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기영 기자] 케이블 MSO 티브로드가 ‘경영 위기’를 이유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직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티브로드는 실적이 악화된 지난 2013년부터 4년간 오너 일가에 170억원을 포함해 총 898억원을 배당했다. 이는 티브로드가 해당 기간 벌어들인 순수익의 25% 수준이다.

티브로드 경영 실적과 배당액 추이.(연결 기준, 자료=티브로드 사업보고서) (단위 : 억원)

2일 티브로드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3-40명의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또, 티브로드는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희망퇴직을 거부하는 인원들에게 연휴 기간 동안 연차를 못쓰게 하는 등 불이익을 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티브로드는 이번 희망퇴직을 ‘경영상 위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2년 최대 실적을 보인 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50%, 56% 하락하는 등 실적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다. 이는 IPTV의 성장 등으로 시장 경쟁이 치열해 업황이 악화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주요주주들에 대한 배당을 살펴보면 지난 2013년 166억원에서 지난해 249억원까지 매년 배당을 늘려왔다. 지난 2013년을 기점으로 경영 지표가 나빠지고 있었다. 당해년만 하더라도 전년 대비 매출은 6.0% 줄었고 영업이익 50%, 당기순이익 54% 감소했다.

티브로드는 2011년까지만 하더라도 주주에 대한 배당에 유보적인 입장이었다. 티브로드는 2011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난 비즈니스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꾸준히 현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그러나 당사는 이러한 현금을 미래 성장을 위한 동력을 확보하는데 최우선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며 그에 따라 이익을 유보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티브로드의 표현을 빌리면 기업의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미래성장을 위한 동력’을 주요 주주인 이호진 전 태광산업 회장과 그 아들 이현준 씨, 지배회사인 태광산업 등에 분배한 셈이다. 이 전 회장은 지난 4년간 115억원, 아들 이씨는 55억원을 배당받았다. 지배 회사인 태광산업의 배당금액은 484억원이었다.

그러나 티브로드는 지난달 희망퇴직에 대해 “미래 존속이 가능한 회사로 만들어 나가야만 하며 이는 (희망퇴직은)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 필수적으로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티브로드는 종속회사 실적을 제외한 개별 기준 16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출했으며 이는 같은 기간 ‘급여 지출’ 339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또한 당기순이익에 대한 현금배당액 비율인 '배당 성향'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3년 19.78%이던 배당 성향은 지난해 35.72%까지 늘어났다. 티브로드는 비상장사로서 태광산업이 53.94%, 이호진 전 태광산업 회장 10.79%, 아들 이 씨 7.08%, 태광관광개발(주) 7.76% 등 특수관계자가 전체 지분의 79.73%를 가지고 있다.

희망연대노조 티브로드지부는 "회사가 노동자를 가족처럼 여겼다면 노동자의 직장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해고로써 경영악화를 극복하겠다는 티브로드에 맞서 투쟁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티브로드 사측 관계자는 "배당과 희망퇴직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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