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드라마 팬들을 사로잡고 있는 <터널>과 <시카고 타자기>가 모두 결방했다. 연휴 기간 정상 방송이 아닌 결방을 선택한 데는 무슨 의도가 있었던 것일까? 전혀 다른 장르이지만 매력적인 두 드라마의 결방으로 인해 시청자들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결방 노림수;
<터널>과 <시카고 타자기>, 몰아보기와 다이제스트 나름의 이유를 담았던 결방

30여 년 전 범인을 잡기 위해 들어선 터널에서 역습을 받고 쓰러진 주인공. 그렇게 깨어나 터널 밖으로 나오니 그곳은 자신이 살던 시대가 아니다. 30년이 훌쩍 지난 그곳에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터널>은 장르 드라마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80여 년 전 독립군이었던 세 남녀가 다시 만났다. 하나는 유령으로 두 사람을 연결시켰다. 불현듯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들은 그렇게 전생을 이야기하게 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하지만 그 과정은 오직 기억 속에 감금되어 있을 뿐이다. 타임워프라는 장르에 대해 식상함을 느끼는 이들에게도 <시카고 타자기>는 매력적인 드라마다.

tvN 금토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OCN 주말드라마 <터널>

OCN과 tvN을 통해 방송되고 있는 두 드라마는 금토 드라마로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물론 시청률에서 아쉬움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도깨비> 광풍이 불고난 후 이를 만회하거나 능가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장르 드라마를 꾸준하게 만들어왔던 OCN는 <터널>을 통해 보다 진일보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 중이다.

<시그널>과 비슷하지 않느냐는 의문에, 우리 드라마는 다르다고 했던 <터널> 피디는 그 당당함을 인정받은 셈이다. 시간을 오간다는 점과 과거의 사건을 현재 시점에서 해결해간다는 기본적인 골격의 유사성은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두 남자와 한 여자라는 관계 설정도 비슷한 것은 부정할 수는 없다. 기본적인 틀의 유사성이 내용까지 강제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장르 드라마 팬들에게 <터널>은 간만에 마주하는 재미있는 드라마이다.

유아인과 임수정이 출연하는 <시카고 타자기>의 낮은 시청률은 의외로 다가온다. 진수완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에서도 큰 화제였던 이 드라마가 2%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은 아쉽다. 물론 케이블에서 2%가 낮지는 않지만 대박 드라마들이 종종 나오는 상황에서 이 시청률은 아쉬움으로 자리한다.

OCN 주말드라마 <터널>

단순히 타임워프 드라마의 연장으로 보는 이들에게는 식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이야기의 재미와 힘은 한 번 보면 계속 볼 수밖에 없는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작가로 살아가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시카고 타자기>는 색다른 시도를 통해 묵직한 재미까지 함께 담고 있다.

저주 받은 걸작이라는 표현은 오래 전부터 익숙하게 쓰던 표현이다. <시카고 타자기>는 어쩌면 이런 부류에 합류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탄탄한 이야기 속에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의 열연, 여기에 OST까지 최고인 <시카고 타자기>가 이렇게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려우니 말이다.

시청률로 정의할 수 없는 작품들이 있다. 두 드라마가 결방을 하고 몰아보기를 선택한 데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긴 연휴 TV를 보는 이들이 적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가장 우선되었을 듯하다. 시청자가 떠난 상황에서 굳이 정상 방송을 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섰을 테니 말이다.

지상파의 경우 이런 선택을 할 수는 없지만 케이블은 이런 편성의 자유가 보장되고 저항도 낮다는 점에서 가능한 선택이다. 혹시 <터널>과 <시타고 타자기>를 아직 보지 못한 이들에게 연휴 기간 동안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두 드라마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tvN 금토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잘 만든 드라마이기 때문에 한 번 본다면 끝까지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선택이니 말이다. 여기에 빡빡한 촬영 스케줄을 생각해보면 이런 결방은 나름 여유롭게 촬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보다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한 투자와 노력이 담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인데 안 볼래?’하는 자부심이 느껴지는 결방은 효과를 보는 듯하다. <터널> 결방이 포털사이트 검색어에서 사라지지 않는 현상을 보면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으니 말이다. 한 주의 결방으로 전편을 방송해줌으로써 복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도 하고, 그동안 소문만 들었던 이들에게는 입문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줄 수도 있다.

결방 노림수는 철저하게 방송사의 이익을 담보한다. 본방송을 하는 것보다 결방을 통해 재방송을 하는 것이 여러 측면에서 이롭다고 봤기 때문이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시청 흐름이 끊긴다는 점에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번 결방이 과연 다음 주 시청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궁금해진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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