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대 한국기자협회장에 당선된 우장균 YTN 해직기자.

지난해 10월6일, YTN으로부터 해직 통보를 받으면서 그의 ‘기자로서의’ 삶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직 통보를 받은 지 일 년 뒤인 지난달 13일, 법원은 ‘YTN 노조원 6명에 대한 징계 해고는 무효’라고 판결하며, YTN노조의 투쟁이 언론의 독립성을 위한 부분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날, 그는 기자협회장 출마를 결심했다.

지난 십여 년간 매달 기자협회 회비만 내는 평회원이었던 그는, 기자 생활 당시 기자협회장에 출마에 대해 ‘전혀 생각해 본 적 없다’고 했다. 그러던 그는, 동료기자들로부터도 YTN의 투쟁이 기자로서의 자존심과 양심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는 걸 인정받기 위해 기자협회장 출마를 결심했다.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기자협회장에 출마한 상대 후보는 오랜 시간동안 지역에서 기반을 닦아온 터라, ‘해직기자’라는 상징만으로는 선거 운동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YTN은 기자협회에 공문을 보내 우장균 후보가 해직된 것과 관련해 기자협회장 출마 자격이 있는지를 묻기도 했다. 당시 이를 지켜본 한 언론계 관계자는 “보통 소속 언론사에서 기자협회장에 출마하면 회사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데… 씁쓸하다”고 했다.

오는 1월4일 임기 시작을 앞두고 있는 우장균 신임 기자협회장을 지난 1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13층에 있는 한국기자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우장균 신임 회장과의 일문 일답이다.

▲ 우장균 신임 기자협회장 ⓒ송선영
기자협회장에 당선된 소감은?

YTN의 해직 통보로 해직기자가 된 지 1년 만에 법원이 YTN노조 투쟁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판결한 그날, 기자협회장 출마를 결심했다. 법원에서 YTN의 해직이 가혹했다는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동료 기자들로부터도 우리의 투쟁이 기자로서의 자존심과 양심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는 걸 인정받고 싶었다. 이러한 부분이 동료 기자들로부터 신임을 얻는 좋은 결과로 나타나서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임기 2년 시작에 앞서 초심 잃지 말아야겠다, 그런 마음이 든다.

해직기자로는 처음으로 기자협회장에 당선됐다.

해직기자가 기자협회장에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들었다. 나는 선거 과정에서 ‘해직기자’라는 게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기자 정신, 양심을 지키려다 되었기에 동료 기자들이 상식적인 수준에서 판단해 줄 거라 생각했다. ‘해직기자’라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기자 정신을 높이 평가해주신 대의원 분들, 직접 투표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분들의 기대와 성원이 반영된 것이라 생각한다. 2년 동안 이러한 분들의 희망과 열망, 변화에 대한 기대를 잃지 않고, 초심을 잃지 않고 일해야겠다.

“기자협회장 출마, 전혀 생각해 본 적 없었다”

기자 생활 당시에, 기자협회장 출마에 대해 생각 해봤었나?

전혀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나는 기자협회 YTN지회에서도 매달 회비만 내는 평회원이었다. 대의원조차 하지 않았다. YTN지회에서도 아무런 역할을 안했던 사람이기에 기자협회장에 출마하는 것이 어쩌면 말이 안 되는 것일 수도 있었다.

당선되고 나서 YTN 기자들의 반응은 어땠나? YTN의 반응도 궁금하다.

내가 기자협회장에 당선된 뒤 YTN 국장급에서 기자협회 탈퇴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후배들로부터 들었다. 이름은 확인 못했지만 며칠 전 YTN 국장급 3명이 기자협회를 탈퇴했다고 한다. 배석규 사장이나 일부 간부들을 보면 측은지심이 든다. 오죽했으면 그렇게 할까 라는 생각에.
내가 기자협회장에 출마했을 당시 YTN은 기자협회 쪽에 공문을 보내 ‘현직 기자가 아닌데 출마할 자격이 되냐’고 물었다. 뭔가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더 정확히 하자면 이명박 정부안에서 그들 나름의 언론 개혁(언론 장악)을 하고 있는 강경파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구본홍 전 사장이 해고시켰던 사람들을 충분히 껴안고 항소하지 않는다면 배석규 사장의 리더십은 더 공고해졌을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배 사장은 엘리베이터를 타도 용역 뒤에 숨어서 기자들과 눈도 안 마주친다고 하더라. 언론인 선후배로서 인간적 차원에서 측은지심이 들 뿐이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YTN 기자들의 역할이 컸던 거 같다.

대통령 선거와 똑같더라,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선거 운동을 하고. 태어나서 거의 처음으로 사즉생의 각오로 했다. YTN 해직기자인 조승호, 현덕수 기자가 나보다 더 열심히 했다. 이번에 출마했던 상대 후보는 ‘우장균이 이기면 저널리즘의 승리, 내가 이기면 지역의 승리’라고 말했다. 지역은 언론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먹고 사는 문제 또한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선거 전략과 맞물려 굉장히 어려운 싸움 했고, 결과적으로 박빙이었다. 결과를 보니까, 선거 운동을 너무 낙관해서 했다면 단순하게 나 개인의 실패이기 보다는 YTN기자를 비롯한 대한민국 기자 사회의 큰 좌절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했다.

