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나 혼자 산다>에 엄마들의 토크만 얹었다고 볼 수는 있겠지만, 어찌되었든 SBS <미운 우리 새끼>는 최근에 만들어진 예능 중 정말 잘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나 혼자 산다>와 동시간대에 방영했을 때는 두 자리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항상 우위에 있었고, 일요일 오후 10시로 시간대를 옮긴 이후에는 시청률이 18.5%로 치솟기도 했다.

시간대를 옮긴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도 할 수 있겠으나, 사실 얼마 전까지 <미운 우리 새끼>는 높은 시청률과 별개로 더 이상 이렇다 할 화제를 얻지 못하는 매너리즘에 빠져있었다. 아무리 엄마들 때문에 보는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VCR로 보여주는 연예인의 일상을 즐겨보는 즐거움은 길어야 몇 달이다.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일상만 보여주는 <나 혼자 산다>는 출연진 교체가 자유롭다는 이점이 있으나, <미운 우리 새끼>는 아들들보다 스튜디오에서 앉아있는 엄마의 섭외가 더 중요하다. <미운 우리 새끼>가 <나 혼자 산다>만큼 쉽게 출연진을 교체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다.

SBS <다시 쓰는 육아일기 미운 우리 새끼>

그런데 이상민과 그의 엄마 섭외에 성공한 <미운 우리 새끼>는 예상대로 분위기 전환에 대성공을 거둔다. 채권자의 아파트 중 1/4만을 사용해 살아가는 독특한 월세 방식에도 이상민은 결코 기가 죽지 않는다. 궁핍한 생활환경 속에서도 특유의 허세 캐릭터를 잃지 않는 이상민은 요즘 시청자들이 원하는 열정+성실+재미를 모두 갖춘 흥미로운 캐릭터이다. 게다가 수십 년 가량 보험설계사로 일했고 지금도 하고 계신다는 이상민 엄마 또한 입담 좋고 유머 감각도 뛰어나다.

지금까지 <미운 우리 새끼>에 등장한 연예인들은 (엄마들이 그토록 원하는) 결혼을 안 한다는 이유로 엄마들의 속을 태우기는 했지만, 경제적으로는 아주 풍족한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이상민은 산전수전 다 겪고 지금은 '궁상민'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채권자 집의 1/4을 빌려 사용하는 삶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이상민이 잘나갔던 시절을 기억하는 그의 엄마는 영상으로 보여지는 그의 모든 행동들이 안쓰러울 뿐이다. 그럼에도 이상민은 밝고 긍정적이고 자신에게 주어진 현재의 상황을 인정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SBS <다시 쓰는 육아일기 미운 우리 새끼>

방송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이전, 각종 사건사고에 휘말려 비호감 이미지가 강했던 이상민이 인기 연예인으로 거듭난 것은 자신이 지은 빚을 성실히 갚아내는 진실한 모습, 다소 경제적인 운이 따라주지 않는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우뚝 일어선 긍정적인 에너지에 있었다. 오죽하면 채권자들이 이상민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지지할까.

약간의 허세가 있긴 하지만, 근검절약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이상민과 그의 엄마 섭외 덕분에 <미운 우리 새끼>는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시청자들의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유독 부족했던 감동과 공감까지 챙기는 일석 삼조의 효과를 얻게 되었다.

이상민이 보여준 성공사례처럼 연예인들의 일상을 밀착해서 보여주는 관찰 카메라 형식의 프로그램은 역시 출연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왜 이제야 나왔을까 싶기도 하지만, 지금 이상민이 나왔기에 최근 들어 시들시들했던 <미운 우리 새끼>가 잃었던 생기를 되찾게 되었다. <미운 우리 새끼>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로 사랑받는 이상민의 활동을 응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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