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회식 사건으로 사의를 표한 바 있는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에 각각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와 박균택 대검찰청 형사부장을 임명했다. 단연 시선이 쏠린 곳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다. 지난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때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어록을 남기며 정치권력에 굽히지 않는 대쪽 검사로 인상을 남겼고, 지난 최순실 게이트 특검에서도 수사팀장으로 국민들의 기대치에 합당한 활약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윤석열 검사의 승진에 대해서 파격적이라는 말이 떠돈다. 향후 검사장 승진 대상은 윤 검사의 기수보다 하나 빠른 22기였기 때문이다. 23기 윤석열 검사가 서울지검장에 오른 이상 22기들의 운신이 매우 어렵게 됐다. 검찰 일부는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인사라고 수군대는 분위기라는데,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검찰개혁은 어디까지나 검찰 바깥에서만 부는 폭풍일 뿐 정작 검찰내부에서는 통하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19일 전격적으로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수와 서열에 따른 인사를 할 것이라면 무슨 개혁이 되겠는가. 설혹 그렇더라도 문 대통령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구설수에 오른 이영렬 지검장 등의 사의를 받지 않은 것부터 관행 따위 알지 못한다는 투로 대처한 대통령에게는 오히려 인사할 자리가 늘어 오히려 고맙지 않겠는가. 이래저래 검찰 개혁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매우 단호하다는 신호탄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말 그대로의 개혁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국민들 누구나 알고 있을 어록처럼 윤석열 지검장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했다. 그래서 지난 정권에서 엄청난 인사 피해를 받았다. 그럼에도 윤 검사장은 아직 검찰에서 할 일이 있기 때문이라며 어려움을 견뎌왔다.

윤 검사장이 겪은 일들은 검사들끼리는 고등학교를 두 번 간 셈이라고 말을 할 정도로 혹독한 것이었다. 과연 윤 검사장이 말한 검찰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그것을 구체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아마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다시 말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검찰개혁이 아닐까 희망 섞인 예측을 해볼 수 있다. 충분히 합리적인 예측이라고 믿는 것은 박영수 특검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3월 9일 '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을 맡은 윤석열 검사(왼쪽)와 박영수 특별검사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로 출근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기 위한 특검이 발표됐을 때만 해도 사실 특검에 대한 시선은 반신반의였다. 그 반쪽의 의심을 걷어낸 결정적 인사가 바로 윤석열 검사였다. 사실 검찰 개혁의 핵심이 무엇이겠는가. 우병우 라인을 걷어내는 등의 적폐청산도 의미가 크지만 무엇보다 검찰 수사가 공정해지는 것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이 큰 윤석열 검사를 중용함으로써 검찰에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 또 한편으로는 윤석열 지검장의 입지를 탄탄하게 함으로써 최순실 게이트의 공소유지에 더욱 만전을 기할 수 있다는 점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이번 인사를 국민들이 환영하는 것은 소위 자기 사람 챙기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윤석열 지검장은 어찌 보면 대통령으로서도 껄끄러운 인물이다. 과거 안희정을 구속 수사한 장본인이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원칙주의자라는 점에서 대통령과 잘 맞는 성품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의 말을 무조건 따를 예스맨도 아니라는 것이다. 즉, 검찰개혁의 시금석인 동시에 검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한 셈이다. 인사가 만사라는데, 문재인 정부의 인사는 거기에 감동도 추가된다.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제37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5월 유족인 김소형 씨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 시민들은 매일 뺨을 꼬집고 있다고 한다. 기대한 것보다 훨씬 더 행복한 때문이라고 하는데, 만나는 사람들마다 대통령 칭찬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19일 발표된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는 87%의 놀랍다 못해 엽기적인 수치를 나타냈고, 덩달아 더불어 민주당의 지지율도 홀로 48%를 기록했다. 반면 야당들은 모두 10% 미만의 저조한 지지율을 보여 민심이 무섭게 대통령과 민주당 쪽으로 쏠리고 있음을 보이고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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