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별로 전체 시즌 일정의 10%를 소화한 2017 KBO리그 판도는 그야말로 안갯속의 혼전이다. 야구는 정말 모르겠다는 생각이 매일매일 새겨지게 된다. 4월 2주차 KBO리그의 주요 판세를 요약해본다.

1. 트레이드 효과 톡톡히 누리는 KIA와 SK

광주일고 동문인 KIA 김기태 감독과 SK 염경엽 단장의 트레이드 매직이 또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양팀은 시즌 개막 후 일주일이 지난 4월 7일 4대4 깜짝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KIA의 이성우(포수), 이홍구(포수), 노수광(외야수), 윤정우(내야수)와 SK의 김민식(포수), 이명기(외야수), 최정민(내야수), 노관현(내야수) 등이 포함된 트레이드 명단엔 특급 선수 없지만,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각 팀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다.

홈런 친 SK 이홍구[SK 와이번스 제공=연합뉴스]

트레이드 효과는 양팀에 매직을 선사하고 있다. KIA는 도루저지 능력이 뛰어난 김민식이 마스크를 쓰면서 기존에 새롭게 주전을 확보한 한승택과 경쟁구도를 형성함과 동시에 포수자원의 다양화를 꾀하게 되었다. 그리고 외야수 이명기는 노수광의 빈자리를 충분히 메워줌과 동시에 공격에서도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SK의 반전은 더욱 놀랍다. 시즌 초반 6연패로 허덕이던 SK는 지난주 5승 1패 포함, 7승 1패를 기록하는 놀라운 반전으로 시즌 5할 승률에 도달했다. 노수광과 이홍구가 공수 양면에서 완벽하게 기여하고 있다.

양 팀의 트레이드는 새로운 성공사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기회 부여 및 팬들에게 새로운 스토리 제공 차원에서 트레이드는 계속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양팀은 공교롭게도 마무리가 불안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KIA는 임창용을 마무리 보직에서 당분간 배제한 이후 김윤동, 심동섭, 한승혁 등 젊은 투수들을 번갈아 기용하면서 불안하지만 꾸역꾸역 승수를 챙기고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반드시 마무리 불안은 해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SK는 마무리 서진용이 아직 경험부족을 드러내고 있지만 워낙 탄탄한 계투진을 바탕으로 꾸준히 빈틈을 메울 태세를 갖추고 있다. 과연 양 팀의 트레이드 효과는 어디까지 지속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2. 시즌 초반 안정과 불안정을 거듭하는 한화, 넥센, LG

한화 이글스로 이적하는 포수 최재훈. [두산베어스 제공=연합뉴스]

올 시즌 한화 이글스는 1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수의 퀵후크를 기록하고 있다. 계투진을 최대한 활용하는 김성근 감독의 투수 기용 성향을 고려하면 시즌 초반 이변(?)이라 할 수 있다. 그 배경에는 배영수, 송은범, 이태양 등 토종 선발 투수들의 부활이 뒷받침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주 세 명의 선발투수들이 나란히 무너졌다. 결국 4월 15일 경기에서 김성근 감독은 올 시즌 처음으로 퀵후크를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시즌 초반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외국인 원투펀치 오간도와 비야누에바는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선발투수진의 엇박자 현상이 해소되어야 올 시즌 한화의 농사 풍작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모처럼 시즌 초반 5할 승률을 맞추나 싶던 한화는 요새 기가 잔뜩 오른 SK를 만나 홈에서 시리즈 스윕을 당하면서 승차마진이 -4로 벌어졌다. 모처럼 선발투수진이 안정되면서 혹사가 느껴지지 않는 야구를 펼치는 것처럼 보이던 한화 야구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하지만 4월 17일 두산 베어스의 백업포수 최재훈을 신성현과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하면서 반전의 기반을 마련했다. 둘이 합쳐 나이가 80에 다다르던 조인성(43세)과 차일목(37세)이 책임지던 한화 안방에 모처럼 파릇파릇한(?) 20대 포수가 들어왔다.

충분히 반전을 노려볼만하다. 아직 27세에 불과하지만 최재훈은 한국시리즈 주전 마스크를 써본 경험이 있다. 최재훈이 만약 당시 모드로 돌아간다면 한화 센터라인에 급격한 안정감이 더해질 수 있다.

