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공영방송 MBC가 또다시 구성원들을 무더기로 징계할 것으로 보인다. 자사에 대한 반성과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는 “내부 비판과 반성의 입마저 틀어막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24일 언론노조 MBC본부가 낸 성명에 따르면 MBC는 오는 26일 송일준 PD와 김희웅, 이호찬, 이덕영, 곽동건, 전예지 기자 등 총 6명의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곽동권, 이덕영, 전예지 등 3명의 기자는 지난 1월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MBC 막내 기자의 반성문’이란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MBC 기자들이 촛불집회에서 욕설을 듣고 외면당하는 상황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를 담은 영상이었다.

2013년 같은 기수로 MBC에 입사한 곽동건, 이덕영, 전예지 기자가 지난 1월 4일 유튜브에 이란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MBC는 약 4개월이 지난 시점에 이들 3명의 기자가 ‘소셜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어겼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권성민 PD가 인터넷 게시판과 페이스북 등에 MBC의 상황을 풍자한 만화로 해고와 정직을 당했다가 무효 판결을 받은 것과 유사한 사건”이라며 “해당 판결에서 패소한 사측이 동일한 ‘억지 논리’로 징계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MBC는 송일준 PD에 대해서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 한 사실을 문제로 삼았다. 해당 인터뷰가 사전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진행됐고, 회사와 임직원을 근거 없이 비방해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해당 인터뷰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정국을 다룰 예정이었던 ‘탄핵’ 다큐멘터리가 불방된 MBC의 상황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이 또한 법원에서 위법하다고 판단을 받은 기존 징계 사례와 판박이”라며 “당시 재판부는 ‘징계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이고 위법의 정도가 중대하고 명백하다’고 적시하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MBC는 특정 기자에 대해 ‘인터뷰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진상 규명을 요구했단 이유로 김희웅, 이호찬 기자를 인사위에 회부했다. 지난해 특정 기자가 <뉴스데스크>에 사용하기 위해 한 음성 인터뷰 3개가 목소리는 비슷한데 각각 다른 직업이나 배경을 가진 사람으로 저장돼 있었다는 걸 확인한 두 기자는 사측에 이에 대한 진성 규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오히려 업무와 상관없는 음성 파일을 청취한 것과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했다며 ‘사유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3개의 인터뷰 대상자는 각각 아이폰 수리 요청 고객, 대형마트 납품업체 직원, 건설사 관계자였다. 그런데 언론노조 MBC본부가 성문 분석을 의뢰한 결과 이 3명의 인터뷰이가 실제로는 동일인일 확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왔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공영방송사로서 이런 의혹에 대해 검증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사측은 해당 인터뷰이가 정말 아이폰 사용자인지, 납품업체 직원은 맞는지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자의적이고 선별적인 방식의 검증 결과만으로 사안을 축소하고 은폐하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회복시키자는 외부의 목소리는 ‘언론 장악 시도’라며 매도하더니 MBC 경영진은 정작 언론사 내부에서 헌법에도 보장된 인간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마저 막겠다는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며 “더구나 징계 재량권이 남용됐다고 법원이 판단한 유사 사안에 대해 내부 구성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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