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지난 2일 SBS<8뉴스>에서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 기사가 보도된 경위를 조사한 보고서 결과가 나왔다. 취재기자가 명확한 증거나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기사를 발제했고 직속상관인 뉴스제작1부장은 기사의 애초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기사를 수정해 오해의 소지가 불거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해당 부장은 취재기자가 수정요구를 했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부장의 상급자인 뉴스제작부국장과 보도국장, 최종 책임자인 보도본부장 등이 데스킹 과정에서 해당 기사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거나 확인조차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진상조사위원회는 “게이트키핑 작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부실한 보도를 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 4일부터 14일까지 열흘간 조사한 보고서를 15일 발표했다. 진상조사위는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본부장 윤창현)와 한국기자협회 SBS지회,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등으로 구성됐다. 조사위는 해당 보도 과정에서 ▲부실한 취재 ▲부적절한 데스킹 ▲허술한 게이트키핑 등이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위쪽)과 3일 SBS<8뉴스> 보도 화면 갈무리.

먼저,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취재기자가 당초 해양수산부가 임의로 세월호 인양을 지연시키거나 앞당기는 등 권력의 눈치를 본다는 것에 대한 비판이 기사의 취지였다고 밝혔으나 취재가 부실했다. “세월호 인양은 해수부 문재인 후보에게 갖다 바치는 것”이란 하위직 해수부 공무원의 발언 녹취만으로 기사를 쓰기에는 취재가 부실했다. 해수부 내 복수의 취재원을 통해 확인하고 교차 검증하는 취재가 필수적이었다. 또 해당 공무원의 소속과 맡고 있는 업무를 정확하게 파악해 신뢰할 만한 취재원인지 검증하는 과정도 필요했다.

뉴스제작1부장의 부적절한 데스킹도 지적사항으로 나왔다. 보도가 나간 당일 오후에 열린 편집회의에서는 “해당 기사에 대해 선체조사위 시행령 통과와 선체조사위가 해수부의 인양 지연 의혹을 조사한다는 내용을 앞세우고 해수부 공무원의 발언 녹취는 해수부 내부에 이런 분위기가 있다는 정도로 신중하게 써라”는 결정이 났다. 기사 초고에 해수부의 인양 지연 의혹 조사와 공무원 발언을 병렬 배치해 비슷한 비중인 것처럼 처리하고 후보자 실명을 쓰는 등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기사 데스킹 과정에서 이런 문제점들이 반영되지 않았다.

뉴스제작1부장은 선체조사위 조사 부분은 축약하는 한편 해수부 공무원의 발언 녹취를 나눠 배치하면서 초고에 없던 “부처의 자리와 기구를 늘리는 거래를 후보 측에 시도했음을 암시하는 발언도 한다“라는 문장을 추가했다. <인양 고의 지연 의혹 조사>라는 기사 제목을 <차기 정권과 거래? 인양 지연 의혹 조사>라고 바꾸면서 부적절한 거래가 오갔다는 것으로 기사 취지와 다르게 읽힐 가능성이 더 크게 기사를 고쳤다. 또 이 부장은 취재기자가 수정된 기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네 차례에 걸쳐 기사제목과 내용의 수정을 요청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취재기자가 발제한 기사는 편집회의의 통상적인 절차대로 기획서를 올려서 논의하지 않았고, 보도본부 내 타 구성원들이 기사 취지를 살펴볼 기회를 갖지 못했다. 사실상 취재기자와 담당부장만을 거쳐 기사가 작성되고 방송된 것이다. 보도의 결함을 걸러내야 할 편집회의에서는 공무원 직급 등 취재원의 신뢰성을 두고 논의했지만 참석자 누구도 정확한 발언의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다. 취재원의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보도국장은 아이템 채택을 보류하거나 추가 확인 취재를 지시하지 않았다. 대신 ‘신중히’라는 단서를 달아 해당 공무원의 발언 녹취를 사용해도 좋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기사가 작성된 이후 방송되기까지 담당 부장의 상급자인 뉴스제작부국장,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가운데 누구도 잘못된 기사 교정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이날 발표된 진상조사위의 보고서는 SBS 노사 합의 내용에 따라 방송편성위원회에서 작성된 것으로, SBS는 추후 인사위를 열어 책임자들에 대한 징계 조처를 할 계획이다. 이뿐만 아니라 보도국 간부 등 SBS<8뉴스> 관계자는 다음 주 예정된 선거방송심의위 회의에 출석해 해당 보도와 관련해 소명할 예정이다. 선거방송심의위가 지난 8일 회의에서 해당 보도에 대해 '의견진술'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회의에서 대부분의 심의위원들이 '법정제재'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에 '중징계'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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