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5·9 조기대선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내리막을 타고 있는 상황에서 홍 후보의 약진에 대선 2위 자리가 뒤바뀔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자유한국당이 이달 말까지 안 후보의 지지율을 넘어선다는 목표를 세웠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27일 발표된 4월 4주차 리얼미터 주중 여론조사(24~26일 전국 성인남녀 1520명 대상으로 유·무선 RDD방식. 응답률 11.8%, 95%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2.5%p)에서 홍준표 후보는 지난주 대비 2.5%p오른 1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22.8%의 지지를 얻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격차를 9.8%p 차이로 좁혔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연합뉴스)

홍준표 후보의 약진은 보수층의 결집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풀이된다. 이념성향별로 살펴보면 홍 후보의 보수층 지지율은 4월 2주차 주간 여론조사(10~14일 전국 성인남녀 2546명 대상으로 유·무선 RDD방식. 응답률 9.8%, 95%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1.9%p)에서 28%, 3주차(19~21일 전국 성인남녀 1530명 대상으로 유·무선 RDD방식. 응답률 13.6%, 95%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2.5%p) 30.5%, 4주차 38.5%까지 상승했다.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경북 지역에서의 지지율 상승세도 눈에 띈다. 홍준표 후보의 TK지역 지지율은 4월 2주차 15.4%에서 3주차 18.7%, 4주차 22.9%까지 올랐다. 연령대별로 살펴봐도 홍준표 후보로의 보수층 결집을 확인할 수 있다. 보수층이 두터운 60대 이상에서 홍 후보의 지지율은 4월 2주차 18%에서 3주차 21.2%, 4주차에는 27.6%까지 상승했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보수층과 TK지역에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안 후보의 보수층 지지율은 4월 2주차 44.3%에서 4주차 25.1%까지 폭락했고, TK지역에서는 2주차 37.5%에서 4주차에는 25.5%까지 떨어졌다. 60대 이상에서도 2주차 56%에서 3주차 41.8%, 4주차 37.3%로 하락세다.

4월 초 안철수 후보의 급격한 지지율 상승은 자생적 지지율 상승이 아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견제할 대항마로 떠오르면서 문재인 비토층이 유입으로 만들어진 결과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TV토론에서의 부진과 부인 김미경 교수의 특혜 채용, 보좌진 갑질 논란, 박지원 상왕론 등의 검증 방어 실패 등으로 인한 실망감은 안 후보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지율 하락으로 안철수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적어질수록 안 후보를 향했던 보수 표심은 홍준표 후보에게 향할 개연성이 커진다. 어차피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상황이라면 보수층은 기존 보수 정당인 자유한국당 홍 후보에게 표를 던져 '견제 강화'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야권 후보를 20~40대와 호남이 결정하듯이 보수 후보는 TK지역, 60대 이상이 거의 결정한다"면서 "안철수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적어지면 보수층은 홍준표 후보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홍 후보에게 지지를 보내 문재인 후보를 견제하자는 심리가 발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7일자 조선일보 10면 기사.

홍준표 후보의 약진에 자유한국당은 기세가 오른 모양새다. 조선일보는 <기세 오른 한국당…내분 겪는 바른정당> 기사에서 자유한국당의 대선 목표가 상향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은 당초 선거비용 100%를 돌려받는 '득표율 15%'를 목표로 잡았지만, 이제는 이달 말까지 안철수 후보 지지율을 뛰어넘는 것으로 목표를 높여 잡았다. 자유한국당은 TK 민심이 결집하는 것으로 보고 조직 '풀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홍준표 후보도 안철수 후보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홍 후보는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보수 표 중에서 상당히 떠돌고 있는 표가 35%가량은 있다고 본다"면서 "안철수 후보는 TV토론 보면 꼭 초등학생 수준의 말만 하고 있기 때문에 안철수한테 갔던 우리 진영의 보수 표들이 돌아오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홍 후보는 "TV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안철수 주식이 폭락하고 있다"고 근거를 들면서 "국민들이 안 후보를 믿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준표 후보는 "어제 대구방송 여론조사를 보면 안 후보의 지지율은 48%에서 절반 밑으로 뚝 떨어졌다"면서 "여태 그 지역에서 내가 8%였는데 지금은 압도적인 1위다. 보수진영이 부끄러워서 의사표시를 하지 못하다가 본격적으로 의사 표시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7일 오후 충남 천안 거점 유세에서는 "자체 분석으로는 오늘 이미 (안철수 후보를) 넘어섰고, 다음 주부터는 문재인 후보와 내가 좌우 양강 구도로 간다"고 밝히기도 했다.

홍준표 후보는 자신의 SNS에서 안철수 후보의 대선 완주를 독려하기도 했다. 홍 후보는 "안철수 후보는 홍준표의 페이스메이커"라면서 "끝까지 4자구도로 완주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자구도에서 보수층을 결집하면 자신이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 표출로 보인다.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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