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아내 김미경 교수의 '보좌진 갑질 논란'과 관련된 사과에 대해 "(김미경 교수가)제 의정활동을 도왔음에도 사과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안철수 후보의 이러한 인식은 대통령 후보의로서의 자격 시비로 이어졌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김미경 교수. (연합뉴스)

25일 JTBC 대선후보 TV토론 2차 주도권 토론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부인 김미경 교수가 KTX 예약, 논문 자료 검색 등을 보좌관들에게 요청을 했고, 안철수 후보도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져서 사과를 했다"면서 "우리 국민들은 자신의 시민권을 안 후보에게 위임한 것이다. 안 후보가 사과해야 할 사안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안철수 후보는 "제 아내가 의정활동을 돕기 위해 외부 강연도 하고 활동을 많이 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부분에 대해 사과한 것"이라는 대답을 했다. 마치 사과할 일이 아닌데 사과했다는 식의 발언이다.

심상정 후보가 "국민은 김미경 교수에게 권한을 준 것이 아니다. 그런 자세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이 위임한 공적 권력을 최순실하고 공유했다. 박 전 대통령은 가족이 없으니 최순실이었던 것"이라고 꼬집자, 안철수 후보는 "제 의정활동을 부인이 지원한 것"이라고 동문서답했다.

심상정 후보가 "김미경 교수는 잘못했다고 시인했다"고 지적하자, 안철수 후보는 "저를 돕는 활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치 못했다고 사과한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심 후보는 "공과 사를 분별하지 못하는 리더십은 박근혜 파면 이후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후보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부인 김미경 교수가 자신의 의정활동을 도왔는데, 보좌진에게 그 정도 지시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이해된다. 실제로 한 종편 프로그램에서 안 후보는 보좌진 갑질 논란과 관련해 자신의 아내가 사과한 것을 두고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말한 바 있다. 안 후보가 보좌진 갑질 논란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안철수 후보의 이 같은 발언과 맥락이 비슷한 사례가 있다. 바로 지난해 10월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차 대국민 담화문이다.

1차 대국민담화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씨는 연설, 홍보 분야에서 선거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면서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저로서는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고 변명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은 반성 없는 변명이라며 국민적 질타의 대상이 됐다.

작금의 5·9조기대선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만들어졌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신이 위임 받은 권한을 일개 사인인 최순실 씨에게 임의로 이양해 행사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상황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안철수 후보 역시 자신의 의정활동 지원에 나선 사인 신분의 김미경 교수가 별정직 공무원 신분의 보좌진에게 지시를 내리도록 방조한 셈이 된다. 그럼에도 이에 대해 문제 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아내인 김 교수를 감싸는 것은 끝까지 최순실 씨를 감싸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인식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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