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유승민 후보의 19대 대선 완주를 둘러싼 바른정당의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이은재 의원이 바른정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에 합류한 데 이어 3선 중진 홍문표 의원의 탈당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유 후보가 여전히 완주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가운데 단일화 시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유 후보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앞섰다는 결과도 나왔다.

바른정당, 내부에서 '유승민 흔들기' 심화

연합뉴스는 30일 밤 서울 시내 모처에서 바른정당 소속의원 13명이 회동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이날 회동에는 유승민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주호영 원내대표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민의당·자유한국당과의 대선후보 단일화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자리에서 홍 의원은 탈당 의사를 밝혔고 참석한 의원들이 유승민 후보의 입장을 들어보고, 추이를 더 지켜보자고 만류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연합뉴스)

주변 의원들의 만류에도 홍문표 의원은 탈당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홍 의원은 "더 이상의 (단일화) 진전이 없으면 오늘이나 내일 사이에 결론을 내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의원 외에도 2~3명의 바른정당 소속 의원이 탈당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유승민 후보에게 사퇴를 건의하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던 이종구 정책위의장은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2위를 하는 후보에 대해 의원들이 지지 선언을 하고 국민에게 표를 몰아줄 것을 호소하는 방법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24일 바른정당은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는 의원들의 요구로 5시간 여에 걸쳐 의원총회를 열기도 했다. 당시 유승민 후보는 "우리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하고 지금부터 가는 길이 아무리 험하더라도 언젠가는 국민들께서 마음을 열어주실 거라 믿고 있다"면서 완주 의지를 표명했지만, 김성태, 김재경, 홍문표 의원 등은 '3자 단일화'든 '보수 단일화'든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유 후보를 압박했다.

그러나 의원총회 후에도 유승민 후보는 대선 완주 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다. 의원총회 직후인 지난달 25일 중앙일보·JTBC·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유 후보는 "바른정당에서 유승민·안철수·홍준표 후보의 단일화 제안을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질문에 "왜 묻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안 한다"면서 "후보 동의 없이는 단일화 안 되는 것을 잘 아실 것"이라고 일축했다.

지난달 28일 유승민 후보는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후보를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서 뽑아놓고 흔들기 하는 건 정당 역사상 없었다"면서 "선거운동을 하기 싫으면 최소한 흔들기는 안 해야 된다"고 경고했다. 유 후보는 "그게 도리 아니냐고 생각한다"면서 "정치적으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흔들기를 계속하는 건 우리가 스스로 바른정당 창당하면서 바른정당이 추구하는 것과는 180도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철수의 김종인 영입, 마지막 변수될까?

'자강론'을 내세우며 후보 단일화에 미온적이었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김종인 전 의원을 공동정부준비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김 위원장은 '반문연대' 구성을 추진하다가 대선후보 대열에서 스스로 내려왔다.

안철수 후보는 김종인 위원장에게 새 정부에 참여할 정파의 입장 조율과 인물 발탁 등에 대한 권한을 위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안 후보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단일화가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원래 정치가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하지 않냐"고 여지를 남겼다. 안 후보는 단일화에 여전히 선을 긋고 있지만, 지지율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는 상황으로 단일화로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TV조선 여론조사 결과. (사진=TV조선 보도 캡처)

주목할 만한 점은 3자 단일화와 보수 단일화를 가정한 단일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유승민 후보가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TV조선이 여론조사기관 메트릭스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후보 3자 단일화 적합도에서 유 후보는 17.6%의 지지를 얻었다. 30.6%를 기록한 안철수 후보에 이어 2위이며 17.2%의 홍 후보에게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홍준표, 유승민 후보 간 보수 단일화 여론조사에서는 유승민 후보가 44.5%의 지지를 얻어 24.7%의 홍 후보를 압도적으로 따돌린다는 결과가 나왔다. 진보층을 제외한 중도·보수층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유 후보와 홍 후보가 각각 39.8%, 35.2%로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3자 단일화든 보수 단일화든 실제로 성사될 가능성은 미지수다. 각 당의 후보들이 강하게 완주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데다, 무리하게 반문연대를 구성하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바른정당 정병국 전 대표는 "단일화는 물 건너간 상황으로 보인다"면서 "이제는 유승민 당선을 위해 총력 매진하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인용된 여론조사는 TV조선이 메트릭스에 의뢰해 28~29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유·무선RDD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 15%, 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 ±3.1%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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