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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공영방송의 죽음[기고] 허찬행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허찬행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 건국대 교수 | 승인 2017.04.18 14:47

“공영방송 사장을 국민이 뽑자”라고 외쳤던 이용마 기자. 이 기자처럼 공정방송을 수호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다가 해직된 공영방송의 구성원들은 아직도 그들이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보통 시험에서 ‘0점’ 맞기는 ‘백점’만큼이나 어려운데, 유력 대선후보는 공영방송에 대해 ‘0점’이라는 ‘놀랄만한(?)’ 점수를 매겼다. 공영방송이라는 곳이 노골적으로 ‘친박방송’을 자청하고 있는 판국에 상업방송 JTBC를 공영방송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현실이 돼버렸다. 이쯤 되면 사장과 이사회 이사들이 공중의 신뢰를 잃고 공영방송을 망가뜨린 책임을 통감하며 사퇴정도는 하는 게 도리가 아닐까. 일반 회사라면 열심히 일하겠다는 직원들을 부당해고하고, 수많은 고객들을 잃은 책임을 경영진에 물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법제화가 진행되고 있다. 주요 골자는 현재 정부여당과 야당이 추천하는 이사회 이사수를 조정하고, 사장선임에 대한 의결 조건을 강화하는 것이다. 현재 KBS와 MBC의 이사회 구성은 정부여당 추천 이사와 야당 추천이사 비율이 각각 7대4와 6대3이다. 이를 7대 6으로 늘리고 사장 선임 의결정족수를 현행 과반에서 2/3로 늘리는 것이 골자다. 법개정이 이뤄진다면 현재의 조건보다는 나을 수 있으나, 이것이 과연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사회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데, 주요 골자는 이사회가 제 기능을 못한다는 것이다. 방송법에 명시되어 있는 최고의 심의의결 기구인 공영방송 이사회가 시청자 공중의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공적책임을 완수하기 보다는, 자신을 추천해준 정부여당에 충성(?)하는 것, 혜택을 주는 방송사에 대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기 보다는 포획되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결국 현재 KBS와 MBC 이사수가 각각 2자리, 4자리 늘어나니 자리 욕심 있는 사람들의 욕구를 채워주는 문을 좀 더 열어주는 결과로 귀결될까 우려스럽다. 

지난 2012년 2월 3일, "영혼 없는 MBC는 더 이상 MBC가 아니다"라며 '공영방송 MBC의 죽음'을 선언한 MBC노조가 서울 명동 거리 한복판에서 노제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공영방송 거버넌스에 대해 얘기하면서 시민사회 영역은 늘 축소되고 있다. 이용마 기자의 발언처럼 공영방송 사장을 국민이 뽑는 것은 당장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중의 신뢰를 잃고 추락해가는 공영방송 이사들이나 사장들은 그 어떤 책임의식을 갖지도 않고, 책임지지도 않는다고 여겨진다. 모 방송사 이사회의 2015년 경영평가서 내용 중 ‘보도 시사의 공정성, 신뢰성’에 대해 “팩트체크팀 운영과 함께 시사프로그램에서도 방송 강령과 제작 준칙을 지켜 정파적 쏠림이 없게 노력했으며 ‘공정성위원회’를 운영하여 공정성 준수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경각심을 주고 있음”이라는 평가를 보면서, 일반인의 상식에서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말문이 막힌다. 공영방송 이사는 누군가의 한낱 자리 욕구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다. 결국 법제도가 유명무실한 현실에서 이사회를 견제하고 감시하여, 공영방송의 관리감독에 책임을 묻는 것은 시민사회의 몫으로 남는다.

이러한 일환으로 언론인권센터 정보공개시민운동본부(본부장 김성순변호사)에서는 공영방송 이사회와 시청자위원회의 운영에 대해 정보공개청구 활동을 시작했다. 정보공개청구의 취지는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연구와 더불어, 시청자복지 향상을 위하여 이사회와 시청자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기 위함이다. 지난 1월 2일 1차 회의를 열고 KBS, MBC, EBS에 이사회 회의 자료, 의사록과 속기록, 이사회와 시청자위원회 운영 세부내역을 알 수 있는 재무제표 등의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해당 정보를 EBS는 신속하게 보내왔고, MBC는 이사회 운영에 관한 예산안과 집행내역 3년간 자료를 1장으로 보내왔다. KBS는 2차 청구에도 답변이 없어 지난 4월 6일 5차 정보공개청구회의를 갖고, 행정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우리 방송법상에도 공영방송(법률상에 명시된 용어는 아니다) 이사회 회의록은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나, 자의적으로 비공개를 하는 경우도 상당수 발견된다.

이사회 회의록이 중요한 것은 어떤 안건에 대해, 이사회에서 누가 어떤 의견을 제시했는지 등 심의와 의결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공영방송 이사회는 법적으로 최고 심의의결기관이니 그에 따른 권한 만큼, 공적 기구로서 책임도 무거워야 하는 것이다.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고 있는 이사회의 안건 중에서 공중으로부터 공영방송의 신뢰 회복, 거버넌스 개혁에 대한 안건이 없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공중 다수가 공영방송의 신뢰 붕괴를 위기 로 인식하고 있는데, 정작 이사회는 비상사태라는 인식자체가 없는 것은 아닌가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향후 언론인권센터 정보공개시민운동본부에서는 지속적으로 공영방송의 이사회, 시청자위원회 운영에 대한 만족할만한 수준의 정보공개를 청구하면서, 홈페이지에 공개된 이사회의사록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검토하여 문제점을 지적하고,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끝으로 공정방송을 위한 목소리를 내다가 내몰린 해직 언론인들이 하루빨리 제자리로 돌아가길, 이사회가 나서서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하길 바란다. 

허찬행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 건국대 교수  media@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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