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기영 기자] 민영 통신사 ‘포커스뉴스’가 ‘경영 악화’를 이유로 돌연 폐업을 결정했다. 일각에선 폐업 2주일 전 결성된 노조 때문에 ‘위장폐업’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주인 홍기태 솔본그룹 회장의 사업 의지가 충만했고, 사업적으로도 수십억원의 투자 끝에 수익분기점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포커스뉴스 사측은 지난달 31일 사내 공지를 통해 ‘폐업’ 결정을 알렸다. 대선 기간을 전후해 기사 150여건을 삭제하는 등 사측의 부당한 ‘편집권 침해’에 맞서 기자들이 노조를 설립한지 2주일 만이다. 현재 포커스뉴스 구성원 중 노조 가입자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인원이 명예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기태 솔본 그룹 회장.(사진=네이버 프로필)

‘노조 결성’에 ‘폐업’으로 맞서나?

포커스뉴스 폐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기자들의 ‘노조’ 결성인 것으로 보여진다. 지석만 노무사는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사장들 중에는 ‘눈에 흙이 들어가도 노조가 생기는 꼴은 못 본다’면서 노조가 생기자 마자 폐업해 버리고 법인을 다시 만드는 경우가 꽤 있다”고 ‘위장 폐업설’을 제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포커스뉴스분회는 홍기태 솔본 그룹 회장을 편집권 침해 논란의 ‘핵심 인물’로 지목한 바 있다. 개인의 정치 성향이 편집 방향에 반영되는 등 부당한 편집권 침해를 일삼았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홍기태 솔본 그룹 회장이 ‘포커스뉴스’를 ‘언론사’가 아닌 ‘사기업’으로 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 포커스뉴스에는 38건의 ‘인피니트헬스케어’ 관련 기사가 게재됐다. 이는 어느 언론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기사들이다. ‘인피니트헬스케어’는 포커스뉴스가 속해 있는 ‘솔본 그룹’ 핵심 계열사로,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맡고 있는 ‘상장사’다.

또, 대선 기간 중 삭제된 150여건의 기사들은 대부분 정치와 관련된 기사들이지만, 2건은 ‘쿠팡’ 관련 비판 기사다. 포커스뉴스 분회는 “과거부터 담당 기자에게 아무런 언질 없이 기사가 삭제 됐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노조를 만들면 사측이 ‘폐업하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했다”고 말했으며 포커스뉴스 내부 관계자는 “몇몇 기자들이 홍기태 회장에 대해 취재에 들어갔더니 이러는 것(폐업)”이라고 추측했다.

포커스뉴스 사측이 명예퇴직을 실시하면서 ‘기밀유지 서약서’나 ‘겸임금지 서약서’를 작성한 점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솔본 그룹’의 공통된 사직 양식이다. 이 관계자는 “폐업할 회사에 그런 것이 왜 필요하나”고 의문을 표했다.

솔본 로고.

포커스뉴스, 손익분기점 넘었다는데 '왜?'

포커스뉴스 사측은 ‘경영 악화’ 때문에 폐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포커스뉴스의 경영실적을 살펴보면, 수익이 발생할 시점에서 폐업을 결정한 모양새다.

현재 포커스뉴스는 자본잠식상태다. 포커스뉴스는 지난 2015년 38억9768만원, 2016년 30억3348만원씩 2년간 총 69억3116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16년에는 부채만 44억1850만원으로 1년만에 31억8605만원이 증가했다. 순자산은 30억3955만원이 감소해 26억9600만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창간 후 1년 6개월만에 70억원 수준의 자산 손실과 30억원 수준의 부채 증가가 발생한 것이다. 솔본이 ‘포커스뉴스’에 투자한 금액은 유상증자 당시 약 35억원(포커스신문사 분 15억원)이다. 이외 35억원을 대여해준 상태다.

하지만 지난 2014년 포커스뉴스의 전신인 경제투데이는 21억6034만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했다. 포커스뉴스로 바뀐 지난 2016년 매출은 45억1116만원으로 208% 증가했다. 포커스뉴스 창간 1년 6개월만의 성과다.

또, 복수의 포커스뉴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포커스뉴스 사측은 “올해 4월부터 손익 분기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솔본 그룹은 언론, IT-의료, 벤처투자 분야 등 17개 계열사로 이뤄졌다. 솔본 그룹의 2016년말 기준 매출액은 790억원 수준이다. 그룹 매출액의 78%는 의료기기 판매회사인 인피니트헬스케어에서 나온다.

솔본 그룹의 지주회사는 ‘솔본’으로 지난 1999년에는 세계 최초 무료 인터넷 전화 ‘다이얼패드’를 개발해 증권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새롬기술’을 ‘솔본벤처투자’가 지난 2004년 인수해 사명을 변경했다.

포커스뉴스 홈페이지 캡처.

홍기태 회장, 15년만에 언론사 경영 집착 버렸다?

홍기태 솔본 그룹 회장이 지난 2003년 무가지 ‘더데일리포커스’를 시작으로 15년간 지속적으로 미디어 부문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도 이번 폐업 결정에 의문을 남겼다.

솔본이 처음으로 언론사에 손을 댄 것은 지난 2003년 더데일리포커스를 시작하면서다. 당시 솔본은 25억5000만원을 출자해 더데일리포커스 지분 51%를 확보했다. 이후 더데일리포커스는 ‘메트로’와 함께 무가지 업계에서 2위로 꼽힐 만큼 성장했다. 하지만 시장 환경 변화로 인해 지난 2014년 정간됐다.

솔본이 두 번째로 손을 댄 언론사는 ‘고뉴스’다. 고뉴스는 지난 2007년 포커스신문사(더데일리포커스의 사업체 명)40%, 솔본 15%씩 지분을 인수한 인터넷 신문사다. 이후 경제지를 표방하며 ‘경제투데이’로 매체명을 바꿨지만 결국 자본잠식에 상태에 빠져, 포커스뉴스의 전신이 된다.

솔본은 지난 2015년 자본잠식 상태인 경제투데이에 50억4000만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포커스뉴스’를 창간했다. 솔본은 지난 2015년 5월1일 계열사인 경제투데이의 사명을 ‘포커스뉴스’로 변경하고 같은 달 14일 50억4000만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제호는 여전히 보유...지방 취재본부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포커스뉴스는 ‘뉴스통신사’로 지방 취재본부와 계약하는 ‘전재 계약’을 맺고 있다. 포커스뉴스의 지역 취재본부는 별개의 사업자로, 포커스뉴스 본사에 일정한 ‘전재료’를 내고 자사의 기사를 포커스뉴스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다.

포커슈뉴스는 지역 취재본부와 아무런 협의 없이 ‘폐업 신고’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른 법적 분쟁이 전망된다.

일부 언론 종사자 사이에서는 포커스뉴스의 이번 폐업이 홍기태 회장의 ‘착각’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제조업 등의 업종에서 노조를 없애기 위해 사업체를 ‘폐업’하고 새로운 사업체를 만드는 이른바 ‘위장 폐업’을 하는 경우와 언론사의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한 언론단체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행동해 놓고 언론사를 다시 차린다면 어디서 인정을 해주겠나”면서 “기업과의 관계도 제호나 사업자 번호가 변하면 사실상 새로 시작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포커스뉴스는 자사의 홈페이지를 폐쇄한 상태이며, 지난달 31일로 폐업 신고도 마쳤다. 사실상 ‘포커스뉴스’ 제호만 남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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