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에 트위터가 있다면, 방송에는 팟캐스트가 있다. 이미 제도언론을 대체하고도 남을 파급력을 지닌 대안 미디어로 떠오른 지 오래다. 또한 팟캐스트의 중요 부분은 클립으로 만들어져 다시 유튜브에 재생산된다. 그것은 다시 트위터나 페이스북 그리고 각종 커뮤니티로 다시 확산된다. 이처럼 인터넷과 모바일과의 호환작용으로 인해 팟캐스트는 미디어로서의 위력을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동영상으로 제공되는 김어준의 파파이스, 라디오 형식인 정봉주의 전국구는 특히 유명하다. 이들은 똑같이 TBS에서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할 정도로 뉴스 전달자로서의 위상을 높인 상태이다. 두 사람은 팟캐스트 순위 상위를 항상 점유하고 있다. 제도권 방송들이 제대로 뉴스를 생산하지 않는 한 팟캐스트의 전성시대는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다 보니 팟캐스트에 대한 기대치는 갈수록 높아지고 이제는 기존 언론보다 더 높은 기준의 기대치가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전히 해적방송 스타일의 살아있는 언어의 향연이 펼쳐지지만 그런 속에도 방송이 가져야 할 도덕성과 정직성 등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엄격해진다고 할 수 있다.

바로 그 파파이스에 시청자들의 문제가 제기됐다. 이번 주 출연자 중 한 명인 더불어민주당 추미대 대표의 중요한 발언이 통편집됐다는 항의가 담긴 내용이었다. SNS에 전해지는 그 내용은 한겨레에 대한 추미대 대표의 강력한 비판의 내용이라는 것인데, 늘 김어준과 함께 하는 한겨레 김보협 기자가 녹화 당시 정색을 할 정도로 강한 어투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런 이유로 인해 시청자들은 이번 주 파파이스에서 과연 추미애 대표의 발언이 제대로 반영되는지에 촉각이 모아졌다. 그러나 아쉽게도 해당 내용은 방송에서 들을 수 없었다. 통편집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애청자들에게는 아쉬운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자사를 비판한 집권여당의 대표 발언을 통으로 삭제한 것은 일단 무례한 것이고, 반대 여론을 차단한 검열이라는 반발이 뒤따른 것이다.

녹화 당시 추 대표가 발언을 하자 방청객들이 크게 환호하며 동조하는 입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분명 한겨레로서는 입장이 곤란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부분을 들어낸 것은 언론사로서 온당치 못한 처신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집권여당의 당대표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라 할 수 있다. 한겨레가 아니 언론이 여당 대표의 발언까지도 삭제한 것은 과도한 편집권의 남용이며, 명백한 검열이라는 것이다.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자 본분이라면 언론 자신도 누군가의 비판에 전적으로 열린 자세를 취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자신을 향한 비판은 막거나 억누르고 권력을 향해 일방적인 비판의 권리만 주장한다는 것은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여당의 당대표가 아니라 다른 어떤 게스트의 발언일지라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자사 기자의 페이스북 발언에 대해서는 비교적 빠르게 대처했던 한겨레였다. 이번에도 그러기를 기대해본다. 언론사가 스스로 표현의 자유, 반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자세를 취해서는 안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미 검열의 흔적은 남겠지만 그래도 삭제된 부분을 살린 재편집본을 공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겨레가 고인 물이 되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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