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지방선거 정국입니다. 물론 오는 지방선거일은 5개월 가량 남았지만, 이미 입지자들은 물론이고 언론의 주요 관심도 선거에 쏠려 있습니다. 최근 저희 편집국 사무실에도 입후보자들의 방문이 줄을 잇습니다.

▲ 광주드림 홈페이지(http://www.gjdream.com/) 캡처
그러던 며칠 전, 한 광역단체장 입지자가 일행 대여섯명과 함께 왁자지껄하게 편집국을 휩쓸고 지나간 직후였습니다.

저와 책상을 마주한 선배 기자가 웃으며 한마디 건넵니다.

"그 잠깐 사이에, 나 저쪽에서 '제안' 받았다."

다녀간 일행 중에 저도 평소 안면이 있는 기자 출신 인사가 있었는데, 선배를 따로 부르더니 "캠프에서 같이 일해볼 생각 없느냐"고 했다는 겁니다.

물론 웃으면서 오간 말이었고, 이후 '애프터신청'도 없었기에 '제안'은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제 가슴이 덜컥하더군요.

2년마다 돌아오는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면서, 언론인들이 각 캠프로 이동하는 건 이미 관례가 돼버렸습니다.

이번 선거에도 이미 어느 신문사 현직 사회부 차장이 사표를 던진 뒤 곧바로 어느 시장 후보 캠프로 갔고, 어느 언론사 전직 정치부장, 논설위원, 편집국장이었던 분들이 여기저기 캠프에 자리 잡았다는 소식들이 줄을 잇습니다.

보도자료작성에 익숙하고, 기존 친분을 활용한 대언론 홍보전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이들은 적격입니다. 특히 미디어 중요성이 높아지는 선거에서 정치부 출신 기자들을 각 캠프에서 앞다퉈 '모시기'에 나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또한 무엇보다 직업선택은 자유니까요.

그런데 언론인의 이동은 선거가 끝난 뒤에도 이어지곤 합니다. 빈 자리를 채워야 하니까요. 새 인물로 채워지기도 하지만, 다른 회사에서 옮겨오기도 합니다. 그렇게 선거는 언론인의 대이동을 부릅니다.

하지만 이런 소식들을 들으면 늘 겨드랑이 어디쯤에서 서늘한 느낌이 듭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정치적 뜻이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상당수 위험을 감수하면서 인생의 승부수를 띄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론인이 언론인으로서 아름다운 정년을 하기 힘든 지역언론의 현실. 2년 마다 반복되는 '언론인 대이동'의 한 배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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