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SBS가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 보도와 관련된 보도본부장 등 5명에 대해 중징계를 결정했다. 특히 데스킹 과정에서 제목·내용을 수정, 보도의 왜곡 수준을 높인 뉴스제작1부장은 사실상 해고에 해당하는 정직 3개월의 중징계가 내려졌다. 또 인사발령을 통해 사건과 관련된 네 명의 보도국 간부들을 보직 밖으로 내보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윤창현 SBS본부장은 18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징계 결과에 대해 “인사위가 이번 사태에서 뉴스제작1부장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정직 3개월은 사실상 해고에 해당하는 가장 무거운 중징계”라고 말했다. 또한 “밖에서 보기에는 (징계 결과가)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지만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윤 본부장은 진상조사위 결과와 관련해서는 “누가 기사를 쓰더라도 개별 기자들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담기고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것들은 게이트키핑 단계에서 걸러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일(위쪽)과 3일 SBS<8뉴스> 보도 화면 갈무리.

그는 “(이번 사건을 두고) 정치적 의도 여부를 묻는 것은 가능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장치인 게이트 키핑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사위도 ‘게이트 키퍼’들에게 그런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본부장은 “현재 구성원들은 지난해 11월 이후 제대로 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최대한 해보려고 하는 와중에 이런 일이 터져 힘이 빠져있다”고 덧붙였다.

SBS는 18일 오전 ‘세월호 인양 지연 의혹’ 보도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인사위원회의 결정 결과를 발표했다. 김성준 보도본부장과 정승민 보도국장은 감봉 6개월, 고철종 뉴스제작부국장과 조을선 뉴스제작1부 기자는 감봉 3개월, 이현식 뉴스제작1부장은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아울러 SBS는 이날 보도본부 내 대대적인 인사발령을 단행했다. ▲보도본부장 이사 장현규 ▲보도국장 최원석 ▲뉴스제작1부장 김명진 ▲정치부장 김승필 ▲정책사회부장 박병일 ▲시민사회부장 표언구 ▲문화과학부장 박진원 ▲기획취재부장 양만희 ▲비서팀장 민성기 등이다.

김성준 보도본부장은 <8뉴스> 앵커 직에서 물러나며 미래부 선임기자로 인사 조치됐다. 정승민 보도국장은 정치부 선임기자로, 고철종 부국장은 경제부 선임기자로 발령이 났다. 이현식 부장과 조을선 기자에 대한 인사 조치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SBS는 지난 15일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 보도 관련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지난 4일부터 14일까지 열흘간 조사를 한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위는 취재기자가 명확한 증거나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기사를 발제했고 직속상관인 뉴스제작1부장이 기사의 당초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기사를 수정해 오해의 소지가 불거졌다고 분석했다.

또한 해당 부장은 취재기자가 수정요구를 했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부장의 상급자인 뉴스제작부국장과 보도국장, 최종 책임자인 보도본부장 등이 데스킹 과정에서 해당 기사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거나 확인조차 부실했다고 했다. 이들은 “게이트키핑 작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부실한 보도를 하게 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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