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7월, 시작했던 YTN노조원들의 투쟁은 어느덧 두 해를 훌쩍 넘겼다. 계절은 당시 뜨거웠던 여름에서 가을, 겨울을 거쳤고, 다시 한 해를 돌아 겨울이 됐다. 그 사이 ‘노조원 6명 해직’이라는 초강경 징계가 이어졌고, 노조 활동을 한 노조원들에 대해서도 정직, 감봉 등의 틈틈이 징계가 이어졌다. 정부 정책 등에 대해 비판적인 코멘트를 한 앵커들은 교체됐다. 일부 기자들은 사전 협의 없이 지역에 있는 지국으로 발령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가 투쟁을 시작한 이후 3번째 노조 집행부가 탄생했다. 박경석 전 지부장의 사퇴 이후 노종면 집행부가 탄생했고, 노종면 전 지부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이후 진행된 제9대 집행부 보궐선거 결과, 단독 출마한 유투권 기자와 김민 기자가 94%의 득표율로 지부장과 사무국장에 당선됐다.

지난 11일 서울 남대문로 YTN타워 15층 노조사무실에서 만난 유투권 신임 지부장은 “이전에 단 한 번도 노조위원장 출마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평소 잘 나서는 성격은 아니다”라고 밝힌 그가 노조위원장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해직자 6명이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있고, 정상적으로 노조 집행부를 이끄는 게 어려운 상황이기에 그들의 짐을 덜어주고 싶은 개인적인 동기에서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상황이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며 웃었다.

오랫동안 진행되고 있는 투쟁에 따른 내부 구성원들의 피로감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얻지 못할까봐 다소 두려움과 걱정이 있었다는 그는, 임기가 시작된 지금도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YTN의 상황이 여전히 엄중하고, 해직자 6명을 비롯해 아직 YTN의 정상화를 위해 풀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YTN의 정상화를 위한 방안으로 공정방송의 강화와 사내 민주주의 회복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유투권 신임 지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유투권 YTN지부장(오른쪽)과 김민 사무국장(왼쪽) ⓒYTN노조
당선 소감을 밝힐 때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임기가 시작된 지금도 여전히 그러한가?

일단은 그렇다. 내부적으로 걱정이 많았다. 1년 반 이상 투쟁이 진행돼 왔던 상황이기에 이에 따른 피로감이 내부적으로 누적되지 않았을까 우려했다. 또 노종면 전 지부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이후 선거 일정이 굉장히 촉박하게 진행됐기에 투표율, 득표율 면에서 의미있는 수치를 얻지 못하지 않을까 두려움과 걱정 있었던 게 사실이다. 막상 투표 결과를 보니까 높은 투표율과 압도적 지지를 보내주셨다. 이걸 확인하는 순간 굉장히 마음이 무거워지더라. 조합원들이 ‘정상적인 노사관계 복원과 공정방송 등 여전히 많은 염원을 가지고 있구나’ 확인했다. 이러한 것들을 심각한 국면 아래에서 ‘짧은 임기 안에 제대로 해결해 할 수 있을까’ 그런 책임 의식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동시에 힘도 된다. 걱정을 일소시킬 수 있을 정도로 조합원들의 의지를 확인했으니까.

출마 의사를 밝힌 이후 주변 반응은 어떠했나?

출마한 것에 대해 ‘뜻밖이다’는 의견이 많았다. 해직된 6명이 그 동안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있었고, 회사 출입의 제한을 받고 있는 해직자들이 외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노조 집행부를 운영하는 게 어려웠다. 이러한 짐을 덜어주고 싶다는 개인적인 동기로 출마를 결심했다. 사실은 막판까지도 출마를 고심해서 ‘몰랐다’ ‘뜻밖이다’는 반응이 많았다. 득표율은 생각보다 많이 나와서 대부분 사람들이 뜻밖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노조위원장 출마에 대해 이전에도 생각해 본 적 있었나?

(웃음) 단 한 번도 없었다. 노종면 선배도 아마 전에는 노조위원장 출마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을 것이다. 이건 장담할 수 있다. 상황이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하하)

노종면 집행부를 구성하던 노조원들에게 해직, 정직 등 중징계가 이어졌다. 이러한 출마를 결심하는 데 변수가 되지는 않았는지, 이러한 부분이 두렵지는 않은가?

가족들은 걱정을 많이 했다. 앞서 노종면 집행부 때 워낙 초유의 일이 벌어졌고, 이에 따른 후유증과 여파가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또 다른 징계가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걱정들이 많았다. 이것까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징계 등을 예단하고 싶지는 않다. 가족들의 우려와는 무관하게 징계를 먼저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노종면 선배도 끊임없이 대화를 통해 유연하게 사태 해결을 모색했다. 이러한 부분에는 나도 변함이 없다.
사측은 그동안 ‘노종면 집행부’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대화를 거부하고 압박 위주로 대응을 해왔다. 이번 당선을 계기로 합리적 대화의 틀을 모색할 수 있다면 기나긴 투쟁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그러길 기대한다.

“YTN사태, 여기까지 오리라고 예상 못해”

▲ 유투권 YTN지부장 ⓒ송선영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YTN사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를 것이라고 예상했었나?

누가 그렇게 예상을 했겠나. 돌아보면 아득하다. 나보다는 해직된 6명과 전임 집행부를 이끌었던 당사자들이 더 아득할 거 같다. 이 사태가 여기까지 오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필사(筆寫)로 다할 수 없는 대량 해직, 구속 등 지금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 순간, 순간 최선의 대응책을 모색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고 본다. 전임 집행부는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해결책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이 점에 대해서는 어느 조합원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전임 집행부가) 한 국면을 접고, 출발하는 전기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결단을 내린 것 같다. 취지에 부응해 노사관계를 정상화 시키고 공정방송위원회와 같이 투쟁으로 얻은 성과물을 공고히 하는 등 사측과 합리적 이성적 대화 통해 무언가를 이뤄낸다면 의미가 크다고 본다.

