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시민연대가 방송통신위원회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사항 및 세부심사항목’을 입수했다. 재승인 기준 점수(650점)을 넘지 못해 탈락 위기에 몰렸던 TV조선에 777점이라는 무더기 점수를 준 심사위원이 있었으며 437점을 준 심사위원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편성채널 3사 채점 결과

17일 언론연대는 “TV조선은 H심사위원으로부터 777.49점을, E심사위원으로부터 437.29점을 받았다”며 “어떤 인물들이 심사위원단으로 구성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언론연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A부터 L심사위원까지 모두 12명의 심사위원이 TV조선 심사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최저점을 준 E심사위원은 437.29점을 줬고 C심사위원이 519.29점, K심사위원 596.49점, G심사위원 603.74점, B심사위원 619.49점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TV조선에 기준 점수, 650점 이상을 배점한 심사위원은 단 3명에 불과했다. 최고점을 준 H심사위원(777.49점)를 비롯해 I심사위원(653.49점), F심사위원(650.74점) 등이었다.

TV조선 재승인 심사 채점표

언론연대는 “심사위원들의 명단은 공개되고 있으나 각 심사위원이 특정 종편에 몇 점을 줬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심사내역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이는 국민들의 관심이 큰 종편 재승인에 대한 투명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동됐다”고 비판했다.

또 A심사위원의 경우, △2-2. 시청자 권익보호 실적 및 계획의 적정성 △2-3. 지역적-사회적-문화적 기여실적 및 계획의 적정성 △3-3. 공익성 관련 방송프로그램 실적 및 이행계획의 우수성 등의 심사항목에 종편 3사 모두 같은 점수를 줬다.

언론연대는 “이는 3개 종편사의 해당 항목에 대한 평가가 같았다는 얘기가 된다”며 “심사위원들의 단순 심사표 공개뿐 아니라, 해당 심사의 근거를 적시하도록 하고 그 내용을 공개하는 후속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종편 재승인 심사는 이광재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명예교수를 심사위원장으로 △방송분야 이효성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김경환 상지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 이상원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법률분야 안수화 변호사, 차명심 변호사 △경영·회계 분야 김진기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이태민 충북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곽지영 세명대학교 회계학과 교수 △기술분야 허남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방송·미디어연구소 Project Leader △시청자분야 장해랑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최경진 대구가톨릭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 2월 20일부터 4박 5일간 모처에 모여 심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TV조선, 100점 만점에 82점…“정량평가, 변별력 없어”

정량평가 항목 '방송평가위원회의 방송평가' 결과

언론연대는 종편 심사 가운데 정량평가 항목인 '방송평가위원회 방송평가' 결과에 대해 “변별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언론연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TV조선은 ‘방송평가위원회의 방송평가’ 항목에서 328.53점을 획득했다. 100점으로 만점으로 환산하면 82.1점에 달하는 점수다. TV조선의 방송평가 점수는 채널A(322.36점) 보다 높고, JTBC 점수(335.77점)보다 7점 적은 수치다.

언론연대는 “방송평가 기준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변별력 없는 정량 평가 기준 개선을 강조했다.

언론연대는 TV조선이 종편 가운데 유일한 흑자를 기록하면서도 콘텐츠 투자에 미흡한 점도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부채비율에서 TV조선은 12점으로 만점을 받았다”며 “부채비율이 낮다고 해서 무조건 점수를 높이 주는 것은 지나치게 단편적인 심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연대는 “단순히 부채비율에 따른 점수가 아닌 방송 관련 투자를 대비해서 점수를 주는 설계로 변경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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