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기영 기자] 케이블MSO 티브로드가 대규모 희망퇴직을 진행해 직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티브로드 사측은 ‘경영 위기’를 이유로 들었지만 직원들은 "경쟁사에 비해 경영 실적이 양호하다"며 "경영진이 책임을 직원에게 전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티브로드 내부에서는 감원의 배경을 놓고 ‘이호진 전 태광산업 회장 피바람설’, ‘M&A 사전 작업설’ 등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달 28일 티브로드는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공고했다. 티브로드는 사내 공지를 통해 “현재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미래 존속이 가능한 회사로 만들어 나가야만 하며, 이는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 필수적으로 해야만 하는 일”이라며 “회사는 장래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경영상 위기를 강조했다.

티브로드 사측과 면담을 진행한 내부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티브로드는 이번 희망퇴직에서 100명, 재차 진행하는 희망퇴직에서 140명, 총 24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지난해말 기준 전직원 613명 대비 40%에 달하는 수준이다. 구체적으로는 각 사업부당 10명 감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각 사업부별 광고팀, 자재창고팀은 외주화를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사측과 면담에서 '다음 번 진행되는 희망퇴직에 지원할 경우 이번보다 희망퇴직금이 50%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내용과 “퇴직 대상자인데 어떻게 할 것이냐?”는 등 사측의 ‘협박성’ 압박도 행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희망연대노조 티브로드지부는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지난달 27일 긴급 성명을 내고 “회사가 경영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티브로드가 미래 존속을 위해 시급히 해야 할 일은 희망퇴직과 권고사직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티브로드 가족들과 함께 위기를 극복해 나아가야 할 방법을 모색하는 게 우선 순위 "라고 지적했다.

티브로드의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액은 7739억원에서 7625억원, 7250원원으로 2년새 6% 줄어들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579억원에서 1434억원, 1063억원으로 33% 감소했다.

그렇다고 인건비가 경영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티브로드의 인건비를 살펴보면 타 MSO보다 직원 수도 적고 영업비용에서 급여가 차지하는 비중도 낮다. 티브로드는 지난해 '급여' 명목으로 339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지난해 영업비용 6005억원 대비 5% 수준이다. 직원수는 지난해 말 기준 613명이다.

티브로드와 함께 케이블TV 3사로 꼽히는 CJ헬로비전과 딜라이브의 지난해 영업비용 대비 급여지출 수준은 각각 16%, 9%다. 직원 수는 CJ헬로비전 1022명, 딜라이브 702명이다.

티브로드의 경영 상황도 타 MSO와 비교할 때 양호하다. 수익율과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에서도 티브로드는 케이블TV3 사 중 가장 상황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딜라이브의 영업이익율은 11%, CJ헬로비전은 3% 대다. 티브로드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4%다.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부채비율도 CJ헬로비전 90%, 딜라이브 238%인 반면 티브로드의 부채비율이 39%다.

또한 티브로드는 주주에 대한 배당도 꾸준히 하고 있다. 지난 3년간 166억원, 159억원, 160억원씩을 배당했다. 주요 주주는 태광산업(53.94%), 이호진 전 태광산업 회장(10.79%), 이현준 씨(이호진 전 회장의 아들, 7.08%) 등이다.

티브로드 내부에서는 ‘위기 상황’이라는 사측의 주장 보다는 다른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티브로드 사측도 공지를 통해 “희망퇴직과 관련된 일부 근거 없는 낭설들이 돌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티브로드 내부에서는 2차·3차 희망 퇴직시 퇴직위로금이 1차보다는 증가할 것이라는 추측과 금번 희망퇴직이 회사가 M&A를 염두에 둔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호진 전 태광산업 회장 피바람설’, ‘노조 와해 목적설’ 등의 '뒷말’이 무성하다. 한 내부 관계자는 “이호준 전 태광산업 회장이 최근 유죄 판결을 받고 회사에 ‘피바람’이 불거란 이야기가 돌았다”며 “임원급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자신이 노조원이라고 공공연히 밝힌 사람들은 거의 퇴직 권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지난 2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 파기환송심에서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3년6개월과 벌금 6억원을 선고받았다. 이호진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1월 태광그룹 회장 시절에 회사 자금 421억원을 횡령하고 자산을 헐값에 팔아 회사에 97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기소된 바 있다. 태광 그룹은 티브로드 지분 53.94%를 가지고 있다.

티브로드측은 "인원 감원 계획에 구체적인 목표는 전혀 없다. 광고부과 자제부의 외주화는 이미 일정부분 진행이 됐고 마지막 단계인데 완전 외주화는 아직 검토중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영 상황 악화에 대한 것은 우리가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부분"이라며 "내부에서 돌고 있다는 소문들은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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