해직자 문제에 대한 진척이 없다. 지난해 배석규 사장은 노조 또는 해직자들을 ‘회사의 발전을 저해하는 이들’로 규정했다. 해직자 문제에 대한 입장은?

YTN사태의 궁극적인 해결은 해직자 6명의 복귀이다. ‘YTN에 들어오는 것’ 이 뿐 아니라 투쟁의 정당성에 대한 온전한 평가와 함께, 말 그대로 실질적인 복귀가 사태의 종착역이라 생각한다. YTN사태에 대한 궁극적 해결에 대해선 이견이 없으나, 다만 어떻게 실질적으로 해결할 것이냐에 대한 방법론에 있어서는 서로 다른 대응책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해직자 문제는 YTN사태의 출발이자 끝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 400명 조합원 어느 누구도 의심하지 않고 있다.

배석규 사장이 취임한 이후 노사관계가 더욱 악화됐다.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출마의 변에서 밝혔지만, 한 마디로 정의하면 회사는 노조를 온전한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의도가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추론하고 싶지는 않다. 노조를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일방통행’식으로 조직을 운영한 것에서 (노사관계 악화가) 시작되었다. 예를 들어 단체협약과 같은 효력을 갖고 있던 보도국장 3배수 추천제를 일방적으로 폐지했다. 최근 지국 발령 문제도 그렇고. (회사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원만한 해결이 도출되기 힘든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노조 집행부가 바뀐 현 시점에서 사측의 태도를 예단하고 싶지는 않다. 과거와 같은 똑같은 행태를 반복할 거라고 예단하고 싶지 않다. 과거와 다른 이성적인 자세로 노조를 대화상대로 인정한 상태에서 협의에 임해줄 것을 요구하고 싶고, 그렇게만 된다면 하루아침은 아니겠지만 신뢰를 쌓고 사태를 해결 할 수 있을 거라 본다.

“YTN보도, 지나치게 정권 눈치 본다는 비판 나오고 있어”

현재 YTN의 보도에 대해 안팎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 YTN의 보도, 어떠한 거 같나?

이러한 부분은 내부 구성원들이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부 구성원들의 불만을 그대로 옮기자면 지나친 정권 눈치보기, 세종시를 비롯해 중요한 대통령 공과, 예민한 사안 등을 보도하면서 일선 기자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사례들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보도는 YTN의 경쟁력이며, 노사 모두의 문제이기도 하다.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핵심이기에 사측도 이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공정방송위원회라는 공식 기구 있기에 이를 통해 충분히 논의해야 하며, 사내에 제기된 보도 공정성 침해 사례 들을 서둘러 해소해야 한다.

공정방송위원회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데?

지난해 11월과 12월, 공정방송위원회를 가동하지 못했다. 노조 집행부 교체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노사 모두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고, 재가동하는 것이 급선무다. 공정방송위원회를 실질적으로 강화해 YTN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정성을 재확인하고, 어떻게 확립할 것인지를 노사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공정방송 강화와 사내 민주주의 회복을 꼽았다.

▲ 유투권 YTN지부장 ⓒ송선영
현재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은 노사 관계 정상화이다.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선 공정방송을 강화하고 사내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사측과 임단협(임금과 단체협약)이 진행되고 있는데, 사측은 일부 조항들을 문제 삼으면서 협상의 진척을 가로막고 있다. 정상적인 노사 교섭을 위한 목적보다는 ‘노조 길들이기가 아니냐’ 의심할 수 있는 부분으로 생각할 정도이다. 임단협을 서둘러 진행하고 타결하는 게 (신임 노조의) 첫 번째 과제가 될 거 같다.
또 현재 보도국 기자들이 인사를 통해 지역에 있는 지국으로 발령이 나 있는 상황이다. 노조 측과 합의, 협의없는 일방적인 지역 발령은 사내에서도 정당성 얻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갈등을 양산하고 있다. 지국 인원 보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사측과의 합리적 대화를 통해 이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노조위원장으로서 가장 두렵고 무서운 건 무엇인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난 뒤,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것)이라고 하는데, 상황의 엄중함이 진인사만을 요구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개인적인 결단이나 헌신만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성과가 있는 방식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판단과 이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의 엄중함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런 게 두려운 부분이다. YTN의 상황이 여전히 엄중하고, 임기 6개월이 노사 관계의 디딤돌로 가느냐, 다시 한 번 누구도 원치 않는 대립의 국면으로 가느냐를 가리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측도 전향적 태도로 대화에 임해줄 것을 요구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외부에서 보시면서, 지난 1년 반 동안 적지 않은 상처가 있었고, 현재 진행 중이기에 YTN 내부 구성원들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알고 있다. 실제 전혀 없다고는 장담 못 한다. 다만 이번 투표율과 득표율을 보고 놀랐고, 조합원들이 게시판 통해 끊임없이 의지를 표현해 주고 있다. 이는 나에게 큰 부채이자 힘의 근원, 동력이다. 많은 조합원들이 1년 반 동안 지키고자 했던 가치, 시기마다 방법은 달랐지만 식지 않는 열정을 보이고 있기에 언젠가는 생각하는 가치들을 온전히 실행할 수 있는 시기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 너무 걱정 할 필요 없고, 지켜봐달라는 말씀만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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