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문재인 대통령 부인의 호칭을 두고 야기된 진보언론과 독자들의 대립이 일파만파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과정이 이번 논란에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선 후보 가운데 줄곧 지지율 1위를 유지해왔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언론의 검증은 당연한 것이며 진보언론에게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지지를 기대했던 문재인 후보의 지지자들은 진보언론의 검증을 유감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또한 대선 경쟁 기간의 예민함이 대선 이후에도 부차적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논란은 대통령 부인의 호칭(오마이뉴스), 문 대통령 표지 사진(한겨레21)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비판이 빗발치자 진보언론 소속 언론인들이 개인 SNS에 해명을 내놓았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부 기자가 SNS를 통해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향한 경솔한 발언을 올리며 비난의 강도는 더욱 거세졌다.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9일 밤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시민들과 함께하는 개표방송에서 두손을 번쩍 들고 있다. 2017.5.10 seephoto@yna.co.kr(끝)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진보언론을 비판하는 현상에 대해 “‘조중동’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검증을 했거나, 호칭 문제 등이 발생했다면 이렇게까지 심한 비판을 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진보적이고 과거 문 대통령에 호의적이었던 언론들이 대선과정에서 내놓은 보도에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유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도 이와 유사한 해석을 내놓았다. 이번 대선은 '진보-보수' 후보가 명확하게 갈렸던 과거의 대선과는 달리 5명의 대선 후보 가운데 3명(문재인·안철수·심상정)이 사실상 진보로 분류되는 당의 소속 후보였기 때문에 진보언론들은 스탠스가 복잡해졌다. “진보언론들이 뚜렷하게 보수를 비판하고 진보를 취하는 프레임을 지키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진보언론은 우리 편이 돼 주겠거니’ 했던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유감이 남아있게 됐고 그것이 이어졌다”는 게 전 교수의 분석이다.

당선인이 등장하자 환호하고 있다. 2017.5.10 seephoto@yna.co.kr(끝)

전 교수는 문 대통령의 지지자들 가운데는 ‘노무현 정부의 악몽’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 당시 정권을 향한 보수 세력의 공세도 거셌지만 진보 진영에서 나오는 공격 또한 정권이 흔들리는 데 한 몫을 했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문재인 정권에서도 그와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품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문재인 정권이 취임 이후 적폐 청산 등의 국민적 요구를 이뤄내야 하는데 여기서 균열보다는 일치단결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과거의 기억과 지난 대선 과정에서의 예민함, 향후 일정에서 진보진영을 향한 바람과 기대가 합쳐지며 발생한 논란”이라고 총평했다.

최진봉 교수는 문 대통령의 지지자들도 언론 본래의 사명을 되짚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는 “언론사가 거짓을 유포한다면 문제를 삼을 수 있겠지만 언론사가 자율적으로 정한 부분(호칭문제)을 비판하거나, 본인이 지지하는 후보 또는 대통령에 대해서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비판을 한다면 그것은 ‘편파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조중동’이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하지 않자 ‘권력 눈치 보지마라’라는 지적이 나왔다. 헌데 진보언론들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권력감시를 소홀히 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며 “언론사가 억지로 특정인을 ‘흠집내기’ 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잘못된 비판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진보언론이 문 대통령이 잘한 면만 보도한다면 더 나쁜 것”이라며 “언론은 어느 정권에서든 공정·객관·중립 보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규찬 언론연대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민주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비판과 토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노무현 정권 당시 개혁세력과 진보세력 간의 불화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를 반복하면 또 다시 실패하게 된다. 서로 대화하고 견제하고 의견을 들어가면서 나아가야 하는 게 맞다”면서도 “진보언론의 권력을 향한 건강한 비판에 대해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비판한다면 그것 또한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진보언론과 문재인 지지자들 간의 대립에 대해 “토론과 합리적인 비판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환멸과 적대감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매듭짓게 된다면 좋지 않다”면서 “현재 일정 부분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 교수는 현재 불거진 논란을 해소할 방안을 묻자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대표하고 이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 진보정치와 일정하게 맞붙어있고 합리적인 대화가 가능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인물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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