▲ 우장균 신임 기자협회장의 당선이 결정되는 순간, 노종면 언론노조 YTN 지부장이 당선을 축하해주고 있다. ⓒYTN노조
“정부 정책이 기자들을 위축된다면, 물러서지 않고 나설 것”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 기자협회장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언론이 시장의 논리에 맞춰서 재편되고 개혁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초기에 ‘프레스 프렌들리’(Press Friendly)를 많이 강조했다. 정부가 ‘친서민정책’을 추진하면서 함께 프레스 프렌들리 정책을 추진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먼저 정부에서 언론 정책을 담당하는 분들과 만나 기자들의 권익 등을 위해 노력할 의지가 있다. 또, 취임하면 정치권에 계신 분들, 언론사 사주, 언론사 사장들도 만날 생각이다.

그러나 언론계 안팎에서는 앞으로도 ‘프레스 프렌들리’ 하지 않을 것 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 그럴 경우엔 어떻게 할 것인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기자들이 정부의 언론 정책, 특정 사주, 특정 회사에 의해 위축되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면, 이러한 것들이 기자들의 자기 검열을 강화시키는 방향이 된다면 기자협회는 당연히 목소리를 낼 것이다. 그것을 막는데 있어 결코 뒤로 물러서지 않고 앞에 설 것이다. 또 기자들이 양심과 상식 가지고 쓴 기사로 인해 해직을 당한다거나 중징계 당한다면, 내 개인이 어려움에 처한다 하더라도 동료 기자들을 위해서 더 앞장설 것이다.

출사표에서 강제 해직되는 기자가 다시는 이 땅에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만약 힘 있는 기자협회였다고 한다면 파렴치범이 아닌, 상식을 주장한 기자들을 한꺼번에 6명이나 해고하지는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힘 있는 기자협회를 만들겠다. 힘 있는 기자협회가 된다면 정권과 금권 등이 사회적 공명정대한 역할을 하는 기자들을 옥죄려 해도 쉽게 실행에 옮기지 못할 것이다.

언론노조, 한국PD협회와 함께 ‘언론평의회’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취지는 무엇인가?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3곳 모두 현장에서 뛰는 분들이 모인 곳이다. 이들 단체가 함께 하는 활동이 최근 몇 년간 지지부진 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기자협회가 미온적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언론 노동자들이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면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 한국PD연합회 김덕재 회장과 언제든 만날 것이고, 기자협회가 일부러 그런 자리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기자협회가 나서서 주도적으로 구성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보수화된 기자협회, 기자협회부터 개혁할 것”

▲ 우장균 신임 기자협회장 ⓒ송선영
기자협회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기자협회가 보수화되었다고 생각한다. 보수라는 것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온고지신의 정신이 담겨있기 때문에. 그렇지만 젊은 기자들, 평회원들의 목소리를 많이 담아내지 못하고 있지 않나. 현재 기자협회는 위기이다. 협회 내에서도 신문과 방송을 분리하려 하고, 서울과 지역, 진보와 보수 간의 갈등이 사분오열 위기에 처해있다.
기자협회부터 개혁을 하겠다. 기자협회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희망이 선거 결과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그런 열망을 외면하지 않고, 가시밭길이라 하더라도 뚜벅뚜벅 내실을 기하면서 갈 것이다. 지금까지의 기자협회와는 다르게, 평회원들이 주인 의식을 가질 수 있는 기자협회로 환골탈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동안 기자협회는 주로 지도부 위주로 운영됐다. 선거 운동 당시 전국 각지에서 만난 기자들은 기자협회에 대해 기자상, 축구대회, 연수 그리고 연말에 기자수첩 주는 것만 이야기 하더라. 재정을 튼튼하게 하면서 회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자 한다. 기자협회 사이트를 강화시켜서 게시판 등을 이용해 의사 결정 과정에 참고하는 등 직접 민주주의 방식으로 평회원이 주인 노릇할 수 있도록 기자협회를 운영해 볼 생각이다.

현재 기자협회보 보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언론 인터뷰에서 ‘소속 회원사를 조지는 것은 기자협회보 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기자협회보의 비판 기능이 축소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비판 기능이 없다면 언론이 아니다. ‘비판 기능 축소’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다. 특정 언론사의 온당치 못한 행위들에 대해 기자협회보는 당연히 지적,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참 어려운 부분이, 지금 자사 이기주의가 굉장히 심해져 있는 상황에서 일부 기자들은 자신이 속한 회사의 온당치 못한 부분을 지적하는 것을 마치 자신을 조진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언론을 다루는 매체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졌다. 기자협회보는 <미디어오늘> <미디어스>이런 매체와는 성격이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이달 말 기자협회 인선이 이뤄지면 추후에 기자협회보 운영 방안 등을 비롯한 의견을 수렴한 뒤 함께 개선해 나갈 것이다. 기자협회 소속 기자 8천명 모두의 의견을 물어볼 수는 없겠지만 평기자들의 의견을 많이 수렴하려 한다.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언론사 안팎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국민들로부터도 ‘기자협회보가 의미있는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구나’ 칭찬 받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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