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기영 기자] CJ E&M소속 tvN 드라마 '혼술남녀' 조연출 고 이한빛 PD의 어머니가 CJ E&M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정말 괴물이었다"고 규탄했다.

tvN ‘혼술남녀’ 신입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가 24일 CJ E&M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미디어스

tvN ‘혼술남녀’ 신입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는 24일 CJ E&M 본사 앞에서 이한빛PD의 사망에 대한 CJ E&M의 책임 인정과 사과·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해 10월 CJ E&M 소속 tvN드라마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고 이한빛 PD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한빛 PD의 유가족, 청년 유니온, 언론노조, 참여연대, 다산인권센터 등 28개 노동조합와 시민사회 단체는 대책위를 구성하고 이 PD의 죽음을 ‘CJ E&M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고 이한빛 PD의 모친 김혜영 씨는 “CJ E&M은 보도자료를 냈을 뿐 (고 이한빛 PD가)왜 죽음에 이르렀는지에 대해선 아무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비인간적이고 야비하게 한빛을 죽음으로 내몬 그들은 한 청년의 죽음 이후도 반성은커녕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정말 괴물이었다”고 규탄했다.

이어 “사과란 상처받은 사람에게 직접적이고 진실게 해야 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되지 않겠다고 하는 약속까지 포함해야 한다”면서 “한빛의 죽음이 우리만의 슬픔인줄 알았는데 한빛의 지인들도 내색을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방승연 서울대 사회대 부총학생회장은 고 이한빛 PD의 친구가 쓴 편지를 대신 낭독했다. 편지에는 이한빛 PD가 생전에 친구에게 전한 말이 담겨 있다. 지난해 8월 고 이한빛 PD는 "윗선에서 지금까지 촬영된 드라마를 보고 변화가 필요하다며 비정규직 스탭들을 해고하겠다고 말했다. 비정규직들은 계약금까지 반납해야한다고 했다”면서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연출부인데 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스탭들이 책임을 져야하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CJ E&M은 지난해 8월12일 촬영·조명·장비 담당 외주업체 및 소속 스탭을 교체한 바 있다.

그는 “(고 이한빛 PD가)자기가 속한 연출부가 져야하는 책임을 비정규직에 떠넘겨야 하는 것을 많이 답답하다”며 “여긴 미친 세상이다. 너무 화가나서 돌아버릴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사실 자기만 뛰쳐나오면 되는 것인데 무엇 하나 해결 못하고 자기만 빠져나오는 것이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는 어머니의 인터뷰를 보고 내 친구는 그런 사람이구나”라고 밝혔다.

편지에는 고 이한빛 PD를 잊지 말아달라는 당부도 담겼다. 그는 “홀로 스크린 도어 수리하다 숨진 하청업체 계약직 직원 김군, 부장검사 폭언과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기 검사, 인격모독을 가장 많이 당하는 부서에서 일하다 죽음을 택한 콜센터 현장 실습생. 모두 책임자가 처벌을 받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지켜봤어야했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분들이 제 친구를 잊어버릴까 두렵다”며 “염치없지만 유족의 싸움에 끝까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욱동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 사건을 접하고 많이 착잡했고 힘들었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이렇게 아파하고 죽어가고 있다”며 “청년들의 죽음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해결이 없다면 적폐청산은 기만이고 대선도 허구다. 이 비극이 언제까지 계속될는지 모르겠지만 민주노총은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임경지 민달팽이 유니온 활동가는 "나는 부끄럽게도 혼술남녀의 애청자였다. 왜 부끄러움이 시청자의 몫인가?"라며 "나는 수많은 이한빛을 알고 있다. 이 나라가 청년을 싸게 쓰고 있다. 아무리 좋은 드라마를 만들더라도 방송사가 청년이나 인간을 이렇게 쉽게 쓴다면 전부 문 닫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혼술남녀 대책위는 "제보가 100건이 넘게 들어왔는데 종합해보면 방송업계 1일 업무 시간은 18~20시간"이라며 "'내 고단한 하루를 위로했던 드라마가 다른 누군가의 잔혹한 하루로 만들어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제보를 소개했다. 혼술남녀 대책위는 지난 18일 기자회견 이후 제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혼술남녀 대책위는 오는 28일 상암동에서 '고 이한빛 PD 추모 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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