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 보도와 관련해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MBC <PD수첩> 제작진 전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20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3단독 문성관 판사는 <PD수첩> 명예훼손 등과 관련한 1심 선고 공판에서 “고소인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볼 수 없고, 허위사실 유포로 업무를 방해했다고도 볼 수 없다”며 <PD수첩> 제작진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검찰은 당시 책임 프로듀서였던 조능희 PD, 김은희 작가, 김보슬 PD에게 징역 3년을, 당시 진행자였던 송일준 PD와 이춘근 PD에게 징역 2년을 각각 구형한 바 있다.

▲ 'PD수첩' 제작진이 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송선영
“허위사실 보도했다고 볼 수 없다”

법원은 <PD수첩>이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훼손을 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허위사실을 입증하려면 객관적인 사실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입증할 만한 허위 사실을 보도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동물학대 영상인 다우너소(주저앉는 소) 관련 영상을 광우병에 걸린 소처럼 보도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검찰의 공소 사실과 달리, 시청자들이 봤을 경우 광우병에 걸렸다고 의심을 할 만한 부분이 상당했다고 본다”며 “허위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PD수첩> 번역 작업에 참여한 뒤 검찰 쪽 증인으로 공판에 출석해 <PD수첩>이 왜곡 방송했다고 주장했던 정지민씨의 주장에 대해선 “정지민씨는 일부 번역에 참여하는 등 방송 제작 과정에 참여하지 않아 제작 의도와 과정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며 “정지민씨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이 언론의 중요한 기능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법원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은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중 하나”라며 “피고인들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과 관련해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비판했다”고 밝혔다.

“언론의 자유 인정, 환영한다”

<PD수첩> 제작진은 이번 판결에 대해 “언론의 자유가 인정되었다”며 환영의 뜻을 밝히고 나섰다.

김형태 변호사는 “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며 “대법원이 인정한 ‘언론의 자유’를 상당 부분 인정했고, <PD수첩>의 보도 상당 부분이 진실이라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판결은 진보, 보수를 떠나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충실히 지켰다는 점을 인정했고, 국민 건강을 위해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비판한 보도를 인정한 것”이라며 “여기까지 올 사건이 아니었음에도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 검찰은 부끄러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능희 PD도 “오늘 무죄 판결로 그동안의 고통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권이 살아있는 한 <PD수첩>을 계속 괴롭힐 것이다. 비판과 감시가 언론의 사명이기에 묵묵히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PD수첩>은 앞서 변론요지서를 통해 “방송에서 다룬 것은 쇠고기라는 국민의 중요한 먹거리를 수입하는 문제에 있어 우리 정부가 얼마나 국민의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안전한 식품을 수입하였느냐의 문제였다”며 “방송에서 행해진 감시와 비판이 공무원 개인인 고소인 민동석, 정운천을 향한 것이 아니라 협상을 수행한 정부, 국가기관을 향한 것임을 명백하게 드러낸다”고 밝힌 바 있다.

<PD수첩> 제작진은 오늘 안으로 홈페이지를 통해 오늘 법원 선고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지난 2008년 8월 농림수산식품부는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검찰에 <PD수첩>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2009년 3월 정운천 전 농림부 장관과 민동석 전 정책관도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공직자들의 자질 및 공직수행자세를 비하함으로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를 들어 <PD수첩> 제작진을 검찰에 고소했다.

▲ 일부 보수단체 회원이 MBC 취재진을 향해 욕설을 하고 있다. ⓒ송선영
한편, 보수단체 회원들은 <PD수첩> 판결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이날 법정은 <PD수첩> 판결을 지켜보러 온 보수단체 회원 100여명으로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고, 일부 방청객들은 복도에서 판결 결과를 지켜보기도 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법정에 들어서는 <PD수첩> 제작진들을 향해 욕설 등을 퍼부었으며, 무죄가 선고된 이후 법정 밖 복도와 법원 1층에서 “<PD수첩>은 매국노” “김정일보다 더 한 빨갱이” 등을 외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MBC 취재진을 향해 욕설 등을 하기도 했으며, MBC카메라를 건드는 등 심한 마찰이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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