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최근 언론 보도로 알려진 윤길용 MBC NET 사장(전 울산MBC 사장)에 제기된 의혹의 본질은 ‘인사 청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윤 사장이 MBC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 일부 여권 추천 이사진과 MBC 전·현직 사장들에게 로비를 해 자신의 자리를 보전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방문진 김광동 이사, 백종문 부사장과 김장겸 사장이 로비의 핵심 대상으로 지목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27일 낸 노보에 따르면 윤 사장은 울산MBC 사장 재직 시절(2013년 6월~2016년 12월) 총 14차례에 걸쳐 품의 절차도 없이 회삿돈으로 SK상품권, GS칼텍스 상품권 등을 구매해 ‘골프 게임비’(내기 판돈)로 접대를 했다. 대상은 김광동 이사, MBC 백종문 부사장 등이었다. 윤 사장은 또한 32차례에 걸쳐 방문진 여권 이사진(고영주, 김광동, 김원배)와 MBC경영진(안광한, 백종문) 등에게 명품 넥타이 등을 선물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27일 발행한 노보 자료.

윤 사장의 접대 대상 중 상당수는 자신에 대한 인사권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MBC본사는 울산MBC의 대주주이며 본사 사장은 울산MBC 등 지역MBC와 자회사 사장을 선임할 법적 권한을 갖고 있다. 방문진은 MBC의 대주주로, MBC 본사 사장을 선임할 권한이 있다. 지역사 사장 선임은 본사 사장이 방문진과 협의를 통해 임명하도록 돼 있다. 방문진이 MBC 사장을 선임하고, 이렇게 선임된 본사 사장이 지역 사장을 선임하는 절차로 사실상 방문진 이사들이 지역MBC 사장 자리도 좌우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실제로 윤 사장은 2016년 6월 임기가 만료됐지만 임기 연장에 성공했고, 임기가 끝난 뒤인 올해 4월 MBC NET 사장으로 선임됐다.

윤 사장의 접대 목록에 가장 빈번(7회 이상)하게 등장하는 인물은 김광동 방문진 이사다. 김 이사는 방문진 이사자리를 3번이나 연임하며 지난 2009년부터 8년 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 이사는 고려대 정외과에서 학부와 대학원(석·박사)을 졸업했고 박근혜 정권의 문고리 실세인 정호성 전 비서관과 선후배 사이다. 이런 배경으로 그가 본사 사장은 물론 상당수 지역사 사장들에 대한 인사권을 사실상 쥐고 흔들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가 취재한 익명의 관계자는 “MBC의 실세는 고영주도 김장겸도 아니라 김광동”이라며 “김광동 이사가 구속된 정호성 전 비서관과 늘 긴밀하게 연락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본사와 지역사 포함해 MBC 지역사 인사의 80%를 김광동이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윤길용 MBC NET 사장

윤 사장의 접대 대상에는 백종문 부사장(당시 미래전략본부장)과 김장겸 사장(당시 보도본부장)도 포함됐다. 이들은 당시 지역사 사장에 대한 직접적인 인사권한은 없었다. 하지만 백 부사장과 김 사장은 지난해부터 이미 차기 사장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됐고, 특히 김 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차기 사장 낙점설이 파다했다. 따라서 두 사람은 윤 사장에게 빼놓을 수 없는 로비 대상이었을 것이라는 게 언론노조 MBC본부의 판단이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인사권자들에게 재물이나 이익을 공여하는 경우 배임증재에 해당되고, 관리감독을 해야 할 인사권자들이 그런 재물이나 이익을 제공받았을 경우에는 배임수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더구나 그 돈이 회사 공금이었다면 당연히 업무상 횡령, 배임이 성립한다”고 지적했다. 또 “윤 사장의 접대 목록에서 김장겸 사장의 이름은 한 차례만 등장하지만, 이것이 전부였는지는 궁금한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MBC본부에 들어온 제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지역MBC 사장단 회의에서 “지역MBC 사장들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용을 감사하는데 그걸 가만히 내버려둘 수 있냐”는 ‘격한’ 반응들이 쏟아졌다. 그 과정에서 일부 지역사 사장들은 당시 MBC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에게 ‘감사가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투서까지 발송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사실이라면 절차에 따라 위법·탈법경영 여부를 가려내는 감사 행위를 지역MBC 사장들이 저지하고 무산시키려 한 것”이라며 “해사 행위를 집단 모의한 정황만 봐도 또 다른 윤길용 사장이 있었을 거라는 심증을 굳힐 수밖에 없다. 철저한 감사, 나아가 철저한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편, ‘MBC를 국민의품으로!공동대책위원회’는 27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안광한·윤길용을 비롯한 전현직 MBC 임원들의 배임, 횡령 등의 의혹과 관련, 비리 주범과 관련자 전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안광한 전 MBC 사장은 사기죄 및 엄무상배임죄, 윤길용 MBC NET 사장은 업무상 횡령, 배임, 배임증재죄, 김장겸 사장, 백종문 부사장,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김광동·김원배 이사 등은 배임수재죄 혐의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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