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에 이은 뺑소니 사고를 낸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은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가 오는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법원에 야구선수로 계속 활동할 수 있도록 형량을 벌금형으로 낮춰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연합뉴스 등 국내 언론에 따르면 강정호의 변호인은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김종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원심의 징역형이 유지되면 비자 발급이 불가능해져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없다"며 "비록 잘못이 작지 않지만, 야구를 접으라고 하는 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없어 죗값이 너무나 크고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강정호는 미국 정부 당국으로부터 비자발급을 받지 못해 팀 합류는 물론 야구를 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태다. 항소심에서 벌금형으로 형량이 낮아져 어찌어찌 미국에 입국할 수 있게 된다고 하더라도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별도의 징계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바로 경기에 뛸 수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정호의 변호인은 강정호가 현재 국내 운전면허가 취소된 상태이고, 미국 면허도 자진 반납했으며 다시는 운전하지 않고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음주뺑소니 사고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메이저리거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가 27일 오후 항소심 1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강정호 본인도 "지난 실수들로 인해서 물의를 일으킨 점을 반성한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나 후회하고 있고 (다른 선수들이) 야구 하는 것을 보면서 뼈아프게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강정호는 지난해 12월 혈중알코올농도 0.085% 상태로 운전하다 서울 삼성역 사거리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달아나 재판에 넘겨져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들은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며 “2회 이상 처벌받았는데도 또 음주운전을 하면 가중해서 처벌하고 있다”며 “강씨 역시 벌써 두 번(2009년·2011년)이나 벌금형 처벌을 받았는데도 또 음주운전을 했다”고 지적, 강정호에 대한 징역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강정호에 대한 항소심 선고일은 오는 5월 18일. 과연 법원은 강정호의 선처 호소에 화답할까? 만약 법원이 강정호의 호소에 화답해서 그가 원하는 대로 벌금형으로 형량을 낮춰준다면 그 결정은 과연 정의에 가까운 정당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강정호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의 선처 호소는 일고의 가치가 없다. 만약 법원이 강정호의 호소에 화답해서 그가 원하는 대로 벌금형으로 형량을 낮춰준다면 그것 역시 정의와는 거리가 멀다.

이미 강정호는 두 차례나 음주운전으로 처벌을 받았고, 이번이 세 번째 음주운전 적발이다. 거기에다 사고까지 냈다. 인명피해가 없었다고는 하나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 강정호의 음주 상태가 심상치 않은 상태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만약 강정호가 덮친 가드레일 부근에 사람이 있었다면 심각한 인명피해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두 차례 음주운전 처벌에도 불구하고 다시 이와 같은 사고를 일으켰다면 강정호가 지금 가야 할 곳은 메이저리그 경기가 벌어지는 야구장이 아닌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한 병원이다. 당분간은 야구와 거리를 두고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알코올 중독을 말끔히 치료했다고 하더라도 야구장으로 돌아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이라는 프로스포츠가 추구하는 공통의 캐치 프레이즈 내지 가치에 비춰볼 때 강정호는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꺼려지는 부적합 인물이다.

음주뺑소니 사고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메이저리거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가 27일 오후 항소심 1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정호가 야구장 언저리에 있어야 한다면 그가 있어야 할 곳은 야구에 소외된 사람들이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강정호의 변호인은 강정호에게 야구를 접으라고 하는 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강정호의 음주운전으로 인해 누군가는 느닷없이 원치 않는 사형을 집행당할 수 있었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강정호 측의 선처 호소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강정호에게 필요한 것이 야구 자체라면 그가 있어야 할 곳이 굳이 메이저리그 무대일 필요도, 프로야구 무대일 필요도 없다. 야구를 접는 것이 죽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 감옥이건 동네 야구장이건 그 어디에서건 그저 야구를 하면 된다.

지금 당장 강정호에게 필요한 것은 야구가 아니라 반성과 자숙, 그리고 치료다.

마지막으로 또 한 가지 지적할 부분은 바로 검찰이다.

앞서 검찰은 강정호를 정식 재판에 넘기는 대신 벌금형에 약식 기소했다. 상습 음주운전에 뺑소니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약식 기소 처분을 내렸다는 것은 검찰이 제정신이 아니었거나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제정신 박힌 법원 덕분에 강정호가 재판에 넘겨진 이후에도 검찰은 강정호에게 달랑 1천500만원 벌금형을 구형했다. 물론 다행히 제정신 박힌 법원 덕분에 강정호는 검찰의 구형량보다 훨씬 무거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그리고 2심에서도 검찰은 이례적으로 "피고인의 항소를 받아들여 주기 바란다"고 의견을 냈다.

오늘날의 대한민국 검찰이 왜 개혁의 대상인지 이런 데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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