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5·9 조기대선 여론조사 공표 마감기한 직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독주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조사에서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실버크로스'를 이뤘다는 결과가 등장했다. 안 후보의 자충수와 홍 후보이 막말 등의 돌출행동이 빚어낸 결과물이라는 분석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오른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연합뉴스)

3일 발표된 엠브레인 여론조사(서울신문·YTN 의뢰로 2일 전국 성인남녀 2058명을 대상으로 유·무선RDD 방식으로 실시, 유선비율 31.6%, 응답률 17.4%,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2.2%p)에서 문재인 후보는 40.6%의 지지를 얻어 선두를 달렸다. 홍준표 후보는 19.6%의 지지율로 17.8%의 안철수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발표된 알앤써치 여론조사(데일리안 의뢰로 4월 30일부터 1일 전국 성인남녀 1961명을 대상으로 유·무선RDD 방식으로 실시, 응답률 4.3%,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2.2%p)에서도 문재인 후보가 41.8%로 압도적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홍준표 후보가 21.2%의 지지율로 19.4%의 안철수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다는 결과가 등장한 바 있다.

3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1~2일 전국 성인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유·무선RDD 방식으로 실시, 유·무선 비율 8:2, 응답률 13.5%,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p)에서는 홍준표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18.6%로 동률을 이뤘고, 같은 날 한국갤럽 여론조사(1~2일 전국 성인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유·무선RDD 방식으로 실시, 유선비율 15% 내외, 응답률 25%,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p)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20%의 지지율로 16%의 홍준표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여론조사기관에 따라 결과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홍준표 후보의 상승세와 안철수 후보의 하락세는 완연하다. 홍 후보는 지난 27일 "안철수 후보는 홍준표의 페이스 메이커"라면서 "자체 분석으로는 오늘 이미 (안철수 후보를) 넘어섰고, 다음 주부터는 문재인 후보와 내가 좌우 양강구도로 간다"고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결국 이번 대선은 문재인 지지층과 문재인 비토층의 대결로 점철될 것이란 예측이 주를 이룬다. 지난 4월 초 안철수 후보가 일시적으로 문 후보와 양강구도를 형성했던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풀이가 가능하다. 문재인 비토층이 안 후보에게로 몰리는 현상이 벌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는 각종 검증 공세에 시달림과 동시에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연이어 좋지 않은 평가를 받으면서 스스로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달 23일 제3차 TV토론에서 '갑철수', 'MB아바타' 등을 입에 담은 것은 스스로 자신의 이미지를 깎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안철수 후보가 4월 초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비토층이 자신에게 몰리는 결과가 등장하자, 안보를 중심으로 보수적인 발언들을 내놨던 것도 패착으로 손꼽힌다. 기존에 안 후보를 지지하던 진보층과 중도층, 국민의당의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지지 철회가 잇따르면서 지지율 하락의 큰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반면 홍준표 후보는 과격하게 느껴질 정도의 발언으로 문재인 비토층이 두터운 보수층을 공략하고 있다는 평가다. 과격한 막말과 여성비하 발언, 자서전에 담긴 돼지흥분제 사건 등으로 문제가 되기는 했지만, 김대중·노무현 정권 비난, 이명박 4대강 사업 호평, 박근혜 비호 등으로 보수 표심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홍준표 후보는 2일 밤 열린 마지막 대선후보 TV토론에서도 보수 표심 자극에 전념했다. 홍 후보는 '탄핵이 잘못된 거냐'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질문에 "정치적 탄핵은 할 수 있지만 사법적 탄핵은 대상이 아니다"면서 "유 후보처럼 비서실장 하다가 탄핵 찬성하고 그렇게 배신하고 할 수는 있다"고 인신공격을 가했다.

홍준표 후보는 "그런 식으로 비열하게 하면 안 된다"면서 "바른정당 탈당한 의원들 만나보니 후보가 덕이 없어서 도저히 대선을 못 치르겠다고 하더라. 그 단속이나 잘하라"고 비꼬았다. 홍 후보는 "대구 가보면 유 후보는 배신자가 돼서 정치하기 어렵다"면서 "(유 후보는) 박근혜를 정치적, 인간적, 정책적으로 배신했다"고 비난했다.

이 같은 홍준표 후보의 각종 발언에 아직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샤이 박근혜'와 기존의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홍 후보 지지로 돌아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기존 지지층이 붕괴된 상태에서 보수 유권자들이 홍 후보 측으로 빠져나가면서 지지율 하락 현상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맞물려 '실버크로스'가 일어났다는 분석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안철수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적어지면 보수층은 홍준표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면서 "홍 후보에게 지지를 보내 문재인 후보를 견제하자는 심리가 발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수는 있다. 유승민 후보의 대선 레이스 완주 여부를 두고 내홍을 겪고 있는 바른정당이다. 2일 홍문표 등 13명의 바른정당 의원은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겠다며 탈당을 선언했다가 여론의 비판에 직면했다. 여론의 강한 비판 정서에 결국 황영철 의원이 바른정당 탈당을 보류하고 "외롭고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유승민 후보의 마지막 선거운동에 힘을 보태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들이 탈당한 이후 이틀동안 바른정당의 하루 평균 온라인 당원 입당은 평소의 50배로 늘었고, 후원금 모금도 20배 늘었다는 소식이다. 유승민 후보에 대한 동정 여론과 기회주의적 정치 행태에 대한 비판 정서가 어우러져 발생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당장 2, 3일 발표된 여론조사에는 이 같은 현상이 100%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다. 유승민 후보 측으로 유의미한 보수층이 유입될 가능성을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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