올 시즌 10개 구단 중 감독의 개입이 가장 적은 자율야구를 구사하는 팀을 꼽는다면 넥센 히어로즈일 것이다. 시즌 초반 5연패의 부진 후, 5연승으로 반등에 성공한 넥센은 이후 다시 4연패의 롤러코스터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장정석 신임 감독은 철저하게 개입을 최소화하고 있다. 아쉬운 장면은 6연승 일보 직전이었던 4월 13일 kt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믿었던 마무리 김세현이 2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진 장면이었다. 이후 팀은 다시 연패의 늪에 빠졌는데 이번 주 초 염경엽 단장의 SK를 상대로 반등의 실마리를 잡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성적과는 관계없이 넥센은 이정후, 허정엽이라는 걸출한 신예들이 등장하면서 팬들에게 새로운 스토리를 선사하고 있다.

넥센 이정후 (연합뉴스 자료사진)

시즌 초반 팀 창단 이후 최초로 개막 6연승을 달리던 LG 트윈스는 4월 1주차 주말 사직구장에서 롯데에 다잡은 경기를 역전패한 이후 5연패의 수렁에 빠졌었다. 그러나 한창 기세등등하던 kt를 상대로 홈에서 위닝시리즈를 기록하면서 다시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가장 희망적인 신호는 중간계투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김대현과 시즌 첫 등판에서 150km를 가뿐히 넘기는 광속구를 구사한 고우석 등의 영건 유망주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들의 잠재력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양상문 감독이 원하는 대로 이들이 성장해준다면 올해 가을잔치 최고의 다크호스는 LG트윈스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2014시즌 돌풍을 일으켰던 캔자스시티 로열스 불펜 삼대장 (캘빈 에레라, 드웨인 데이비스, 데릭 홀랜드)의 한국판 출현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3. 승수 자판기로 전락할 우려가 보이는 삼성

시즌 초반이지만 KIA, kt, LG, 한화, 롯데 등은 삼성과 만난 대진운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삼성과의 3연전을 발판으로 승수 적립에 성공했기 때문이다(KIA 2승, kt 3승, LG 3승, 한화 2승, 롯데 2승). 그럴 가능성은 지극히 적지만 이러다가 1999시즌의 쌍방울 레이더스처럼 승수 자판기 역할을 할 우려도 보인다.

2015시즌 이후 삼성은 투수에서 안지만, 임창용, 차우찬이, 타자는 박석민, 최형우 등이 팀을 떠났다. 모두 리그에서 최정상급의 실력을 과시하던 선수들이었다. 안지만, 임창용의 경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어 어쩔 수 없이 팀을 떠났다 하더라도 차우찬, 박석민, 최형우 등은 모두 FA 계약 당시 역대 최고액 기록을 세우면서 타 팀으로 이적하였다.

역투하는 삼성 장원삼 [연합뉴스 자료 사진]

한꺼번에 팀의 주축 선수들이 빠져나가면서 삼성의 전력은 눈에 띄게 헐거워졌다. 준척급 FA라 할 수 있는 투수 우규민, 내야수 이원석 등을 영입했지만 이들만으로는 전력의 공백을 메우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신임 김한수 감독은 역대 삼성 라이온즈 감독 중에 구단의 지원사격을 가장 적게 받는 불운을 겪고 있다. 프로야구 원년부터 가장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강팀의 이미지를 유지하던 삼성 라이온즈는 팀 창단 이후 가장 큰 시련을 겪고 있다.

팀이 강팀의 지위를 유지해야 리빌딩도 더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다. 이기는 경험을 쌓아야 그만큼 실력이 늘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대 초반 리그 최강자의 지위를 유지하는 동안 심창민, 배영섭, 박해민, 구자욱 등과 같은 신예선수들이 등장하면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유도하였다.

물론 지는 경기가 많더라도 더 많은 실전 경험을 통해 리빌딩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롯데 자이언츠 양상문 감독은 인위적인 세대교체를 통해 당시 신진급이었던 이대호, 강민호, 장원준 등에게 최대한 많은 기회를 제공했고 결국 이들은 리그를 대표하는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올 시즌은 아예 리빌딩으로 방향을 잡고 가능성이 보이는 신인선수들에게 최대한 기회를 많이 제공해서 내후년을 기약하는 것에 대해 팀 내부적으로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시즌 초반이지만 경기마다 의외의 결과가 속출하면서 올 시즌 판도는 예측불가이다. 매 경기 집중력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위기 속에서 팀을 구해내는 새로운 얼굴의 등장도 더 많이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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