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미·중과 우리나라는 일촉즉발의 위기에 빠졌다. 새 정권이 탄생하기 이전에 사드 배치를 서두르던 미국, 그런 미국에 대항하여 한류 관련 산업과 무역에 있어 노골적인 압박을 가하는 중국, 그 가운데에서 청와대가 빈 우리나라는 외교적 대응 대신 사드 배치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정쟁에 빠졌다. 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었던 상황은 뜻밖에 미중 정상회담으로 한 김이 빠지고 만다. 하지만 그 사이 중국은 '한류' 등으로 중국 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우던 'Made in korea'에 대해 족쇄를 채웠고, 미국은 여전한 한국에서의 영향력을 검증했다.

이렇게 결국 우리 땅에 배치하는 사드이지만, 그 '결정권'에 있어 다시 한번 무기력했음을 증명했던 시간. 하지만 사드가 끝일까? KBS1 <시사기획 창>은 무기력한 한반도에 저마다의 이권을 가지고 쟁투했던 제 2의 구한말과 같은 이 시기,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변화를 2부작 <격동의 세계>로 다룬다.

1편 스트롱맨의 부활

KBS1 <시사기획 창> ‘격동의 세계’ 2부작

무엇보다 한반도 상황을 격동에 빠뜨린 가장 결정적 인물은 예상을 뒤엎고 미 대선의 승리자가 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리하여 당연히 한반도를 격동으로 몰아넣는 데 김정은보다도 더 불확실한 존재가 되어버린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분석으로 부터 들어간다.

키신저에 의해 본능형 인간이라 규정되는 트럼프는 '트럼프 케어'가 폐기된 날 골프를 치는 여유를 부리고, 선거 전 일본을 압박하다 입장을 싹 바꾸는 등 '관습이나 풍습, 심지어 법규조차' 존중하지 않는 예측 불가의 행보를 보인다. 하지만 그런 예측 불가 행보는 '그와 가족과 조직에 이로운 것'이라는 일관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바로 그 점이 미국 국민들이 그를 선택했던 이유이고, 또 그런 지극히 '미국 우선주의'의 방향이 한반도에는 위협적이다.

하지만 막무가내 스트롱맨만 위협적인 건 아니다. 올해 전인대에서 공식적으로 '핵심' 칭호를 받으며 명실상부한 '시황제'가 된 시진핑은 '정치적으로는 인민주의의 마오쩌둥을 경제적으로는 개방의 덩샤오핑'을 이어받은 합리적이며 친근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지만, 남중국해 장악을 위한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해나가고 있는 지점에 이르면 역시나 중국 패권주의의 또 다른 스타일일 뿐이다.

KBS1 <시사기획 창> ‘격동의 세계’ 2부작

미·중만이 아니다.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 요지부동이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기도 전에 미국으로 달려가 '조공 외교'라고 조롱을 받았던 아베 일본 수상, 하지만 아베는 웃었다. 경제적으로 트럼프가 원하는 것을 주는 듯하면서, 미일 군사 동맹을 확고히 하여 군사 강국으로의 야심을 펴나갈 기반을 공고히 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만만치 않다. 2016년까지 포브스 선정 세계 영향력 1위, 미 대선조차도 그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는 3번의 대통령, 1번의 총리 그리고 이제 재선을 앞둔 푸틴 대통령은 국제 정치의 캐스팅보트를 쥔 채 '소련의 영광'을 되찾으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2편 태평양 무역전쟁

이렇게 한반도를 둘러싸고 열강은 저마다 자신의 국익을 제일로 하는 지도자를 중심으로 그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한반도를 둘러싸고 갈등한다. 바로 다큐가 주목한 바 '태평양 무역 전쟁'이다.

45대 대통령에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은 명확하다. only America first! 미국의 물건을 사라! 미국인을 고용하라!이다. 미국과 타국, 대표적으로 중국과의 무역 수지에서 중국의 압도적 흑자에 더 이상 미국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 사회에서 많은 반대를 겪으며 어렵사리 도달했던 한미 FTA 10년. 이제 한국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이 협정에 대해 미국은 이의를 제기한다.

KBS1 <시사기획 창> ‘격동의 세계’ 2부작

그리고 그 이유를 찾아 다큐의 제작진은 미국으로 향한다. 한때는 융성했던 미국의 한 도시, 그러나 그 도시를 먹여 살리던 기업체가 보다 싼 임금을 찾아 해외로 떠나자 도시는 망했다. 사람들은 떠나고 이제 나이든 사람들만 남아 폐허가 되다시피 한 도시를 지킨다. 바로 여기에 트럼프 정책의 본질이 있다고 다큐는 지적한다. 우리 기업도 마찬가지다. 미국에 있던 기아와 LG의 공장은 보다 싼 임금을 찾아 멕시코로 공장을 옮겼다. 그런데 이제 트럼프가 물건만 팔아먹으면서 미국에 이익을 넘겨주지 않는 해외 기업들에, 국가들에 선전포고를 한다.

이런 트럼프의 선전 포고에 각국의 대응은 발 빠르다. 시진핑은 트럼프와 정상 회담을 했고, 아베는 취임식도 전에 미국을 예방했다. 아베는 토요타 자동차의 미국 투자 등을 내세워 트럼프를 달랬고, 중국은 '국경세'를 만지작거린다.

그러나 이런 트럼프의 도전에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미국의 슈퍼마켓에서 만난 대부분의 생필품은 중국 아니면 멕시코, 하지만 국경세가 더해지면 불가피하게 이들의 값을 오를 수밖에 없다. 즉 트럼프의 도발로 미국의 몇몇 산업은 되살아날지 모르지만, '보호무역주의'의 여파는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미국 하층 노동자들에게 또 다른 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KBS1 <시사기획 창> ‘격동의 세계’ 2부작

다큐는 한반도를 둘러싸고 새로운 '경제 전쟁' 상태에 들어간 주변 열강의 리더십을 분석하고, 그 전쟁의 핵인 미국의 현실을 현장에서 지켜본다. 전문가들은 그간 역사적으로 실행되었던, 하지만 결국은 실패로 끝난 보호무역주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들을 짚어본다. 그러나 제 아무리 전문가들이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를 비관적이라 본다 하더라도 짧게는 4년, 최장 8년간 미국은 그 예측불가능하게 자국의 이익을 향해 돌진하는 트럼프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을 것이다. 트럼프만이 아니다. 사드를 핑계로 한류를 겁박하는 중국, 위안부는 나몰라라 하면서 미일 동맹에는 매달리는 일본, 그리고 그 뒤에서 영향력을 확산시켜가는 러시아는 구한말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반도를 난도질했던 서구 열강과 한 치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다큐가 찾아온 태평양 무역 전쟁의 현장에 한국 정치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기업체는 트럼프의 등장을 예견하지 못한 채 멕시코 공장 이전 등 위기를 자초하고 만다. 구한말처럼 우리는 여전히 우리 내부의 의견조차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열강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시 한번 허수아비의 춤을 추게 되는 건 아닐지. 전쟁의 중심에 서있으면서도, 주도권은 언감생심인 한반도의 운명을 다큐는 냉정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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