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국경없는 기자회(RSF)’가 26일 발표한 언론자유 순위에서 한국이 지난해 대비 7단계 오른 63위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란 평가가 나온다. 2006년 노무현 정권 당시(31위)와 비교하면 상당히 하락한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언론자유 수치가 낮아진 원인을 분석, 언론 자유가 높아질 수 있는 방안을 고찰해야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SF)가 26일(현지시간) 발표한 '2017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27.61점으로 지난해보다 7단계 오른 63위를 기록했다. RSF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진 지난해 정치 스캔들은 국가 기관이 공공이익을 도모하지 않을 때 언론이 여전히 정치 분야를 효과적으로 보도할 수 있으며 국가 기관을 비판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언론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국면에서 일정부분의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SF)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하지만 RSF는 한국에 남아있는 명예훼손죄 처벌과 국가보안법이 언론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최대 징역 7년형을 선고할 수 있는 명예훼손죄는 언론계에서 자기 검열의 이유가 되고 있다"고 했고, “중요한 국가적 이슈 중 하나인 북한과의 관계에 대한 대중의 토론은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제한된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언론자유 순위는 2006년 31위를 기록한 뒤 하락세를 거듭해왔다. 특히 2013년에는 직전 년보다 6단계 낮은 50위를 기록한 뒤 지난해에는 70위까지 내려갔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7단계가 올랐다고 언론자유 순위가 향상된 것처럼 얘기한다면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언론자유를 침해했던 사건들을 살펴보고, 김대중·노무현 정권 당시 수준으로 언론자유 순위를 올리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국내 언론자유를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지배구조 개선과 편성위원회 문제 등을 거론했다.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국면에서 공영방송 취재기자들이 광화문 집회 현장에서 촛불시민들로부터 지탄을 받으며 쫓겨난 상황이 발생했다. 공영방송이 ‘박근혜 정권’에 대해 비호적인 방송을 보도해왔다는 이유였다. 최 교수는 “공영방송이 망가지고 제 역할을 못하게 된 이유는 정부여당이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할 수 있는 구조 때문”이라며 “자유롭게 취재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기 위해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영방송은 방송법 개정이나 국회 청문회 등을 통한 견제장치가 있지만 종합편성채널과 같은 사기업에는 언론자유를 제고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 따라서 소수의 경영진이 일방적으로 방송을 편성할 수 있는 구조가 더욱 공고한 것이다. 최 교수는 이 때문에 종편에도 ‘편성위원회’와 같은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예를 들어 종편 경영진이 보도국 일선 기자들이 정부 비판적인 방송을 만들려고 하는데 이를 찍어 내리려 할 때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며 “종편은 편성위원회 구성에 대해 경영활동을 침해한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이는 경영진이 방송의 자율성을 쥐고 흔들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신문사의 경우에는 편집국장 중간평가제나 언론사 노동조합원들이 선임 과정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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