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문재인 후보 측 국민주권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정의당 지지는 다음 선거에 해도 된다"고 말해 물의를 빚고 있다. 정의당은 우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우상호 원내대표는 기자 간담회를 열고 "호남은 대대적 우세가 굳어지는 흐름을 확인하고 왔다"면서 "충청과 강원은 여전히 관망층이 의외로 두텁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우 원내대표는 "어제 바른정당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면담해 막판에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연합뉴스)

우상호 원내대표는 "심상정 후보가 예상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런 양상들이 현재 여론조사 추이만 보고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이라고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문재인 후보가 당선될 것이 확실하니까 놀러가자는 층이 있거나, 여유가 있으니 진보적 후보를 투표하자는 흐름이 생기는 것을 경계한다"면서 "문재인 후보 지지율이 사실 35~40% 사이 박스권에 갇혀있다"고 말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면서 "문재인 후보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 개혁동력을 만들어 달라. 정의당 지지는 다음 선거에 해도 된다"고 밝혔다.

정청래 전 의원도 1일 비슷한 맥락의 발언을 자신의 SNS에 게재해 논란이 일으켰다. 정 전 의원은 "정의당은 좋은 정당이다. 수구정당과는 질적으로 다른 선의의 경쟁자"라면서도 "선거는 한 표 싸움이다. 나중에 좋은 관계를 유지할지언정 지금은 선거 전쟁 중이다. 남는 표는 없다. 정권교체가 절박하다. 문재인 압승 위해 표 분산을 막자"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2일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어제 정청래 국민참여본부 공동본부장이 '남는 표가 없다'며 사표론과 압승론을 주장한 데 이어 오늘 우상호 원내대표가 기자 간담회를 통해 '정의당 지지는 다음에 해도 괜찮다'고 말했다"고 전하면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한창민 대변인은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 상승은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과는 별로 관련이 없다"면서 "지금까지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바로 파악이 되는 부분"이라고 일축했다. 한 대변인은 "심 후보의 지지율 상승 기반은 20대, 청년, 무당층으로 파악된다"면서 "민주당이 기존에 보듬지 못했던 계층이 정의당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창민 대변인은 "정의당이 정치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민주당은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환영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이런 마당에 정의당 지지는 다음에 하라는 말은 과거의 틀에 미래를 가두는 어리석고 오만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한창민 대변인은 "촛불민심은 정권교체의 열망 뿐 아니라 근본적인 개혁도 원하고 있다"면서 "사표는 없다. 민주당 지지가 개혁을 담보하지도 못한다. 국민들의 민심을 왜곡하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창민 대변인은 "정의당은 민주당과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있다"면서 "심상정 후보는 정책과 비전을 가지고 국민들의 삶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은 압도적 승리론이나 사표론 같은 낡은 방식의 선거에 기대지 않길 바란다"면서 "그런 인식으로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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