정현 의원을 본 받으라"고 꼬집기도 했다.

▲지난 17일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자신의 SNS에 자유한국당 친박계를 비판하는 글을 게재했다. (사진=홍준표 전 지사 페이스북 캡처)

21일에는 "한국 보수 세력을 이렇게 망가지게 한 세력들은 이제 반성하고 역사에 사죄해야 한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이 탄핵된 세력들이 또 다시 준동한다면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준표 전 지사는 "이제 몇 안 되는 친박이 자유한국당의 물을 다시 흐리게 한다면 당원들이 나서서 그들을 단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2일에도 홍준표 전 지사는 "그 동안 자유한국당은 웰빙정당이었다. 치열한 사명 의식도 없었고 투철한 이념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홍 전 지사는 "계파에만 충실하면 공천 받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고 또 국회의원을 하는데도 무리가 없었다"면서 "자유한국당은 전면 쇄신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전 지사의 이러한 'SNS 정치'가 당권 도전으로 해석되고 있는 가운데 친박계는 홍 전 지사에게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우택 권한대행은 "여태껏 낙선한 대통령 후보들은 대개 좌절하거나 정계 은퇴를 했다는 점을 인식하라"고 사실상 은퇴를 권고했고, 홍문종 의원은 "그 동안 선거하면서 '하나가 되는 게 당이 사는 길이다'라고 목이 터져라 외쳤는데 무슨 바퀴벌레고, 탄핵 때 어쩌고"라면서 "제 정신이냐, 낮술 드셨냐"고 발끈하기도 했다.

친박계 일각에서는 중진의원을 중심으로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우현 의원은 재선 의원 모임에서 "당 지도부가 새롭게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야지,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면서 "참패했으면 참패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정용기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 때는 단일성 지도체제로 가서는 안 된다"면서 "그걸 이끌 만한 강력한 지도자가 있지도 않을뿐더러, 무리하게 당 권한을 집중시키는 것은 잡음만 나올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친박계의 지도체제 변화 시도에 대해 홍준표 전 지사는 당권 장악 음모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17일 홍 전 지사는 자신의 SNS에 "당이 비정상적인 비대위 체제로 파행 운영된 지 6개월이나 됐다. 이제 정상화 돼야 하는데 구 보수주의 잔재들이 모여 자기들 세력연장을 위해 집단제도체제로 회귀하는 당헌 개정을 또 모의하고 있다고 한다"면서 "자기들 주문대로 허수아비 당 대표 하나 앉혀놓고 계속 친박 계파정치 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당에 없어진 친박 계파정치를 극히 일부 친박 핵심들이 다시 복원하겠다는 것"이라고 한국당 친박계를 정조준했다.

한편 최근 벌어지고 있는 홍준표 전 지사와 친박계 간의 당권 다툼은 홍 전 지사가 자초한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홍 전 지사는 지난 대선에서 '보수 결집'을 하겠다며, 친박 청산의 일환으로 당원권 정지 등의 중징계를 받은 서청원, 최경환, 윤상현 의원 등 친박 핵심 인사들의 징계 해제를 요청했다. 당시 홍 전 지사는 "우리 모두 용서하고 하나가 돼서 대선을 치르기 위해 친박들 당원권 정지된 거 다 용서하고, 복당하려는 분들 다 용서해야 한다"면서 "당 지도부에 내가 말하겠다. 친박, 비박 모두 하나가 돼서 대선에 나가는 게 맞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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