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차범근의 기록과 같아졌다. 유럽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 중 누구도 넘어서지 못했던 전설 차범근의 한 시즌 최다골 기록과 동일해졌다. 이제 손흥민이 골을 넣는 순간 새로운 기록이 작성된다. 그 위대한 기록의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전설 차범근의 시즌 19골과 같은 위치에 선 손흥민 이제 모든 것이 기록이다

본머스 전 선발로 나선 손흥민은 초반부터 날렵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오늘 경기 라인업이 중요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토트넘이 가장 강력한 전력을 낼 수 있는 진정한 조합이었기 때문이다. 케인, 에릭센, 알리가 토트넘의 핵심 주전 공격 라인이었다.

이 삼각편대는 토트넘이 지속적으로 진행시킨 핵심이었다. 손흥민의 경우 이들 중 하나가 빠진 상황에 채워 넣어지는 존재로 전락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본머스 전에서 4명의 핵심 선수들이 모두 공격 라인을 형성했다. 케인이 원톱으로 나서고 손흥민이 좌측 윙, 에릭센이 우측 윙, 알리가 케인 밑에서 받치는 다이아몬드 형태의 공격은 가장 폭발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음을 증명했다.

손흥민 [연합뉴스 자료 사진]

4-2-3-1 전술은 이제 토트넘에서 자주 사용하는 전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비라인의 탄탄함과 공격의 섬세하고 강력함은 젊은 토트넘을 상징하는 가장 강력한 전술로 보이니 말이다. 경기는 시작부터 일방적이었다. 본머스는 토트넘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첫 골은 전반 15분 에릭센의 코너킥에서 시작되었다. 올라온 공을 뎀벨레가 오른발로 본머스 골망을 흔들었다. 이는 시작일 뿐이었다. 전반 19분 중간에서 끊긴 본머스의 공격을 토트넘이 반격으로 이어갔다. 공을 잡은 케인은 파고드는 손흥민에게 짧은 패스를 건넸다.

그동안 욕심만 내던 케인이 손흥민에게 패스를 하는 모습은 새롭게 다가올 정도였다. 오른쪽 골대를 향해가던 손흥민은 좀처럼 각이 나오지 않았지만 수비수 한 명과 골키퍼 보루치가 압박해 나오는 상황에서 생긴 작은 틈을 노려 골을 만들어냈다.

감각적인 이 한 방은 손흥민이 얼마나 골감각이 뛰어난지 잘 보여주었다. 케인의 감각적인 힐 패스도 좋았지만 수비수와 골키퍼까지 각을 좁히는 상황에서 다리 밑으로 넣은 환상적인 골은 손흥민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장면이었다.

손흥민의 이런 감각은 이후에도 자주 등장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을 더는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쉬울 정도였다. 비록 추가골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의 움직임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말 그대로 존재 자체만으로도 상대에게 압박을 주는 손흥민의 힘은 그렇게 강렬함으로 다가왔다.

본머스 전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었던 케인은 후반 완벽한 상황에서 골을 만들어냈다. 왜 케인이 본머스와의 경기에서 강한지 잘 보여준 대목이었다. 리그 20호 골을 넣은 케인이 명실상부 EPL 최고의 골잡이라는 사실 만은 명확하니 말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골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공격해가는 손흥민은 후반에도 결정적인 기회가 있었다.

손흥민 [연합뉴스 자료 사진]

후반 35분 손흥민은 다시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지만 본머스 수비수가 몸을 날려 공을 막으며 골로 연결되지 않은 것이 안타까웠다. 골대를 살짝 빗나가는 골이 되었으니 말이다. 만약 수비수의 발에 공이 맞지 않았다면 골문으로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토트넘은 교체된 얀센마저 골을 넣으며 4-0 완승을 거뒀다. 얀센은 큰 기대를 품고 영입한 선수였다. 케인과 함께 원톱 자리를 책임져주길 바랐던 손흥민이 생각보다 적응을 하지 못하자 시즌이 시작되기 전 얀센을 영입했다. 하지만 얀센 역시 원하는 골을 넣어주지 못했다.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던 얀센이 골을 넣었다는 점은 토트넘의 선택지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늘 경기에서 보인 토트넘의 힘은 강했다. 물론 상대적으로 약한 본머스와의 경기라는 점에서 무리가 있기는 하겠지만 토트넘은 강했다. 첼시(한 경기 덜 치른 상태)와 4점 차 2위를 달리고 있는 토트넘으로서는 시즌 후반 역전 우승도 노려볼 수 있게 되었다.

손흥민은 한 시즌 최다골을 기록했던 차범근의 기록과 동급이 되었다. 물론 리그 골만으로 평가한다면 여전히 차범근의 기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지만 전설과 같은 선상에 설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직 토트넘은 FA컵을 포함해 7경기를 남겨두었다.

최근 4-2-3-1 전술로 정착해가고 있는 토트넘에게 손흥민은 지속적으로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컵 대회 최다골을 넣고 있는 손흥민이 첼시와의 준결승에서 골을 넣어 승리하게 된다면 그는 컵대회 득점왕의 자리도 확정할 수 있을 것이다. 부상만 없다면 분명 손흥민은 차범근의 대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리그 12호 골로 완벽하게 EPL에 적응했음을 증명한 손흥민의 존재감은 그래서 더욱 강렬해 보인다. 케인의 시즌 20골에 미치지 못한 성적이기는 하지만 매년 적응력을 높이며 강력한 파괴력을 보여주는 손흥민은 이제 한국 축구사의 새로운 기록들을 만들어가는 현재진행형 전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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