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에 임명된 조국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기저기서 두들겨 맞겠지만 맞으며 가겠습니다”라는 말로 공직 수락의 의지를 대신했다. 하긴 누구라고 몰랐겠는가. 청산해야 될 적폐라도 결코 호락호락 당하지는 않을 것이고, 적반하장의 반격도 주저하지 않을 것은 너무도 분명해 보이는 우울한 전망이고 보면, 문재인 정부에서의 공직은 고위직일수록 고난을 자처하는 길이 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조국 교수 아니 조국 민정수석이 임명된 당일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조국 교수의 모친이 이사장인 사학법인에서 세금 2천여만 원을 체납했다는 것이다. 물론 가짜뉴스가 아닌 사실이며, 사정이야 어쨌든 체납은 잘못된 일이다. 이에 대해 조국 수석은 변명 없는 사과를 했고, 곧바로 납부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 역시 전했다.

조국 민정수석(왼쪽)이 1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 브리핑실에서 취재진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이 사실을 두고 논란을 야기하려는 언론의 태도에 있다. 권력과 언론 사이에 긴장감은 사실 건강한 것이다. 그러나 공직자가 청렴해야 하는 만큼 언론 역시 정직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중앙일보에서 벌어진 댓글조작 스캔들은 얼마 전 벌어졌던 SBS의 세월호 오보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조 수석의 가족이 운영하는 학교법인의 체납 기사에 중앙일보 관리자 아이디로 비판적인 댓글을 다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다른 독자가 문제를 지적하자 곧 삭제가 되었고, 실수라고 사과도 했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봉합될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오보는 아니지만 오보보다 더 심각한 것은 마치 독자인 것처럼 댓글을 달아 기사 내용에 논란을 부추기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을 받게 된 것이다.

물론 중앙일보 직원도 기사와 이슈에 대해서 개인적 의견을 개진할 권리가 있지만 적어도 자사 기사에 댓글을 다는 것은 다른 의도로 오해를 살 여지가 없지 않다. 해당 직원은 이에 항의하는 독자에게 개인적인 메시지를 통해서 실수였다고 해명을 했다지만 그 실수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또한 대부분의 실수에는 변명이 주어져야 하지만 이런 식의 실수는 언론사에서 생겨서는 안 될 종류의 것이다. 여론조작의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노무현 대통령 시절과 이번 대선 전에서의 언론의 편파를 겪은 문재인 정부로서는 언론의 호의를 기대하지는 않고 있을 것이다. 또한 공직자의 인사검증에 대해서는 아무리 인수위 기간이 생략된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언론이 포기해서는 안 될 부분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자사의 기사에 댓글을 달아 기사 내용을 부추기려고 한 행동은 언론의 본질을 흐리게 할 뿐이다.

중앙일보 공식 페이스북 계정으로 달린 댓글과 이후 사과문

그렇지만 이 건으로 인해 중앙일보가 줄곧 기사마다 댓글조작을 했다든지 혹은 이번 건도 의도적으로 여론을 호도하려고 했다는 증거는 없다. 게다가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이 미국 특사로 내정됐다는 소식도 전해진 점도 감안한다면 모든 상황이 중앙일보의 의도로는 보이지 않지만 어쨌든 댓글조작이라는, 언론사로서는 절대로 연루되어서는 안 될 혐의를 쓰게 된 것은 대단히 망신스러운 사실이다.

다만 아이러니한 것은 조수석 가족의 학교법인 문제는 더 커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이 자칫 사학재단의 구조적 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누군가, 어떻게든 막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사의 경우 보통은 사학의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을 부연 설명하거나 후속기사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알고 보면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편 해당 학교는 학년 당 3학급 정도의 작은 학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족. 얼마 전 SBS 오보를 크게 다뤘던 JTBC <뉴스룸>은 이 사건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 궁금하다. 혹시 이번에도 엔딩곡으로 마이클 잭슨의 같은 노래 'You are ot alone'을 또 내보낼까? 어쩌면 We are not alone이란 노래를 찾아야 할지도.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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